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정치가와 정치꾼
[윤준호 해설위원]
그렇지 않아도 지난해 연말 이후 꽉 막혀있던 정치권이 일부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5.18 민주화운동 폄훼 발언으로 더 혼란스러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관련 의원들의 출당을 요구하는 한편 오늘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기로 했습니다.
사태가 이렇게 악화되게 된 과정에는 자유한국당 지도부의 애매한 처신도 한몫을 했습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들 폄훼 발언이 논란이 되자 역사적 사실에는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수 있다며 관련 발언을 옹호하는 듯한 태도를 취했습니다. 이에 대해 박원순 서울시장은 그렇다면 일본 아베 정권의 종군위안부 망언도 다양한 해석에 해당되느냐며 망언은 망언일 뿐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사실 5.18의 역사적 평가와 사법적 판단은 바로 자유한국당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김영삼 정부 때 이뤄진 것입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서 내란수괴로 최종 법적 판단을 내린 것도 김영삼 정부 때입니다. 그런 만큼 이들 의원들의 발언은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고 또 논란을 불러올 것이라는 점을 몰랐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 시점에서 이런 뜬금없는 공청회를 열고 이런 발언을 했을까 궁금합니다. 일부에서 제기하듯이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의 표 결집을 노린 것이라고는 차마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정치에도 금도는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김진태 의원이 지난 일요일 출당 논란이 자신을 띄워주고 있다고 한 발언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근대 민주주의의 발상지인 영국에서는 정치가를 스테이츠먼, 정치꾼을 폴리티션이라고 구분해 부릅니다. 정치가는 다음 세대의 문제를 걱정하고 정치꾼은 다음 선거를 걱정한다고 합니다. 충돌하는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라고 합니다. 우리 국회에는 정치가가 많은지 아니면 정치꾼이 많은지 궁금합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윤준호 기자 (junho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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