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 방한하면 K리그 희생은 당연? ‘서울과 친선전 추진’ 바르사, 축구협회가 ‘불가 통보’ 해야 하는 이유
FC 바르셀로나가 2010년 이후 14년 만에 한국 방문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바르셀로나는 5월 말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FC 서울과 친선경기를 벌이고자 한다.
한 방송사가 이를 성사하고자 한다. 이 방송사는 축구 중계 경험이 있는 종합편성채널이다.
고민할 게 전혀 없는 문제다. 서울을 비롯한 K리그 구단은 바르셀로나가 방한해도 친선경기를 치를 수 없다.
KFA 국제대회 승인 및 운영 규정에 해당 내용이 자세히 나와 있다. 제3장 대회 또는 경기 개최의 신청 및 승인 제9조(신청기한) 제2항엔 다음과 같이 명시되어 있다.
‘경기 개최 신청기한 : 경기 개막 60일 전까지 협회에 제10조의 승인 신청 서류 제출’
바르셀로나는 KFA에 서울과의 친선경기에 대한 공식 문서를 제출하지 않은 상태다.
제3항엔 다음과 같이 나와 있다.
‘위 제1항 또는 제2항에서 규정하는 신청기한까지 대회 또는 경기의 개최 승인 신청을 하지 못한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 해당 신청단체는 협회에 사유서를 제출한 후, 협회가 인정하는 경우에 한하여 대회는 개막 최소 40일, 경기는 개막 최소 30일 전까지 제출한다.’
바르셀로나는 5월 말 늦어도 6월 초엔 한국에서 경기를 치르고자 한다. 규정상 아무리 늦어도 3월 말엔 한국 방문과 경기 일정을 잡았어야 했다.
사유가 있다면 KFA 규정에 따라야 한다. 개최 승인 신청을 하지 못한 불가피한 사유를 사유서에 적시해 KFA에 제출해야 한다. 그리고 KFA가 이를 인정해야 한다.
이 작업은 늦어도 이번 주 중엔 마무리 돼야 한다.
바르셀로나는 지난해에도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바르셀로나는 2022-23시즌을 마치자마자 일본으로 향했다. 바르셀로나는 2023년 6월 6일 일본 도쿄에서 비셀 고베와 친선경기를 벌였다. 바르셀로나는 이 1경기로 400만 유로(한화 약 60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진다.
바르셀로나는 5월 27일 세비야와의 대결을 끝으로 2023-24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일정을 마친다. 바르셀로나는 이후 서울과 친선전을 벌여 또 한 번 수익을 올리고자 한다.
MK스포츠 취재 결과 서울도 바르셀로나로부터 어떠한 이야기도 듣지 못했다. 친선경기를 치르고 싶다는 공문 역시 없었다.
서울은 5월 리그에서만 5경기를 치른다. 바르셀로나가 서울과 친선전을 치르려고 하는 5월 마지막 주에만 3경기가 기다린다. 서울은 25일 포항 스틸러스전(원정)을 시작으로 김천상무(28일·원정), 광주 FC(6월 2일·홈)를 차례로 상대한다.
바르셀로나만큼 수익이 보장된 친선경기가 아니라면 서울이 이 이벤트 경기에 응할 이유는 없다.
바르셀로나는 2010년 8월 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K리그 올스타와 친선경기를 치렀다.
바르셀로나는 정예로 나서지 않았다. 바르셀로나는 그해 여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스페인의 우승을 이끌었던 사비 에르난데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다비드 비야, 카를로스 푸욜 등을 한국 방한 명단에서 뺐다.
그때도 슈퍼스타였던 리오넬 메시는 한국 축구 팬들의 기대와 달리 전반 30분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아 ‘딱 15분’ 뛰었다. 메시는 전반전을 마친 뒤 그라운드에서 나왔다. 이마저도 결장을 예고했다가 부랴부랴 경기에 나선 것이었다.
바르셀로나는 당시 한국에서 무성의한 태도를 보이며 한국 축구를 무시하는 듯한 인상을 강하게 남겼다.
서울은 2019시즌 이후 4시즌 연속 K리그1 파이널 B에 머물렀다. 서울은 포항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김기동 감독 선임을 시작으로 2024시즌 준비부터 총력을 기울였다.
특히나 서울은 한국 프로스포츠 최고의 인기구단이다. 서울은 2023시즌 19차례 홈경기에서 평균 관중 22,633명(총 430,029명)을 기록했다. 한국 프로스포츠 역대 최다 평균 관중 기록이다.
서울은 올 시즌 5차례 홈경기에서도 평균 관중 30,269명(총 151,345명)을 기록 중이다. 서울은 올해 한국 프로스포츠에서 평균 관중 30,000명 이상을 기록 중인 유일한 팀이다.
서울은 5월 4일 울산 HD FC와의 홈경기에선 올 시즌 최다 관중 기록 경신에 도전한다. 서울 관계자는 “4월 30일 기준 예매표만 30,000장 이상 판매된 상태”라고 전했다.
올 시즌 최다 관중 기록도 서울이 가지고 있다. 서울은 3월 10일 홈에서 펼쳐진 인천 유나이티드전에서 51,670명의 관중과 함께했다.
서울은 바르셀로나와의 친선전으로 신규 팬을 유입할 필요가 없는 팀이다. 서울이 수익이란 목적이 명확한 유럽 구단과 시즌 중 친선경기를 벌일 필요는 없다.
KFA 국제대회 승인 및 운영 규정 제3장 대회 또는 경기 개최의 신청 및 승인 제9조 4항엔 다음과 같은 문구가 명시되어 있다.
‘축구 발전을 위해서 필요하다고 협회가 판단할 경우 대회 또는 경기의 개최 신청 기한을 추가 조정할 수 있다.’
KFA가 이 조항을 근거로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동의를 구한 뒤 바르셀로나와 서울의 친선전을 승인한다. 그리고 서울이 이에 응한다면 친선전은 성사될 수도 있다.
바르셀로나가 한국에서 치르는 친선전은 한국 축구 발전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 바르셀로나의 배만 불릴 뿐이다. 2010년 바르셀로나가 이를 증명했다.
한국 축구의 근간은 K리그다. K리그가 한국에서 들러리를 자처할 필요는 없다.
이근승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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