“런던서 한 달 살며 가족들과 더 끈끈해졌어요”
좌충우돌 런던살이 책으로 펴낸 윤희철 한국지속가능발전센터장사남매 등 여섯 식구, 런던 명소부터 동네 구석구석 누벼7년 전엔 파리서 한 달…2~3년 후 독일 베를린 여행 목표
가족과 함께 가끔은 다른 일상을 살기로 마음 먹었다. 해외에서 한 달 살기. 바쁜 한국에서의 일상을 잠시 멈추고 영국 런던으로 떠났다.
이번 여행은 ‘일탈’이 아니라 가족과 함께한 ‘일상’이 되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5살 아들과 초·중·고등학생 딸을 둔 윤희철(47·담양군 봉산면) 한국지속가능발전센터장이 여섯 명의 가족이 런던에서 좌충우돌 살았던 기억을 담아 ‘런던에서 가족들과 한 달 살기’를 펴냈다.
2017년 막내가 태어나기 전 다섯 식구가 프랑스 파리에서 한 달 살기를 한 이후 두 번째 여행이다.
파리 여행 기록을 담은 양장본 네 권을 만들어 가족들에게 선물했던 그는 이번에는 여행 일기와 도시 이야기를 담아 책으로 기록하고 싶었다.
책에는 지난 2월 담양에서 인천공항으로 출발부터 꼬박 3일이 걸려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한 달 간의 이야기가 담겼다.
사남매가 즐길 수 있는 여행지를 고르고, 런던의 시스템이 낯설어 겪은 당황스러운 일들, 명소부터 동네의 작은 장터까지 곳곳을 즐긴 이야기가 가득하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집에서 얼굴 보기도 힘들어졌어요. 그래서 멀리 떠날 계획을 세웠죠. 한 달을 살려면 많은 준비를 해야 하고, 현실에 부딪혀 포기할까봐 그냥 저질렀어요. 농촌에 살기 때문에 문화와 예술을 느낄 수 있는 도시로 런던을 선택했습니다.”
런던은 문화 예술을 즐기는 아내에게도 안성맞춤이었다. 또 도시계획을 전공한 그가 책에서만 봤던 도시 연구 사례를 직접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처음 겪는 도시라서 기차표 하나 끊는 일, 물건 하나 사는 일도 도전이었다. 런던인들은 친절했고, 오래 전 다문화사회에 접어든 런던은 인종차별이 없는 곳이었다.
“런던에서는 늘 긴장감을 갖고 있었지만 여유로운 일상이 휴식을 줬어요. 그 사회 시스템을 알아가고 배우는 과정이 재밌었습니다. 가장 좋았던 건 런던에서 24시간 아이들과 함께 했기 때문에 아이들의 성향도 이해하게 됐고, 더 끈끈한 정을 나눌 수 있었어요. 이제 혼자 여행하는 건 외롭거든요.”
현지의 숨은 장소 등 새로운 볼거리와 즐길거리로 여행의 묘미를 발견하는 즐거움도 만끽했다.
오래된 건축물, 100년 넘은 지하철, 새로운 미래를 담기 위한 도시재생 프로젝트 등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런던이 독특했다.
비싼 물가에 적응하고 나름의 즐거움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영국인들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도시 재생 프로젝트를 보고 싶었던 그는 “지자체가 인쇄물에 QR코드로 정책을 알려주고 의견 수렴도 하며, 오해가 있다면 설명하는 소통 방식도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높은 물가는 힘들었지만, 이번만큼은 온전히 가족들과 함께 한 소중한 시간이었다.
“한 번 여행을 다녀올 때마다 사실 집안의 기둥이 하나씩 뽑혀요.(웃음) 하지만 가족들과 더 없이 좋은 추억을 만든 것 같아 행복합니다.
한국에서 회사 일을 한 달간 쉬기가 정말 어려운데 저를 이해하고 지지해준 동료들에게도 감사합니다.
”이번 여행은 윤 센터장 가족들에게 정체된 인생을 새롭게 돌아보는 활력소가 됐다. 이들은 2~3년 후에는 독일 베를린 여행을 계획중이다.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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