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 있어?" "옷 잡지마!"..담배투기 단속반의 어떤 하루 [밀착취재]

“제가 지금 바빠서 이만….”
“꽁초 왜 버리셨어요?”
“죄송합니다.”
멀찌감치 간 남성은 갑자기 “아악!”하고 소리쳤다. 담배꽁초 무단투기 단속에 적발된 분노로 보인다. 이유를 물은 기자에게 죄송하다던 여성은 고개를 숙인 채 빠른 걸음으로 현장을 벗어났다. 이들이 떠난 자리에는 다 타고 남은 꽁초가 뒹굴고 있었다.



“서초구청 담배꽁초 무단투기 단속반입니다. 선생님께서는 방금 단속에 적발되셨습니다. 주민등록번호와 성함 부탁드립니다.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하면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꽁초 투기한 이를 마주할 때마다 단속반은 이렇게 말한다. 당연히 쉽지 않다. 단속에 협조하면 일은 금방 끝나지만, 조금이라도 반발하거나 상대방이 목소리를 높이면 시간이 점점 길어진다.
양씨는 “나이 드신 분들과 달리 젊은 분들이 협조를 잘 해주신다”고 말했다. 적발에 수긍하고 과태료 내겠다는 20~30대와 달리 그 이상 연령대 시민들은 배 째라는 식이다. 과태료를 내지 않고 떠나는 이를 제지할라치면, 방금 옷을 잡았으니 세탁비 수십만원을 달라며 요구하는 황당한 일도 있다고 단속반은 입을 모았다.
단속반이 이날 담당구역을 돌며 적발한 인원은 총 23명. 절반 이상이 강남역 거리에서 적발됐다.

일부 꽁초 투기자는 단속반이 왜 자기만 잡느냐며 불만을 드러냈다.
과태료 처분 사전 통지서를 든 두 20대 남성은 기자에게 “우리가 젊으니 잡는 것 아니냐”며 “물론 내가 잘했다는 건 아니지만 다른 사람도 꽁초를 길에 버린다”고 주장했다.
그렇다고 모든 흡연자가 꽁초를 거리에 버리는 건 아니었다.

신논현역 인근 교보타워 앞에서 단속반에 적발된 한 남성은 “아, 왜 여기서 담배를 피우자고 그랬어!”라고 옆에서 같이 흡연한 이에게 소리쳤다.
단속반에 화가 난듯 퉁명스레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말한 남성은 기자가 다가서자 얼른 자리를 떴다.

또 다른 남성은 인도가 아닌 조경용 화분에 담배를 버렸는데도 무단투기냐고 단속반에게 따졌다.
꽁초 투기로 적발된 여성이 순순히 응하면서 비교적 순조롭게 일과를 마무리하는 듯했던 단속반은 예상치 못한 일을 겪었다.
적발된 여성의 남자친구가 근처 건물에서 나오더니 “(여자친구가 담배를 버린) 증거가 있느냐”며 단속반의 명찰과 옷을 찍기 시작했다. 남성의 행동에 당황한 여성은 자기가 꽁초를 버렸다고 거듭 말했다.

힘든 일도 있지만 깨끗해진 거리를 보며 뿌듯함을 느낀다는 단속반에게 “꽁초 투기자가 사라져 할 일이 없어지면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김씨는 “자식 세대에게 깨끗한 환경을 물려줄 수 있으니 오히려 좋은 일 아니겠냐”고 답했다. 다만 그는 “시민의식이 완전히 개선되지 않는 한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초구 관계자는 “지난해 11월1일부터 올 1월27일까지 최근 3개월간 강남역 인근 단속 지역에서 담배꽁초 무단투기 총 1922건을 적발했다”며 “과태료 총 7794만원을 거둬들였다”고 말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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