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이 많은데 차분한 아파트 인테리어

INTERIOR HOME STYLING ③ :
COZY BLANKET HOUSE

집을 진정한 쉼터로 만들기 위해 자신만의 취향을 탐구해 온 사람들

구성원들의 취향과 필요가 깃든 집에서는 가족들의 하하호호 웃음소리가 새어 나온다.
고단한 하루 끝에 담요처럼 따스하게 감싸주고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는 보금자리.


부부와 아이, 고양이가 함께 하는
담요같이 포근한 집

TV보다는 책을 더 많이 보는 부부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 전형적인 거실 구성대신 거실을 큰 방으로 탈바꿈했다.
책장, 스탠딩 조명, 아이 장난감, 포스터 등 집안 곳곳의 가구와 소품 하나하나에 가족들의 취향이 깃들어 있다.

‘색이 많은데 차분할 수 있을까?’ 이 집은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강렬한 색감들을 인테리어 곳곳에 녹여냈지만, 마냥 화려하지만은 않은, 은근하고 고요한 분위기를 풍긴다. 이종아 씨가 처음 이 집을 보았을 때, 집은 두꺼운 몰딩이 가득하고 핑크색 벽지로 마감된 작고 낡은 모습이었다. 인테리어는 오래되고 촌스러웠지만, 참 깨끗했다. 기존에 거주하시던 분들의 정갈한 심성과 기운이 배어있는 듯했고 오후의 햇살도 잘 들어 종아 씨는 이 집을 고쳐 살기로 결심했다.

부부 침대 옆으로는 소파를 두고 독서를 하거나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미니 거실을 조성했다.
가라지가게의 ‘빼빼책장’이 침실과 거실의 파티션 역할을 한다. 그러면서도 개방감 있게 뚫려있어 답답함이 없다.

실제 면적은 15평 정도에, 방 2개와 화장실 1개로 이뤄진 전형적인 구축 아파트 구조였다. 부부와 아이, 고양이들이 함께 지내기에 넉넉한 면적은 아니었다. 그래서 고민 끝에 거실을 삭제하기로 했다. 종아 씨 부부는 TV를 잘 보지 않는 편이라 큰 소파 맞은편에 TV가 있는 일반적인 거실 구조가 필요하지 않았다. 또한, 집의 평수에 국한되지 않고 각자 일상에 맞는 영역들을 나눠 갖추고 싶었다. 자연스레 거실보다는 방을 늘리는 것에 더 가치를 둔 까닭에 거실 입구에 미닫이문을 달고 발코니를 확장해 거실을 큰 방으로 바꿨다.

현관 중문에는 불투명 유리가 적용돼 프라이버시는 확보하면서도 가족들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오묘한 블루 컬러 타일로 마감한 주방. 주로 남편이 요리하므로 매끈한 느낌의 주방보다는 가공되지 않은 작업실 느낌을 내고자 했다. 요리도구나 양념통 등 노출되는 요소가 많은 복닥복닥한 주방으로 꾸몄다. (사진: 건축주 제공)
모든 아이템에 스토리가 녹아있다. 인터폰 커버는 주방 옆 세탁실에 적용한 키티버니포니의 자투리 패브릭을 활용해 직접 만들었다. 스위치 아래에는 곽명주 작가의 지난해 달력을 매트 보드에 넣고 액자로 만들어 배치했다.

종아 씨는 20대 때 부모님과 함께 살던 집에서 바닥을 화이트 데코타일로 셀프 리모델링했을 만큼 전부터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았다. 다만, 당시 온 방이 하얘지니까 아주 예뻤는데, 막상 밤이 되어 자려고 누우니까 바닥이 붕 뜬 것 같아 잠이 안 오더란다. 그때 사람마다 잘 맞는 무드가 따로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예쁘면서도 편안하고 개성 있으면서도 균형 잡힌 인테리어를 추구하게 됐다.

아이의 상상력을 키워줄 수 있는 화사한 컬러의 소품들로 꾸민 사랑스러운 분위기의 아이 방.
문 뒤의 타공판에 각종 장난감을 걸어뒀다. 정리는 물론이고 인테리어 효과도 누릴 수 있다. 기존 타공판은 화이트 컬러였고, 아이의 낙서가 한가득이어서 직접 스카이블루 컬러의 벤자민무어 페인트로 칠해줬다.

Interview : 이종아 건축주
@mopo.intheroom

집의 전체적인 인테리어 콘셉트는
제가 집을 표현할 때 항상 쓰는 말은 ‘색이 많고 차분한 집’이라는 표현입니다. 원래 다양한 색을 적용하는 것을 좋아하고, 한편으로는 정적인 분위기도 굉장히 좋아해서 모든 게 조화로울 수 있도록 꾸몄습니다.

집에서 가장 공들인 공간은
공간 모두 원하는 분위기로 완성하고자 공을 많이 들였지만, 가장 공이 많이 들어간 곳은 아이 방입니다. 장난감과 옷 수납, 수면의 질, 놀이 공간 등 필요한 기능이 다양해서 신경을 많이 썼어요. 아이가 성장하면서 생활 패턴도 바뀌어나가므로 그에 따른 변화도 많았어요.

기존 아이 방은 파티션으로 놀이 공간과 수면 공간을 분리했었다. 침대 주변으로는 차분한 느낌의 가구와 카펫을 적용하고, 놀이 공간에는 노란 부직포 보드, 책, 나무 블록, 농구대 등을 배치해 발랄한 분위기로 꾸몄다. (사진: 건축주 제공)
현재는 위 사진과 같은 모습으로,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 수면 공간과 놀이 공간의 분리 없이 탁 트인 구조로 변경했다.

컬러 매치에 관해 조언한다면
여러 컬러들을 섞어 쓰는 걸 좋아하는 만큼 고채도의 원색을 조심해서 써요. 넓은 면적에는 채도가 살짝 낮은 은근한 색감을 쓰고, 작은 면적의 소품이나 소가구에만 원색 포인트를 넣어주면 생각보다 자연스럽게 색감들이 어우러질 거예요.

가구나 소품을 주로 구매하는 경로는
국내 크고 작은 리빙 편집숍, 빈티지 숍, 해외 브랜드 사이트 직구, 이베이, 아마존 등등 매우 다양한 경로로 구매합니다. 물건을 자주 사는 편은 아닙니다. 한 달 두고 봐도 정말 가지고 싶고, 100% 마음에 드는 경우에만 사는데요. 그래서 위시리스트가 생기면 좀 오래 찾아봅니다. 인스타그램이나 구글에도 검색해 보고요. 그러다 보면 구매하려는 범위 내에서 다른 좋은 옵션을 발견할 수도 있고, 국내에 없는 특별한 아이템들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드레스룸 겸 서재. 화이트 바탕에 그린 & 블루를 키 컬러로 정해 꾸몄다.
집안 곳곳에 일러스트 포스터나 엽서를 배치해 포인트를 줬다. 포스터는 뚜누, 프린트베이커리, 데일리포스터, 키블라인드 아틀리에 등 국내외 온라인 사이트에서 구매한다.

인테리어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 중이다
인테리어를 주제로 @mopo.intheroom 이라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 중입니다. ‘담요’처럼 따뜻한 집을 꾸며나가는 과정을 기록하고자 아이디도 ‘모포’로 지었어요.(웃음) 일주일에 3번 정도는 게시물을 업로드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하면서 이렇게 매체에 소개가 되거나 커뮤니티 활동 등의 새로운 경험을 하게 돼서 재밌고 특별하게 느껴져요. 회사도 다니고 있고 아이도 어린 워킹맘이라 늘 시간이 모자란다는 점이 아쉽죠. 추천할 만한 또 다른 인스타그램 계정은 @r.a.u.f.a.s.e.r.b.e.r.l.i.n입니다. 뉴트럴한 톤에 블루 포인트가 멋진 집으로 좋아하는 무드입니다.

최근 아이 방과 부부 공간에 하나씩 나란히 달아준 새 모양 오브제가 눈에 띈다. 아이 방에는 발랄한 파랑, 부부 공간에는 차분한 우드 컬러를 선택했다. 하늘이 집 안으로 들어온 것처럼, 주변에 구름이 떠 있을 것만 같다는 상상력이 발동되어서 좋아하는 오브제이다.
아이 방과 연결되는 발코니에는 캣타워를 설치해 고양이 방으로 사용 중이다.

집의 의미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제게 집은 ‘안도의 한숨’ 같은 존재입니다. 내향적인 성격이라 외출하면 어떤 방향으로든 에너지가 소진되는 스타일이에요. 일과를 마치고 집에 와서 소파에 앉아 집을 바라보면 마음이 탁 놓입니다. 아이에게는 ‘알록달록 무지개’ 같은, 남편에게는 포근하게 감싸주는 ‘담요’ 같은 집이면 좋겠습니다.

기존 거실 발코니를 확장하고 거실과 주방 사이에 미닫이문을 달아 용도별로 공간을 구획했다.

기획_ 오수현 사진_변종석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24년 7월호 / Vol.305 www.uuj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