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혁의 '진실'] 공매도·상속세·금투세 '글로벌 스탠더드'의 '오해와 진실'
[더팩트 | 박순혁 칼럼니스트] 민주당의 김영환 의원은 "금투세는 본질적으로 투자 활동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해 일관된 세율을 적용해 조세 형평성을 제고하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다가서는 세제"라며 "국내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것이지 새로운 증세 목적 세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9월 24일 민주당이 강행과 유예로 팀을 나눠 연 금투세(금융투자소득세) 찬반 토론회에서 "인버스나 사시든지요" 라는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강행팀의 김영환 의원은 글로벌 스탠더드(표준)에 부합하기 때문이라고 금투세 강행 주장의 이유를 들었다.
과연 그럴까. 김영환 의원과 야당 정치인들, 그리고 참여연대 등 진보 지식인들 다수는 금융 관련 세제와 제도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크게 오해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1월 17일 제시한 증시 관련 제도 개혁 방안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한 것이고, 이에 반대하는 측은 글로벌 스탠더드를 도외시한 채 사모펀드 등 '여의도 카르텔'의 이익에만 부합하는 왜곡된 코리아 스탠더드를 고집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최근 크게 이슈가 되고 있는 공매도 제도와 상속세, 그리고 금투세의 진짜 글로벌 스탠더드는 어떤 것인지 하나씩 살펴 보자.
우선 공매도 제도의 글로벌 스탠더드는 개인투자자와 기관 및 외국인 투자자를 평등하게 대우하는 것이 골자다. 동일한 조건에서 개인이든 기관이든 평등하게 공매도의 자격이 주어진 결과 일본의 공매도 중 개인의 비중은 30%가 넘고, 미국과 유럽 등도 이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경우 기관과 외국인은 각종 우대 조건 하에서 자유롭게 공매도를 할 수 있는 반면 개인에게는 여러 제약을 둠으로 인해 공매도 중 개인의 비중은 2%도 채 안 된다. 이를 활용하여 기관과 외국인들은 ‘롱-숏 사모펀드’ (동일한 금액으로 올라갈 것 같은 주식은 매수, 떨어질 것 같은 주식은 공매도를 함으로써 절대 수익을 추구하는 펀드) 등을 통하여 손쉽게 수익을 올려 왔고, 관련 펀드 시장이 지난 문재인 정부 동안 크게 증가하였다.
작년 11월 글로벌 금융사의 불법 공매도가 대대적으로 밝혀졌고, 이런 기울어진 운동장을 개선하기 위하여 전격적으로 공매도 금지 조치가 단행되었다. 이후 LP(유동성 공급자)와 MM(시장조성자) 예외 허용으로 공매도 금지 자체는 실효를 상실하였으나, 윤석열 정부는 지난 1년간 공매도 제도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려는 노력을 계속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9월 27일 잘못된 그간의 공매도 제도를 대폭 개혁한 '공매도 개선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였고, 11월 1일 부터는 MM, LP 등 기관 일부부터 적용되기 시작하여 내년 3월 1일이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많이 근접한 형태로 개선된 상태에서 공매도는 전면 재개되는 큰 개혁성과를 이룩하게 되었다.
그간 관행처럼 해 왔던 무차입 공매도가 전산 시스템 도입으로 거의 차단되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공매도 기한도 최대 1년으로 제한됨으로써 과거처럼 기관과 외국인들이 특혜성 공매도 제도를 활용해 개인투자자를 착취하는 일은 많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말 윤석열 정부의 개혁성과에 큰 박수를 보내게 된다.
둘째, 상속세는 자본이득세로 전환하는 것이 글로벌 스탠더드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2021년 자료에 따르면 OECD 회원국 중 상속세를 전면 폐지하고 자본이득세로 전환한 나라는 캐나다, 스웨덴, 노르웨이, 호주, 뉴질랜드, 오스트리아, 이스라엘, 체코, 슬로바키아, 멕시코 등 총 10개 국에 달하고, 그 외 나라도 상속세율을 인하하든지, 미국처럼 공제 한도액을 300억원 이상 올린다든지 하는 식으로 상속세 부담을 낮추는 것이 글로벌 스탠더드다. 실제 상속세가 존재하는 OECD 국가들의 상속세 최고세율 평균은 20% 정도로 60%인 우리나라의 1/3에 불과하다.
윤석열 정부는 상속세 문제도 이런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르려 하고 있다. 일단 올해 제출한 세법 개정안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20%의 최대주주 할인율을 폐지하고, 상속세 최고세율은 50%에서 40%로 줄이며, 기본 공제 한도를 대폭 올리는 것을 골자로 한다. 나아가 내년에는 다른 세법과 상충하는 부분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유산취득세와 자본이득세로 변경하는 것까지 포함한 일대 대수술을 통해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상속세 개혁을 예고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라 금투세(금융투자소득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민주당과 진보진영은 상속세 문제에서는 오히려 그 반대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현행 한국식 상속세를 고수해야 한다고 강변하니 참으로 편리한 '우리식 글로벌 스탠더드'가 아닐 수 없다.
마지막으로 금투세의 글로벌 스탠더드는 '거래세나 금투세, 둘 중 하나 과세'이다. 각국의 금융시장 및 세제의 발전 정도에 따라 선진적 금융시장과 세제를 갖고 있는 나라는 금투세를 부과하고, 그렇지 않은 나라는 거래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에 금투세가 도입되면 0.15%의 거래세(농어촌특별세)가 여전히 존재하는 데에다가 추가적으로 22%~27.5%의 금투세를 부과하는 이중과세가 되는 만큼 이는 전세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과도한 세금 부담을 대한민국 개인투자자만 지게 되는 것이다. 현재의 거래세율 0.15%만 해도 글로벌 스탠더드로 보면 결코 낮지 않다. 거기에다 추가로 금투세를 부과함은 '세금(稅金)을 가혹(苛酷)하게 거두어들이고, 무리(無理)하게 재물(財物)을 빼앗는 가렴주구(苛斂誅求)에 다름 아니다.
상속세가 자본이득세로 전환되거나 그 세율이 낮아지거나 공제한도가 높아지는 것이 글로벌 스탠더드인 이유는 현재의 세계가 하나로 통합되어 있어 쉽사리 국적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타국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상속세는 부자들을 해외로 내쫓는 결과가 되고 이는 조세재원의 상실로 이어져서 오히려 세수는 감소하게 되기 때문에 이런 상속세 부담완화 트랜드가 글로벌 스탠더드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이는 금투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제 투자자 모두가 간단하게 클릭 몇 번으로 미국 주식, 중국 주식, 일본 주식 등 전세계 주식을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일국의 주식관련 세제나 제도가 가혹하면 그 나라의 증시에서는 대규모 자금이탈이 발생하고 이것이 투자자를 적극 환대하는 나라로 유입될 것은 삼척동자라도 쉽게 예상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실제 매년 수 십 조원의 돈이 국내 증시에서 빠져서 미국 증시 등 해외 증시로 옮겨가고 있으며 금투세 논란이 수 개월째 이어져 온 올해는 이 금액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런데도 금투세를 강행하자는 주장은 국내 증시에 대한 애정이 조금도 없는 것이 아니고서야 도저히 할 수 없는 것이다.
pooh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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