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곳엔 닿지 않는다”…지원 사각지대의 스타트업 [현장+]

송재봉 의원 /사진=박수현 기자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을 위한 정부 지원에 대한 관심이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각종 전주기 지원사업, 투자 프로그램, 정책 펀드가 마련되면서 겉으로는 ‘지원 인프라’가 갖춰져 가는 모양새다. 그러나 정작 현장에서는 다른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정부의 의지와 제도적 장치에도 불구하고 실제 기업들이 부딪히는 난관은 여전하다는 것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송재봉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중소벤처 상생위원회 3차 간담회’를 열고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들과 현장의 목소리를 공유했다. 송 의원은 “중소벤처 스타트업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자 간담회를 개최하게 됐다”며 “애로사항을 경청해 정부가 개선 방안을 모색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초기 집중된 지원, 성장 단계는 공백

이날 간담회에서 발언자들은 공통적으로 “지원이 없는 게 아니라, 필요한 곳에 닿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며 제도적 사각지대를 지적했다.

가장 먼저 언급된 문제는 이른바 ‘데스밸리(Death Valley)’로 불리는 창업 3~5년차의 공백 구간이다. 창업 초기에는 정부 과제나 엔젤 투자 등으로 출발선이 비교적 열려 있지만,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하기 전 단계에 이르면 자금줄이 급격히 막힌다. 기술은 개발됐으나 시장 검증의 시간이 부족하고, 투자자들은 이미 실적을 요구한다. 이 시기에 기업 생존율이 급격히 낮아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마케팅 업계에 종사하는 한 참석자는 “시드 투자유치 이후 프리시리즈A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많은 창업가들이 좌절을 겪곤 한다”며 “현재의 지원 정책들이 초기 단계에 집중돼 있다 보니 정작 성장 단계에서 탄력을 받지 못하고 무너지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시드투자를 받은 기업 중 매출 등 일정 조건을 충족한 곳에 중간 단계 자금 지원 장치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벤처캐피탈(VC)과 엑셀러레이터(AC) 등 민간 투자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일부 리스크를 정부가 분담하는 방식이 대안으로 거론됐다.

이 참석자는 “시드투자 이후에도 일정 수준의 성과를 낸 기업이라면 완전히 방치하기보다 다음 단계로 도약할 수 있는 징검다리가 필요하다”며 “정부가 모든 자금을 책임지는 구조가 아니라, 민간 자본이 안심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위험을 분산해주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 간 지원 편중, ‘보이지 않는 기업’의 소외감

지원의 불균형도 문제점으로 지목됐다. 첨단산업을 육성한다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실제 정책적 지원은 특정 산업군에만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보이지 않는 영역’에 속한 기업들은 정부 지원 체계에서 소외감을 크게 느끼고 있었다.

간담회에 참석한 반도체 소재 업체 관계자는 “정부 과제를 여럿 수행했지만 정작 시드 투자는 단 한 번도 받지 못했다”며 “소재 기업은 기술이 아무리 있어도 주목을 받기 어렵고, 정보조차 얻기 힘들다 보니 ‘기술 망명’을 고민할 정도”라고 토로했다. 시장에서 수천건의 특허가 쏟아질 정도로 잠재력이 입증된 분야임에도 투자자와 제도권은 여전히 ‘투자 불가’의 낙인을 찍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편중 현상은 한 산업군 안에서도 반복된다. 성장세가 뚜렷해 보이는 드론 산업 역시 그 예다. 국내 전시회와 쇼가 열릴 만큼 겉으로는 산업이 활기를 띠고 있지만, 정책적 지원은 여전히 하드웨어 중심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관계자는 “국내 드론 전시가 화려한 기체로 주목받지만 실제 구동 소프트웨어는 대부분 외산”이라며 “제조만이 아니라 하드웨어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에도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조업에는 다양한 지원정책이 있지만, 소프트웨어를 뒷받침하는 정책은 사실상 전무하다”며 “하드웨어를 제어하는 IT 기술자가 늘어나야 단기간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소프트웨어 영역에서의 성장이 병행돼야만 산업 전반의 경쟁력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정책 지원이 산업 생태계 전반에 특정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다면 시장 구조가 스타트업의 발목을 잡는 경우도 적지 않다. 뷰티·패션 등 유통 업계가 대표적이다. 표면적으로는 K-뷰티를 비롯해 신흥 브랜드들이 해외에서 주목받고 있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여전히 대기업 중심의 유통 구조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뷰티업계 관계자는 “제품이 아무리 좋아도 대형 H&B 스토어에 들어가지 못하면 시장에서 존재감을 갖기 어렵다”며 “입점 수수료가 매출의 절반을 넘는 수준인데, 이 비용을 감당하면서 생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해외 바이어들조차 ‘대형 H&B 입점 여부’를 경쟁력의 기준으로 삼고 있어 유통 구조가 스타트업의 성장 경로를 좁히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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