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 매니아가 알려주는 올바른 세탁법 10단계
안녕하세요, 모자 매니아 강현모입니다. 한때 ‘강현모자’라고 불렸을 정도로 모자를 좋아합니다. 아주 덥지만 않으면 모자를 자주 쓰기 때문에 요즘 같은 때도 모자를 애용합니다. 많이 쓰는 만큼 세탁도 중요한데요. 한때 ‘생지 청바지는 세탁하는 게 아니다’라는 얘기가 돌았던 것처럼, 모자도 세탁하면서 쓰는 게 아니라는 말들이 많았습니다. 세탁 후 모자가 변형된다는 우려 때문인데, 사실 모자도 빨아서 쓰는 소모품이에요. 한껏 땀이 난 상태에서 씻지 않으면 트러블이 올라오듯, 모자도 세탁하지 않고 땀에 찌든 채로 방치하면 쉽게 변색되고 상해버립니다. 당연히 피부에도 좋지 않고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올바른 모자 세탁법. 최근 릴스에서 많이 보이기도 하는데, 잘못된 정보들이 삽시간에 퍼지는 걸 보고 ‘바로 잡아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제가 쓰던 모자들을 직접 세탁하며 설명할 테니 잠시만 집중해주세요!
준비물
세탁할 모자, 중성 세제, 부드러운 스펀지 또는 안 쓰는 칫솔
모자 세탁은 소재에 따라 다르지만, 방법은 거의 같습니다. 저와 제 주변 사람들이 자주 쓰는 3가지 유형을 모아 봤어요. ①면 소재 모자 ②흰색으로 된, 혹은 모자 안쪽에 흰색 안감이 덧대어진 모자 ③나일론 소재 모자. 각각 세탁을 진행해 볼게요.
[세탁 시작]
3가지만 기억하세요. ①20분 안에 끝내기 ②미온수에 중성세제 ③말릴 때는 챙을 위로. 이 3가지만 유의하면 사계절 내내 변형 없이 쾌적하게 쓸 수 있습니다. 관리만 잘하면 5년, 10년도 쓸 수 있어요. 세탁 순서는 아래 방법을 그대로 따라해주세요. 그리고 고무장갑을 꼭 착용해주세요. 저는 설명을 위해 맨손으로 세탁했지만, 습진이 생길 수도 있으니 꼭! 고무장갑을 착용해주세요.
1) 미온수에 중성 세제를 풀어주세요.
가정집 샤워기 기준으로 미지근한 물을 틀어주세요. 너무 뜨거우면 색이 잘 빠지고, 열 변형이 일어날 수 있어요. 중성 세제가 없으면, 주방 세제로 대체해도 큰 문제는 없습니다. 오히려 음식물이 묻었을 때에는 주방 세제가 더 깨끗하게 씻겨요.
세탁할 때는 대야를 써도 좋고, 세면대를 써도 좋습니다. 다이소에서 5,000원 미만으로 다양한 사이즈의 대야를 구매할 수 있으니 참고해주세요.
2) 거품을 충분히 만들어주세요.
세제를 조금만 넣어도 거품이 잘 생깁니다. 손으로 휘적이며 거품이 충분히 생기게 해주세요. 이 거품을 이용해 오염 부위를 닦아낼 겁니다.
3) 모자가 완전히 잠기게 담가 주세요.
겁먹지 말고 풍-덩 담가 주세요. 물에 완전히 적신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때, 거품이 모자를 에워싸도록 거품 속에 파묻어주세요. 모자 전체가 담가진 상태로 때가 불려지도록 10~15분 정도 방치해둡니다.
4) 오염 부위를 솔로 닦아 주세요.
청소용 솔 대신 안 쓰는 칫솔, 부드러운 스펀지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이마와 자주 닿는 밴드 부분, 땀이 굳어 소금띠가 생기는 모자 챙 윗면을 살살 문질러주세요.(너무 세게 문지르면 올이 일어나거나 모자가 찢어질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머리 뒤쪽의 버클과 스트랩 부분도 빠짐없이 닦아 주세요. 세제가 남아있을 경우 쇠로 된 파츠가 녹슬거나 변색이 될 수 있습니다.
5) 거품이 나지 않고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헹궈 주세요.
깨끗하게 헹구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세탁을 아무리 잘해도 세제가 모자에 남아있으면 무의미해요. 오히려 안 좋습니다.깨끗하게 충분히 헹궈 주세요.
세제가 남아있으면 거품이 계속 나오고 미끌거립니다. 손으로 문질렀을 때 미끄럽지 않고,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충분히 헹궈 주세요.
6) 모자를 접는다는 생각으로 물기를 살짝 빼줍니다.
비틀어서 물기가 빠질 때까지 꽉 짜내는 게 아닙니다. ‘물을 많이 머금은 걸 살짝 털어낸다’라는 생각으로 살짝만 눌러줍니다.
7) 수건으로 모자의 물기를 빼줍니다.
뽀송뽀송한 수건으로 모자를 감싸서 물을 빼줍니다. 모자의 챙, 앞면, 옆면 구석구석을 압착하여 빼주세요.
(왼쪽 : 수건으로 물기를 빼서 형태가 잡힌 모습 / 오른쪽 : 수건으로 물기를 빼지 않아 물을 잔뜩 머금은 모습)
물을 충분히 빼주지 않으면 건조 과정에서 모양이 일그러질 수 있습니다. 다시 모자를 쓰면 충분히 펴지는 주름이지만, 최대한 주름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해요. 수건이 물을 흡수한다는 느낌으로 빼주세요.
8) ‘챙이 하늘 방향으로 가도록’ 모자를 걸어서 말려 주세요.
챙이 하늘 방향으로 가도록 말리면 건조 과정에서 생기는 뒤틀림과 챙의 변형을 막을 수 있습니다.
모자 파츠 중에서 챙이 가장 무겁고, 면적도 넓습니다. 챙이 아래로 향하면, 물이 아래로 빠지는 과정에서 모자 몸통 부분이 일그러지기 시작합니다. 무게 때문에 자연스럽게 구겨지는데, 모자가 완전히 말랐을 때 주름이 많이 생기면 쉽게 펴지지 않아요. 두상에 맞춰 두었던 방향이 틀어지거나, 모자 챙이 정면에서 봤을 때 비뚤어져 보이는 현상이 생기기도 합니다.
9) 모자 안에 신문지를 넣지 마세요.
수많은 릴스에서 가장 많이 범하고 있는 오류입니다. 형태 유지는 할 수 있겠지만, 신문지를 뺐을 때 변형이 생기기도 쉽습니다. 새 신발 안쪽을 종이로 채워 넣듯이 모자 안을 신문지로 꽉 채우면, 모자가 마르고 나서 그 형상을 기억하기 때문에 머리 형태에 맞게 감싸는 쉐입을 잡아주지 못해요.
홑겹으로 된 모자, 두상에 따라 자연스럽게 머리에 붙는 면 소재의 볼캡이 특히 그렇습니다. 머리에 착 감기는 느낌 없이 붕 뜨는 공간이 생기고, 모자 핏을 잘 잡아주지 못합니다.
바싹 마른 모자에 장마철 제습 목적으로 신문지를 채워 넣는 건 좋아요. 다만, 세탁 직후 젖은 모자 안쪽에 보형물이나 신문지를 넣어서 모양을 잡는 건 참아 주세요. 특히 모자의 ‘핏’을 중요하게 생각하신다면, 다 마른 모자를 머리에 맞게 조절해서 쓰는 게 가장 안전합니다.
10) 소재에 따라 약간의 과정만 추가하면 됩니다.
흰색 모자 또는 흰색 안감의 경우: 미온수에 중성 세제를 풀고 과탄산소다를 같이 넣어주세요. 살짝 뜨거운 물에서 잘 녹는데, 알갱이가 완전히 풀어질 때까지 휘저으며 녹여주세요. 흰색 원단에 찌든 때를 하얗게 벗겨내 줍니다. 10분 정도 불린 후에 솔로 살살 문질러 닦아내 주세요. 충분히 헹구지 않으면 얼룩이 더 생기니 주의해주세요.
나일론 소재의 경우: 빠른 세탁이 생명입니다. 땀이 찌들었을 때 얼룩이 쉽게 지워지지 않으니, 웬만하면 바로바로 세탁해주세요. 솔로 너무 세게 문지를 경우 올이 튀거나 나갈 수 있으니 주의해주세요.
모자도 보통의 옷과 똑같습니다. 땀이 묻고 오염이 생기면 빨아서 쓰는 물건이에요. 오염이 생긴 상태로 방치하는 것이 오히려 모자의 수명을 줄이는 행위이니 이 점을 꼭 참고해주세요.
처음 물에 담그는 순간부터 깨끗이 헹궈내는 단계까지 꼭 20분 안에 끝내 주세요. 세제 물에 담근 채로 너무 오래 방치하면 모자의 색이 많이 빠지거나, 심한 경우 소재에 따라 얼룩이 남을 수도 있으니 주의해주세요.
최근 수많은 쇼츠와 릴스를 통해 수많은 세탁 꿀팁이 알려지고 있지만, 몇몇 잘못된 정보가 필터링 없이 전해지고 있어 아쉬운 마음에 글을 적어 보았습니다. 모자만 십수 년 이상 만들어 오신 제작자들, 그런 모자를 전문적으로 판매해온 분들, 그 과정을 통해 구매하고 오랫동안 써 봤던 저의 경험을 통해 남겨진 이 글이, 여러분의 생활 속 지혜로 이어졌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