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콘' 1000회 기획 ③ '스포츠경향'이 뽑은 '개콘' 캐릭터 TOP10 [스경X분석]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2019. 5. 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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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코미디의 물줄기를 바꿨고, 이후 등장한 예능의 출연자 산실이 됐던 KBS2 <개그콘서트>가 오는 19일 1000회 방송을 내보낸다. 20살을 맞은 <개그콘서트>에는 성찬보다는 성난 목소리가 적지 않게 답지하고 있다. 1000회를 맞아 그 활력의 상실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스포츠경향’에서는 13일부터 15일까지 3일에 걸쳐 <개그콘서트> 1000회의 의미를 분석하고, 그 위기의 원인과 내부자들의 목소리 그리고 그들이 대한민국의 코미디를 바꾼 양상을 분석한다.

① 무엇이 지금의 ‘노잼 콘서트’를 만들었나

② ‘내부자들’에게 듣는 <개그콘서트>의 과거와 미래

③ ‘스포츠경향’이 선정한 <개그콘서트> 캐릭터 10선

KBS2 ‘개그콘서트’ 방송 화면. 사진 KBS

공개 코미디의 진수는 무대 위 출연자의 한 마디에 관객들이 모두 자지러지게 웃는 그 한 순간이다. 이 순간을 위해 개그맨들은 자신의 청춘을 바쳐 코너를 짜고 그 코너의 밀알인 캐릭터를 고안해냈다. <개그콘서트>는 20년, 1000회의 역사 동안 대한민국 코미디사(史)에 지워지지 않는 유명한 캐릭터들을 다수 배출했다. 그중에서 ‘스포츠경향’이 10개를 추렸다. 물론 인기와 인지도도 컸지만 ‘당시 판도를 어떻게 바꿨는가’ ‘코미디가 당시 사회의 유행을 어떻게 따랐는가’의 여부도 선정의 중요한 이유가 됐다.

① ‘사바나의 아침’ 추장 심현섭

‘사바나의 아침’ 코너에 출연한 개그맨 심현섭. 사진 경향DB

1999년 9월 태동한 <개그콘서트>는 초반 대거 신인 개그맨을 기용하고 형식 또한 파격적이어서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한때의 관심으로 머물 수 있었던 프로그램이 파괴력을 가진 것은 히트 코너와 캐릭터가 나왔기 때문이다. 당시 방송의 대미를 장식했던 ‘사바나의 아침’은 그런 의미에서 큰 파급력이 있는 코너였다. 이 코너를 보려고 많은 시청자들이 <개그콘서트>에 입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현섭 특유의 ‘아무 말’ 개그에 신들린 애드리브가 돋보였다.

② ‘갈갈이 삼형제’ 갈갈이 박준형

‘갈갈이 삼형제’에 출연 중인 개그맨 이승환, 박준형. 정종철. 사진 KBS

첫 방송 이후 승승장구하던 <개그콘서트>는 2003년 심현섭, 박성호, 강성범 등 주축들이 SBS로 대거 옮겨가면서 첫 번째 시련을 겪었다. 소수의 개그맨들이 꾸미던 무대에서 아이디어만 있다면 출연할 수 있는 ‘무한경쟁’ 시대가 된 것도 이때부터다. 박준형은 당시 신진급 개그맨들을 이끌고 <개그콘서트> 부활의 첨병 노릇을 했다. ‘갈갈이 삼형제’의 “무를 주세요” 유행어 뿐 아니라 ‘생활 사투리’ ‘우비 삼남매’ ‘청년백서’ 등의 코너를 기획했다.

③ ‘집으로’ 할머니 김준호

‘집으로’ 코너에 출연 중인 개그맨 김준호, 홍인규. 사진 KBS

김준호는 <개그콘서트> 첫 회부터 최근까지 1000회의 기간 동안 총 797회 출연해 단일 개그맨 최다 출연 기록을 갖고 있다. 그가 했던 <개그콘서트> 두 번째 장수 코너가 바로 홍인규, 김대희, 윤성호 등과 했던 ‘집으로’다. 2004년부터 약 2년2개월을 지속한 이 코너에서 김준호는 영화 <집으로>의 캐릭터를 변주한 할머니 캐릭터로 웃음과 눈물, 묘한 페이소스를 안겼다. 캐릭터와 구성, 분장까지 이후 김준호 개그의 토대가 된 여러 요소들이 이때 다 등장했다.

④ ‘깜빡 홈쇼핑’ 안어벙 안상태

‘깜빡 홈쇼핑’ 코너에 출연 중인 개그맨 김진철, 안상태. 사진 KBS

약간 모자란 느낌의 이른바 ‘바보’ 캐릭터는 국가를 불문하고 코미디의 원재료와 같다. 정상적인 사고를 하면 상황을 비틀거나 반전을 주는 구성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개그콘서트>에도 많은 ‘바보’ 캐릭터가 등장했다. 2004년 등장한 ‘안어벙’은 이 숱한 바보 캐릭터 가운데 현업 개그맨들의 극찬을 받는 캐릭터다. 전형적인 바보는 아니지만 카메라를 보지 않는 멍한 눈빛에 기묘한 논리까지, 안상태는 새로운 바보 캐릭터의 탄생을 알렸다.

⑤ ‘골목대장 마빡이’ 마빡이 정종철

‘골목대장 마빡이’ 코너에 출연 중인 개그맨 정종철, 김시덕. 사진 KBS

어떠한 코너든 한 번의 방송 만에 국민적인 관심을 얻기엔 쉽지 않다. 내용이나 캐릭터에 적응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6년 선보인 ‘마빡이’는 그렇지 않았다. 첫 방송 만에 KBS 예능국의 전화통에 불이 날 정도로 뜨거운 인기를 얻었다. 말 대신 이마를 연신 때리는 우격다짐식의 구성 그리고 개그맨 스스로가 무대에서 자신을 가학하며 보여주는 색다른 재미와 실제 연기자의 모습을 투영한 구성까지, <개그콘서트>가 여전히 인기가 있음을 증명했다.

⑥ ‘달인’ 달인 김병만

‘달인’ 코너에 출연 중인 개그맨 노우진, 김병만, 류담. 사진 KBS

<개그콘서트> 20년 역사에서 가장 긴 시간 방송된 코너가 바로 ‘달인’이다. 2007년부터 3년 11개월을 이어왔다. 최근 시청자의 투표로 선정된 ‘최고의 캐릭터’로도 ‘달인’ 김병만이 선정됐다. 처음 ‘허풍만 센 허당 달인’의 면모를 보이는 브리지(1분 이내의 짧은) 코너였던 ‘달인’은 김병만이 정말 기예를 연마하기 시작하면서 ‘진짜 달인’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으로 변모했다. 수제자 노우진과 사회자 류담, 셋의 끈끈한 조직력도 코너의 신선함을 유지시키는 비결이었다.

⑦ ‘봉숭아 학당’ 왕비호 윤형빈

‘봉숭아 학당’ 코너에 출연 중인 개그맨 윤형빈. 사진 KBS

2008년 지금은 tvN으로 적을 옮긴 김석현PD의 연출 당시 제작진의 장려로 많은 캐릭터들이 탄생했다. 캐릭터를 통해 인생이 가장 극적으로 바뀐 이가 바로 윤형빈이다. 그전까지 개그맨으로서는 특색이 없는 외모와 이미지로 고만고만하게 소비되던 그는 독을 품고 ‘비호감의 끝’ 왕비호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화장과 그물 스타킹의 조합 거기다 내뱉는 독설과 희안한 춤의 결합은 ‘악플이 무플보다는 낫다’는 속설을 증명시키며 윤형빈의 입지를 밀어 올렸다.

⑧ ‘분장실의 강선생님’ 안영미

‘분장실의 강선생님’ 코너에 출연 중인 개그우먼 안영미. 사진 KBS

‘분장실의 강선생님’ 역시 당시 제작진이 밀고 있던 ‘캐릭터 개그’ 정책의 산물이다. 강유미, 안영미, 김경아, 정경미 네 명의 개그우먼은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은 물론 ‘이 세상’ 사람의 것이 아닌 것 같은 독한 분장으로 승부수를 걸었다. 하지만 이 코너의 가치는 그 안에 숨겨진 소름끼치도록 사실적인 우리사회 위계질서의 ‘허위’였다. 특히 윗사람과 아랫사람 사이에서 위에는 아첨하고 아래에는 군림하는 안영미 캐릭터는 다양한 유행어와 함께 우리사회의 단면을 예리하게 보였다.

⑨ ‘비상대책위원회’ 육군 소장 김준현

‘비상대책위원회’ 코너에 출연 중인 개그맨 송병철, 김원효, 김준현. 사진 KBS

2000년대 말 <개그콘서트>가 배출한 거의 마지막 스타 김준현이 각광을 받기 시작한 코너다. 원래 김원효를 중심으로 짜여있던 코너는 카메라맨의 말버릇을 연기로 되살려낸 김준현의 연기력 때문에 그의 코너로 바뀌었다. 초반에는 관료사회, 공무원 사회의 보신주의를 풍자하다 이후에는 생활밀착형 풍자코너로 바뀌었다. 김준현은 서수민PD 체제에서 타고난 연기력과 해석력으로 여러 코너에서 주역 또는 구원투수 역할로 투입되며 전성기를 누렸다.

⑩ ‘용감한 녀석들’ 신보라

‘용감한 녀석들’ 코너에 출연 중인 개그맨 양선일, 박성광, 신보라, 정태호. 사진 KBS

2010년대에 들어선 <개그콘서트>는 ‘공감’을 주제로 콩트 기반의 생활밀착형 코너를 대거 선보였다. 여기서 연기력을 바탕으로 각광을 받았던 것이 신보라였다. 그는 이전 개그맨들의 과한 분장이나 유행어 반복이 아닌 연기력과 상황을 비트는 감각 그리고 노래실력으로 자신의 입지를 다졌다. 특히 이 코너에서는 박성광과 함께 PD를 ‘디스’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제작진과 출연자 사이의 기존관념을 허무는 시도도 했다. 당시 세워진 생활형 콩트의 기조는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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