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작가 허유미 첫 시집 ‘바다는 누가 올려다보나’

김찬우 기자 2025. 10. 22. 17:16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해녀와 4.3, 제주 여성의 삶 담은 시집

제주 작가 허유미가 첫 시집을 펴냈다. 제목은 '바다는 누가 올려다보나'(걷는사람). 

걷는사람 시인선 130번째 작품으로 출간된 이 시집은 제주에서 나고 자란 시인이 온몸으로 경험한 삶과 역사, 그리고 그 속 여성들을 담아낸 기록이다.

해녀들의 물질과 제주4.3, 그리고 제주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이 시적 언어로 새롭게 태어났다. 올려다 본 바다, 허유미의 시에서 바다는 단순한 자연을 넘어선다. 

바다는 그 자체로 삶의 무게와 투쟁을 담아내는 공간이다. 시인은 해녀들의 삶을 통해 바다가 "바다 외 아무것도 가지지 않는다"는 진실을 응시한다. 

시는 물질을 통해 삶의 고통과 희열을 동시에 겪어 내는 존재들을 묘사하며, 자본의 논리가 삶을 덮어 버린 현실을 날카롭게 응시한다.

편집자는 시집의 가장 중요한 정서적 축은 어머니와 딸의 관계, 그리고 이를 확장한 모성 공동체에 있다고 설명한다. 시인은 모성이 단순히 숭고한 관념이 아니라 고통과 쾌락, 애정과 증오가 뒤섞인 양가적이고 비균질적인 사건임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또 이런 모성은 혈연의 경계를 넘어선다. 시인은 불턱에서 서로를 어멍처럼 품어주는 해녀들처럼, 4.3의 참혹한 역사 속에서도 삶을 지탱하게 해 준 것은 바로 서로를 돌보고 의지하는 공동체의 힘이었다고 이야기한다. 

눈앞이 캄캄할 때
게우젓 먹일 욕심으로 물 밖으로 나온다며
울먹이며 입 안에 넣어 주려다 엄마는 자기 입에 먼저 넣는다

게우젓 맛이 이 정도다

죽기 전 게우젓 만드는 법을 가르쳐 준다더니
오늘 만든 게우젓이
엄마 유언 같다는 생각을 하며
울먹이다 게우젓 흘리자 날름 주어 옴막 삼킨다

게우젓 맛이 이 정도다

슬픔이 볕을 찾는다
- 「게우젓」 부분

안현미 시인은 추천사에서 "허유미 시인의 시 속에만 있는 뿔소라처럼 딱딱한 그 눈물 맛을 본 사람은 이 첫 시집을 오래 잊지 못할 것"이라며 "아픈 자식 먹이려 다 자기 입에 먼저 넣는 엄마의 게우젓처럼 첫 시집 맛이 이 정도"라고 소개했다.

장은영 문학평론가는 "시집 속 제주가 평면의 풍경이 아닌 우리 모두가 연루돼 있는 삶의 세계를 담고 있다"며 "제주의 바다와 바람, 제주의 언어와 삶의 양식 그리고 역사적 사건이 그물처럼 얽힌 삶의 세계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허유미 시인은 제주 모슬포에서 태어나 2016년 '제주작가' 신인상과 2019년 '서정시학'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청소년 시집 '우리 어멍은 해녀', 공동 시집 '시골시인-J'을 펴냈다.

걷는사람, 148쪽, 1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