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의 에로틱 시네마>친구·前부인·연인 얽힌 섹스와 살인.. 히치콕의 가장 야한 작품


■ 프렌지
1972년에 개봉된 영화 ‘프렌지’(사진)는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작품 중 가장 (적어도 시각적으로는) 야한 영화다. 이는 1960년대 말에 폐지된 영화제작코드, 즉 영화검열시대의 종료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영화의 첫 장면은 히치콕이 영국에서 만든 초기작 ‘하숙인’(1927)의 오프닝과 매우 유사한 시퀀스로 시작된다. 템스강 한가운데에서 시체 한 구가 떠오르고 행인들은 목에 넥타이가 감겨 있는 나체 여성의 시체에서 시선을 떼지 않으면서도, 아무도 동정의 눈길을 보내지 않는다. 행인들 사이에는 블래니(존 핀치)라는 남자가 있다. 그는 코벤트가든의 한 술집에서 바텐더로 일하고 있는 공군 장교 출신이다. 현재는 알코올의존증에, 결혼중매업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전 부인 브렌다(바버라 리헌트)에게 생활비까지 의존하는 비루한 인생을 살고 있다. 그나마도 술집에 있는 술을 몰래 빼먹는다는 이유로 해고까지 당한 그는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한심한 인생의 전형을 보여주는 블래니와 대조를 이루는 캐릭터는 그의 친구 러스크(배리 포스터)다. 과일 도매상인 그는 시장 상인 중에서 가장 호탕하고 지나치게 변죽이 좋아서 능글맞은 인상까지 준다. 언제나 사과 한 개를 물고 시장을 누비며 모든 상인(특히 여자 손님들)과 가벼운 농담과 인사를 교환할 정도로 오지랖이 넓다. 러스크는 난데없이 해고를 당한 블래니에게도 도움을 권한다. 그러나 블래니는 늘 그렇듯 브렌다를 찾아 자초지종을 늘어놓는다. 저녁을 함께한 후 다음 날에도 마음이 심란한 그는 브렌다를 찾아간다.
문제는 브렌다가 이미 ‘넥타이 살인범’에 의해 살해당한 후에 블래니가 사무실을 들렀다는 것이다. 블래니는 방 문 밖에서 그를 몇 번 부르다가 기척이 없자 사무실을 나왔지만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돌아와 브렌다의 시체를 발견한 비서 눈에는 블래니가 범인일 수밖에 없다.
영화의 본론은 브렌다의 살인사건으로 시작된다. 그러나 ‘사이코’(1960) 속 살인마 노먼 베이츠처럼 히치콕은 ‘프렌지’에서도 범인과 살해 장면을 관객에게 처음부터 공개하고 영화를 이끌어간다. 브렌다의 살인범은 러스크다. 그는 블래니가 오기 전 자신의 결혼 중매를 빌미로 브렌다의 사무실에 들러 데이트를 강요했지만 거절당하자 그를 강간하고 살해한 것이다. 히치콕은 연쇄살인을 다룬 전작들에 비해 높은 수위로 살인 장면을 연출한다. 마치 1960년대 섹스플로이테이션 영화들처럼 옷이 반쯤 벗겨진 브렌다의 가슴 한쪽을 클로즈업으로 찍고 변태성욕을 가졌으나 성 불능인 러스크의 성행위 숏을 브렌다의 비명과 컷 바이 컷으로 병치하는 부분 등은 히치콕이 전작들에서 시도하지 않았거나 할 수 없었던 파격적인 장면들이다.
경찰은 블래니를 브렌다의 살인범으로 지목한다. 그는 친구의 도움으로 바텐더 동료이자 연인인 바버라(애나 마시)와 파리에 피신해 있기로 한다. 블래니와 역에서 만나기로 한 전날, 바버라는 바의 단골 중 한 명이던 러스크의 꼬임으로 그의 집에 들르게 되고 그 집에서 러스크는 또다시 살인을 벌인다. 러스크의 두 번째(오프닝 시체를 제외하고) 살해는 장면의 묘사 없이 집 안으로 들어간 바버라가 잠시 후 러스크가 들고나오는 포대자루 속 물체로 보이는 것으로 암시된다. 그는 포대를 감자 운반 트럭에 실어버리고 그의 넥타이핀을 움켜쥔 채 죽은 바버라의 손가락을 부러뜨려 증거를 포획한다. 바버라의 시체는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역시 넥타이로 목이 묶인 채 나체로 발견되고 이로써 연인이었던 블래니는 살인범으로 더욱 확실시된다.
억울하게 체포된 블래니는 탈출해 러스크의 집에 잠입한다. 블래니를 추적하던 형사 역시 러스크의 살해를 목격하고 사건은 마무리된다. 이 영화는 히치콕 작품 최초로 나체가 등장해 화제가 됐다. 무엇보다 이 영화에서는 살인과 섹스를 집요하게 다뤘던 히치콕이 검열의 종말을 자축하는 걸쭉한 장면들로 가득하다. 그의 생전 말처럼 그에게 살인은 섹스를 보여주는 도구에 불과했던 것이다.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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