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추천 여행지

한여름 바닷바람이 뜨겁게 스쳐 가는 계절, 바다 위에 은은히 불빛이 켜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작은 섬이 있다.
낯선 이들에게는 단순한 무인도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이곳에는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 살아온 이들의 간절한 마음이 깃들어 있다. 가족이 먼바다로 나갔을 때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라는 기원이 불빛이 되어 바다를 밝혔다.
그 불빛 하나가 어둠 속에서 희망이 되어 길잡이가 되었다는 사실이 신비롭게 다가온다. 더구나 이 섬은 단순히 전설에 머물지 않고 지금도 여행자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물길이 열리면 바닷속에 숨겨진 길이 드러나고, 그 길을 따라 직접 걸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예상치 못한 순간에 바다 위에 길이 열리는 장면은 여름 여행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반전의 풍경이다.

섬에 오르면 장흥의 바다와 해안이 한눈에 펼쳐지고, 해 뜨는 장면과 노을이 뒤섞이는 광경은 카메라를 든 여행객들에게 인생 사진을 남겨 준다.
바다와 하늘이 만들어내는 색의 층위 속에서 섬이 지닌 이야기는 더욱 묵직하게 다가온다. 지금부터 소망을 품은 불빛의 섬, 소등섬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자.
소등섬
“썰물 때만 길이 열리는 전남 장흥의 신비한 무인도 소등섬”

전라남도 장흥군 용산면 상발리 산225에 위치한 ‘소등섬’은 남포마을 앞바다에 자리한 작은 무인도다. 이름에는 바다를 향한 염원이 담겨 있다.
예로부터 어부의 아내와 가족들은 집 앞에 호롱불을 밝혀두었고, 그 불빛이 먼바다에 나간 이들에게 길잡이가 되어 무사히 돌아오기를 빌었다고 전해진다.
그렇게 간절한 소망이 모여 섬의 이름은 자연스레 ‘소등섬’이 되었다. 오늘날 이 섬은 사진 애호가들에게 일출 명소로 알려져 있으며 득량만에 비치는 해돋이와 해넘이가 겹쳐질 때 특유의 아름다움이 드러난다.
소등섬을 중심으로 주변에는 상징적인 지형과 기념물이 자리하고 있다. 장수와 부를 기원하는 구돈산과 도투곶이가 인근에 있으며 대한민국 육지의 남쪽 끝을 기념해 1996년 정남진 표지석이 세워졌다.

또한 섬 맞은편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소망을 이루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조형물이 세워졌다. 등불, 희망, 소원을 상징하는 천지인 작품과 함께 당 할머니 상과 제단이 마련되어 방문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섬을 둘러싼 경관과 함께 이러한 기념물은 소등섬의 이야기를 더욱 깊이 있게 만든다.
소등섬의 가장 특별한 매력은 ‘모세의 기적’이라 불리는 현상이다. 하루 두세 차례 썰물 때가 되면 바닷물이 빠져나가면서 섬과 육지를 잇는 길이 서서히 드러난다.
바다 위로 난 길은 천천히 걸어도 5분이면 섬에 닿을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우며 그 과정 자체가 색다른 경험이 된다. 여행객은 바다 위를 걷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지만, 이 길은 오직 정해진 물때에만 모습을 드러낸다. 따라서 방문 전에는 반드시 물때 시간을 확인해야 안전하게 다녀올 수 있다.
소등섬은 상시 개방되어 있으며 휴일 없이 언제든 찾을 수 있다. 별도의 입장료는 없고 주차도 가능하다. 다만 섬을 오가는 길은 바닷물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므로 물때 확인은 필수다.

여름 바다의 향기와 붉게 물든 노을 속에서 소원을 빌 수 있는 작은 섬, 소등섬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