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다시 나온 북한인권백서… 격리시설 책임자 총살 등 北 코로나 실태 담아

안준현 기자 2024. 10. 10.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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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탈북자 대면 조사 금지’로 4년 만에 나와
”정권 교체가 북한 인권 활동에 영향 줘서는 안 돼”

북한의 인권 개선과 인권 침해 청산을 목표로 삼는 민간 단체(NGO) 북한인권정보센터(NKDB)가 2020년 이후 4년 만에 북한인권백서를 출간했다. NKDB는 2007년부터 통일부와는 별개로 북한인권백서를 발간해왔다. 이들은 10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발간 세미나를 열었다.

2020년 이후 4년 만에 북한인권백서를 출간한 북한인권정보센터가 10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발간 세미나를 열고 있다./장윤 기자

NKDB에 따르면, 이들이 발간하는 북한인권백서는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20년 정부가 NKDB의 탈북자 대면 조사를 불허하면서 발간이 중단됐다. 그러다 2023년 조사 활동이 다시 허용되면서 백서가 세상 밖으로 다시 나올 수 있게 됐다.

올해 발간된 ‘2024 북한인권백서’는 2002년부터 올해 2월까지 탈북자를 대상으로 조사·수집된 자료를 바탕으로 북한 인권 실태를 조명한다. ‘북한의 외부정보 유입 실태와 해결 방안’ ‘북한 법률 및 인권 기록 검토’ ‘북한 당국 차원의 주민통제 메커니즘’이라는 주제의 특별주제보고서도 담겼다.

이날 NKDB 측은 “2020년 당시 정부가 NKDB의 하나원에 있는 탈북자 대상 인터뷰와 설문 조사를 중단시키면서 백서 발간 추진 동력을 잃었다”고 밝혔다. NKDB는 탈북자들의 증언, 신문 등 문헌 자료, 사진과 영상물을 기반으로 ‘NKDB 통합인권 DB’를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백서를 제작한다. 그런데 정부의 탈북자 인터뷰 금지로 이를 못하게 됐다는 취지다. 이어 “코로나 이후 북중 국경 통제와 이동 제한으로 탈북자 수가 급감하고 있어, 이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정보 수집 방법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도 했다.

10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4 북한인권백서 발간 기념 세미나가 열렸다. 이 세미나에는 전문가와 시민 등 약 200여명이 참석했다./장윤 기자

이들이 마지막으로 발간한 2020 북한인권백서는 누적 기준 7만8798건의 사건, 4만8822명의 인물 데이터 기반이었는데, 올해 발간한 백서는 사건 8만7317건(2020년 대비 10.8% 증가), 5만6452명의 인물 데이터(15.2% 증가)가 기반이 됐다.

이들이 갖고 있는 인권 데이터베이스의 88.3%가 탈북자 자체 인터뷰, 수기 출판물(5.7%), 신문기사(3.8%), 설문지(1.4%) 순이며, 전체 응답자 중 39.8%가 피해자, 이어 목격자(21.8%), 피해자 가족이나 친척(12.1%) 순이다. 지역 별 인권 침해 발생 건수는 중국 국경과 맞붙어 있는 함경북도가 3만1271건으로 가장 많았다. 함경북도는 탈북을 시도하다가 붙잡혀 불법 구금되거나(1만4904건), 이로 인해 사형(4015건)된 건이 많았다.

이번 백서에는 코로나 시기 북한 실태가 담겨있다. 코로나 시기에 강제 노동을 했다는 탈북자 A씨는 “코로나 이전까지는 동원된 사람들의 가족들이 식량을 보내줬지만, 코로나 이후로는 가족 면회가 금지되며 사망자가 늘었다”고 진술했다. A씨는 “2022년 5월 동료가 강제노동을 가던 길에 맥없이 풀썩 쓰러져 죽었다”며 “노동 강도가 높은데 그만큼 영양을 섭취하지 못하니까 버티지를 못하겠더라”고 밝혔다.

코로나 시기 북한의 검사·격리 시스템이 부실했다는 진술도 있다. 탈북자 B씨는 “북한은 코로나 진단 키트가 없었다”며 “산에서 꿩이나 멧돼지를 잡는 사람들은 코로나 확진자로 의심돼 모두 시군 비상방역위원회 격리시설에 격리됐다”고 진술했다. B씨는 “2021년 2월 내가 있던 격리시설에서는 격리자들이 다 같이 목욕하다가 중앙당에 보고됐다”며 “책임자였던 당 위원회 조직비서와 인민위원장이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중앙당 부장, 부부장급 앞에서 총살당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발간된 2024북한인권백서의 모습./장윤 기자

이날 임순희 NKDB 인권본부장은 “2020년에 발간된 마지막 백서는 2020년 3월까지의 조사만 반영됐다”며 “그 이후에 북한이 제정한 악법인 반동문화사상배격법, 평양문화보호법, 청년교양법 등에 의한 처벌 사례들이 이번에 발간되는 백서에 비로소 포함됐다”고 말했다.

이날 ‘사건 및 인물 데이터의 기록’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한 문서영 NKDB 조사분석원은 “2020년 이후 북한 주민들이 통신망을 통해 외부 세계에 대한 정보들을 수집하다가 북한 당국의 처벌을 받은 경우가 급격히 늘었다”면서 “그러나 지난 4년간 북한인권백서를 출간이 중단되며 해당 내용은 이제야 발표될 수 있게 되었다”라고 밝혔다.

NKDB 관계자는 “우리나라 정도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북한 인권 활동에 영향을 받지 않는 시기가 올 때도 된 거 같다”면서 “의식의 전환이란 게 쉬운 문제는 아닌 거 같다”고 했다. 이어 “모든 북한인권단체들이 바라는 소망은 정권에 휘둘리지 않는 활동을 할 수 있는 지속적인 정책과 일관된 태도”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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