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베 마라톤 첫 풀 후기 겸 대회 영업
11/17 대회가 일주일 지났는데 계속 임시저장 해두다가 삭제될 날이 코앞이라 올려봅니다.
글을 쓰는 이유는 인생에서 나름 큰 업적인 풀코스 첫 완주에 대해 최대한 생생할 때 남겨놔야겠다는 생각과,
일본 대회를 직접 느끼고 즐겨보셨으면 하는 마음에서 홍보를 하기 위함입니다.
뭔가 알려드리고 싶은? 것들 위주로 간단하게 써보려구요.
자세한 거는 실베간 해삼1호님 후기나, 곧 올라올 스톤님 262wave 유튜브 보시면 될 것 같슴다ㅎㅎ 재밌게 찍으신 것 같아 기대중입니다.
1. 고베 대회 참가 이유
-. 첫 일본 행선지, 출장지가 고베 지역(KOBELCO)이었기 때문에 친숙한 면이 있었고, 제대로 여행해보고 싶다!
-. 5월에 센다이 하프 처음 뛰어보고 일본뽕 주입됨.
-. 올해 러닝 목표가 풀코스 완주였는데, 다들 첫 풀은 메이저여야 한다는데 신청을 못했던 차에,
고베 대회 계속 째려봤는데 비용 때문에 망설이다가 8월 마감날까지 마감이 안되길래 막차로 신청
2. 준비 과정
-. 런갤 형님들 후기, 마라톤 온라인 칼럼 보면서 혼자 준비(크루X, 마클X)
-. 그 날 몸 상태에 따라 내키는 대로 뜀. 그냥 제 마음대로 거리, 페이스 정하고 무식하게 뜁니다.
-. 마일리지가 적음, 몸이 괜찮은 선에서 한 번 뛸때 부하를 가급적 많이 주려고 했음.
-. 10월 하프 대회에서 뽀록으로 1시간 31분을 찍고 가민도 레이스 예상을 3:18로 해줘서, 하프*2+10분 공식에 따라 320언더에 도전해보기로 함.
(누구나 쳐맞기 전까지는 그럴싸한 계획이 있다ㅠㅠ)
-. 35km까지 장거리 뛰어봤지만, 대회 페이스로는 하프 거리까지만 뛰어봄
3. 대회 1일 전
-. 피로를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 할 것만 하고 쓸 데 없는 에너지 소비하지 말자. 참자고 다짐.
-. 간사이 국제공항 입국 후 곧바로 리무진버스로 고베산노미야역-포트라이너로 엑스포 장소로 이동
-. 이런 엑스포는 처음이었는데 준비를 많이 한 것이 느껴짐. 대회에 대한 기대감 증폭
-. 중국 초청 러너분들과 인터뷰하는데 타카야 미츠카, 시무라 미키가 참여. 건강미가 철철 넘치심.
미키님이 나에게 손을 흔들어준것 같아 순간 매우 설렜습니다.
-. 고도차가 30m? 높이가 철인28호 상의 2배 정도 된다는데...?
요래 생겼다고 함(출처 KBS 걸어서 세계속으로 유튜브)
지금 보니 저거 두 배 높이를 막판에 올라가려면 ㅗㅜㅑ...
-. 참가자 수가 2만명인데 자원봉사자 수가 6,500명.. 보고 경악해서 찍음 ㄷㄷㄷ 엄청 많은 거죠?
-. 숙박비가 부담되어 고베에 머무르지 못하고 오사카 신사이바시 구역으로 이동, 파스타 2그릇 로딩
-. 호텔에 쳐박혀있어야 했거늘, 출발전 먹을 아미노바이탈 5000은 현지에서 구하려고 했어서 도톤보리까지 온 드럭스토어를 돌아다님.
결국 구하긴 했는데 가민 시계에 2만보 넘게 찍혀있어 에너지 손실 최소화 계획은 실패함.
4. 대회 당일
-. 쌀떡국, 편의점 롤케잌(카스타드 대체) 먹고 고베산노미야역까지 전철 이동
-. 구글 지도에서 최단 시간으로 가라는대로 갔는데 환승을 3번 함. 지도에 내 위치도 잘 안 찍혀서 길 안 잃으려고 정신 바짝차림.
우메다역/오사카우메다역/오사카역 이름도 비슷한 것끼리 막 섞여 있는데 고속터미널역 처음가는 촌놈된 느낌임.
금번에 좀 다녀보니 별거 아닌 것 같기도 한데 당시에는 엄청 긴장함.
마지막에 탄 JR급행선은 복판에 낑겨서 손잡이도 못 잡고 온 몸에 힘 주면서 감.
안그래도 다리가 무거웠었는데 전철에서 내리니 힘이 쭉 빠지는 느낌? 그래도 대회뽕을 기대하며 320은 비벼볼 수 있다는 근자감이 남아있었음ㅋ
5. 레이스
-. 신청할 때 예상 기록을 3시간59분으로 내서 E그룹으로 배정됨. (M그룹까지 있음)
당시에는 Sub4가 당연한 목표였는데 지금의 Sub320 목표를 달성하려면 40분 그 사이 만큼의 러너들을 제껴야하는 것임.
울화통 터지는 병목에..초반부터 와리가리했는데 3km쯤 가니 가민 구간 알림과 실제 구간 표지에 0.3km 차이가 남.
시계 GPS가 잘못된 거라고 믿었는데 0.3이 줄지가 않고 0.4, 0.5 더 벌어짐..
42.195km보다 이만큼 더 가야 한다는 게 심리적으로 엄청 압박이었음. 평균 페이스를 몇 초 더 당겨야 맞출 수 있으니
-. 초반에 4:00 페이스메이커 그룹을 만나고 위기감에 열심히 도망갔음. 5km쯤 가서 4:44평페(3시간 20분) 따라잡고 조금 여유주면서 쭉 밀었음.
하프까지 C그룹, B그룹 후미와 함께 약 4분38초 페이스로 갔던 것 같음. 해볼만 하다는 착각을 함.
-. 언젠가부터 엄청 더운 느낌이 들면서 마셔야 할 물을 머리에 끼얹고 있음. 26km부터 다리가 잠기기 시작, 페이스가 450, 500.. 점점 밀림.
철로 위 다리를 건너는 구간이 몇 군데 있는데 건널 때마다 페이스가 쭉쭉 떨어짐.
아, 풀코스에 대회뽕은 어림도 없구나, sub330만 하자는 생각을 함.
-. 풀코스는 30km가 반환점이다, 32km부터 시작이다, 남은 얼마 안되는 거리가 그 전보다 훨씬 힘들다는 런갤 형님들의 조언이 근육과 관절 온 몸에서 느껴짐.
10km, 하프 대회 기록 얼마 찍었는데 풀 330언더 가능할까요? 매일같이 물어보는 글들이 떠오면서
글쓴이들이 내 지금 몸 상태에 빙의되서 한 번 느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함.
앞으로 그런 글들 올라오면 '십중팔구 불가능합니다. 님도 글리코겐 고갈 느껴보십쇼'라고 달아줄거다 다짐하며 오만상을 하며 뜀.
-. 30km 중후반에 5:30, 5:40페이스까지 밀려서 sub330도 포기함. 근데 벌어놓은게 있어서 3시간 40분 안으로는
뭘 해도 무조건 들어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내려놓고 펀런모드로 전환함.
응원하는 자봉분들 거의 모든 분께 하이파이브, 따봉, 오오키니, 박수, 환한 미소 등 최대한 호응하면서 감.
-. 고베 대교 올라갈 때 제대로 쳐맞고 6분 초반 페이스가 찍힘. 대회에서 느낀 최고의 통곡의 구간
분명 뛰고 있는데 앞으로 안나가고 제자리 뛰기 하는 느낌?
그래도 황영조 감독님의 "끝까지 쉬지 않고 뛰어야 완주" 말씀을 기억하며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
-. 최종 기록은 3:35:23으로 목표에는 크게 못 미쳤지만 그래도 첫 목표였던 완주를 건강하게 했고,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고 자기 합리화를 해봅니다.
가장 큰 원인은 연습과 실력 부족이고, 그 뒤로는 그룹 배정 미스, 자기 객관화 실패, 더운 날씨, 테이퍼링, 컨디션 관리 전략 미흡 등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마라토너들에 대한 존경(직접 맞아보니 느껴지는 것들이 있습니다), 하염없이 겸손해져야겠다고 다짐합니다.
-. 말도 안되는 목표를 잡았다가 쳐맞고 시원하게 고꾸라지는 후반 페이스
-. 날씨와 습도가 높긴 했네요 11월 중순인데...좀 더 시원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한국처럼 일본도 이번주부터 많이 쌀쌀해졌기에 더욱 아쉽습니다.
6. 레이스 후, 귀국 후
-. 피니셔 타올 받고, 간식 받고, 메달 받고, 짐 찾으러 전시홀 들어갔는데 자봉 분들이 박수 쳐주심.
완주 직후에 한 번 울컥했는데 이 때 더 울컥해서 나도 박수 격하게 쳐줌.
나는 몇 초면 끝나는 박수인데, 문득 이 분들을 포함한 모든 분들이 3~4시간은 계속 서서 박수치고 급수하고 쓰레기 줍고 짐 찾아준다 생각하니 너무 감사했음.
-. 절뚝거리면서 호텔로 복귀, 첫 풀 후유증이 크다해서 잠들기가 무서웠는데 근육통 외에는 큰 문제가 없어서
다음날 고베 다시 가서 돌아다니고 저녁에 우메다 여기저기 쫙 돌고 3만4천보 걸음.
귀국해서도 멀쩡해서 정상적으로 연습 중임(10km 49분, 46분 2회) 한편으로는 최선을 다하지 않았던 것 같아 마음에 걸림.
★7. 대회 영업(내년 11/16에 참가를 해야할 이유!)
-. 저는 내년 11월에 회사 일정이 있어 참가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아쉬워서 영업 좀 하려고 합니다.
내년에는 많은 분들이 참가하여 사진도 찍고 후기도 공유해주시면 대리 만족하겠습니다.
4월 쯤에 Run Japan 사이트(구.런넷글로벌)에서 신청하시면 될겁니다. 참가비는 총 21,500엔(20만원 좀 안됨) 이었네요.
(1) 매너 - 세계 최고로 매너가 좋은 대회를 지향함. 간단하게 한국 대회에서 볼 수 있는 비매너, 눈쌀 찌푸려지는 모든 일들이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2) 응원 - 일본 대회가 다 비슷할 것 같은데 응원에 열정적이어서 힘을 받을 수 있음. 한국 메이저대회도 물론 열렬한 크루 중심 응원이 있지만
가족 단위로, 어린 아이부터 휠체어탄 어르신들까지 많이 나와 응원해주는 점에서 감동을 받았습니다.
대회 개최 취지가 1995년 한신,아와지 대지진 이후 완전한 재건까지의 과정에서 도움을 받은 것에 대한 감사와 보답의 의미가 있다고 하는데,
그런 분위기가 응원으로부터 느껴졌습니다.
(3) 자봉 - 대회 참가자수가 2만명이 좀 넘는데 자원봉사자가 6500명임. 대회 서포트하는 인원이 이 정도니 인력으로 밀어붙여서라도 대회 퀄리티가
좋을 수 밖에 없음. 전철 개찰구부터 안내 인원이 배치되어있음 ㄷㄷ.. 주로에도 촘촘하게 배치되셔서 모든 구간에서 박수와 응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4) 운영? - 대회 홈페이지나 SNS로 많은 소식들이 연중 계속 계속 올라와서 들어가서 확인하는 재미가 있음.
그냥 일본어 공식 홈페이지만 둘러봐도 운영진이 대회를 잘 치르려고 하는 의지가 느껴진다.
(5) 음식 - 고베 소고기 와규가 유명한데 완주 후 현지에서 맛보시는 고기맛이 아주 좋을 것입니다.
(6) 언어 - 항구를 끼고 있고 이국적인 도시여서인지, 대회 내외적으로 전체적으로 영어 병기가 잘 되어 있습니다. 일본어 잘 모르는데 크게 어려운 점 없습니다.
고베 사진으로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