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만 유튜버' 권인하 "2년 총수익 840만원, 젊은층과 교감이 내 수익"[SS인터뷰①]

이지석 2019. 2. 27.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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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가수 권인하(60)는 환갑을 맞이한 올해, 제2·제3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특히 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 서비스인 유튜브에서 그의 영향력은 상상 이상이다. ‘권인하 채널’ 구독자수는 18만명. 국내 남자 솔로 보컬로는 거의 한두 손가락에 꼽힐 정도의 구독자를 거느리고 있다.

그는 4년 전 EBS ‘스페이스 공감’에서 소녀시대 태연의 ‘만약에’를 절규하듯 부른 영상이 유튜브에서 인기를 끌며 ‘천둥호랑이’라는 별명을 얻는 등 가요팬에게 재조명받았다. 이후 개인 유튜브 채널을 열었는데 닐로 ‘지나오다’, 엠씨더맥스 ‘넘쳐흘러’, 윤종신 ‘좋니’ 등의 커버 영상, 리메이크 영상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권인하는 유튜브에서 성공을 기반으로 새로운 활동 모델을 개척 중이다. 젊은층과 적극적으로 교감하면서 자신과 비슷한 세대의 다른 가수들과는 가는 길이 달라지고 있다. 1985년 이광조의 ‘사랑을 잃어버린 나’를 작사·작곡하며 데뷔한 35년차 뮤지션의 최근 행보는 걷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 모두에게 전혀 새로운 모습이라 여러모로 흥미진진하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요즘 ‘가수’보다 ‘유튜버’란 수식어가 더 익숙해 보인다.

이제 익숙해졌다. 공부를 많이 했다. 혼자 실시간 라이브까지 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적인 부분의 공부를 해놨다. 아직 라이브 방송은 안 하고 있다. 그것까지 하면 정신이 없을 거 같다. 라이브 방송을 하면 동시에 채팅까지 해야 하니까. 일단은 콘텐츠를 만들어 업로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유튜버 입장에서는 젊은 층을 상대하게 되니까 어떤 노래를 부르면 좋아할지가 가장 큰 고민거리다. 직장인인 아들이 조언을 많이 해준다. 아들이 회사 호텔 사업부에서 일하는데 회사에 들어가서 ‘고객의 니즈가 무엇인지 읽어라’라는 걸 배웠다고 하더라.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캐치하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한다. 아들이 “아빠는 유튜브를 주로 보는 젊은이를 이해 못할 세대이니 노래에 일단 집중해라. 나머진 내가 돕겠다”며 선곡에 관여하고 있다.

-권인하 유튜브 채널은 오픈 2년만에 구독자수 18만명을 넘어섰다. 주위 반응은.

모두 놀란다. 솔로 가수 중에는 노라조 출신 이혁이 25만명 정도로 1위다. 그 다음 나와 임한별 정도가 비슷하다. 나는 15~16만명이 늘어나는데 불과 10달이 걸렸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 한편으론 즐겁다.

이런 상승세를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떤 좋은 노래를 어떻게 부를지 고민한다. 원래 있는 노래 MR을 써서 커버를 해야 할지, 내가 리메이크 개념으로 반주를 새로 만들어서 갈지도 고민 중이다.

어떤 구독자들은 내 스타일로 원곡을 변형하는 걸 이해 못하기도 하더라. 멜로디를 좀 더 정확하게 불러달라는 요청도 받는다. 그러나 난 내 스타일로 바꿔부르는 리메이크를 생각하지, 원곡자와 똑같이 부르겠다는 생각을 원래 안한다. 젊은 커버곡 유투버들을 보면 원곡자와 목소리, 노래 길이, 호흡까지 똑같이 커버하기도 한다. 나는 그렇게 부르면 의미가 없는 것 같다. 30년 넘게 노래를 부른 사람이 어린 후배들의 노래를 똑같이 부르는 건 좀 아닌 거 같다.

물론 구독자의 80~90%는 내 리메이크를 신선하게 느낀다. ‘왜 박자를 늘어뜨리지?’, ‘왜 엇박자로 부르지?’라며 이해 못하는 이의 비율은 10~20% 정도다. 그런 걸 설명하고 넘어가야 하는지 고민된다.

-수많은 유튜버들이 커버 영상, 리메이크 영상을 올린다. 권인하 영상 만의 장점은.

나는 편집없이 원테이크로 촬영한다. 한방에 노래하고, 한방에 촬영을 끝낸다. 수정을 하면 내가 아닌 거 같아서 못하겠다. 물론 쉽지 않다. 한곡을 유튜브에서 부르기 위해 열흘 동안 오직 한곡만 연습할 때도 있다. 엠씨더맥스의 ‘넘쳐흘러’를 오리지널 키로 부르려니 너무 힘들더라. 평소 잘 안내던 고음역대를 써야 하니 연습을 해야 한다. 나는 젊은 가수들처럼 반가성을 써서 음을 살짝 띄우는 걸 배우지 못했다. 나는 두성을 섞어 진성으로 뽑아내는 스타일이다. 나는 그냥 때려야 하는 유형이라 요즘 젊은 가수들보다 체력 소모가 있다.

-유튜브로 수익이 많이 났을 것 같다.

노래 커버 영상으로는 수익이 발생되기 힘들다. 유튜브는 저작권을 중시한다. 2차 음원 저작권 문제가 있는데 예를 들어 내가 퀸의 ‘위아더챔피언’ MR을 다운로드받아서 거기에 노래를 얹으면 영상을 유튜브에 업로드할 때 필터링이 된다. 미국의 경우 유통회사와 유투버가 수익을 나누는데 우리나라는 MR을 활용한 커버 영상의 경우 음원 유통 대행회사가 모든 수익을 가져간다. 유튜버에게 돌아오는 수익은 없다. 단, MR을 안 쓰고 새롭게 편곡해 커버곡을 부르면 수익이 발생한다.

이런 경우도 있었다. 내가 내 노래 MR을 틀고 유튜브에서 불렀는데 수익이 창출되지 않더라. 유튜브에 항의했는데, 알고보니 음원 유통회사에서 저작권 관리를 대행한다며 수익 창출을 막아놨더라. 내가 제작한 노래이고, 내가 음원 소유권을 가진 앨범 제작자이고, 음원이 내 소유물인데 왜 수익이 나에게 오지 않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음원 유통회사에 직접 말하니 그제서야 내게 수익이 배분되기 시작됐다.

유튜브의 광고 수익이 음원 유통회사를 한번 거쳐 분배되는데 우리나라 유통회사들이 그 수익을 유튜버와 나누지 않는 건 앞으로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는 문제다. 미국처럼 이익을 많은 이들이 공유하는 시스템으로 가는게 맞지 않나 싶다. 유튜버들에게 희망을 줄 필요가 있다.

-그럼 지금까지 유튜버로 번 수익은 많지 않나.

편곡을 새로 해서 부르면 수익이 더 나겠지만 나는 주로 MR을 활용한다. 지금까지 2년 동안 번 총 수익이 840만원 정도다. 물론 나는 수익 창출이 1차적인 목적은 아니다. 그래서 배너 광고도 넣지 않고, 광고도 최소화 한다. 사실 유튜브는 영상 시간이 길어야 돈이 된다. 12~13분은 돼야 광고 4~5개를 붙을 수 있다. 난 3~5분짜리 영상을 올린다. 내 짧은 영상에 광고를 붙이면 보는 사람에게 미안할 거 같아 주저된다.

수익이 목적이기 보다는 내가 움직이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공간으로 유튜브를 활용하고 있다. 젊은층과 교감하는 중요한 장이자 새로운 팬을 얻을 수 있는 창구다. 가수로서 제 2의 인생을 여기서 찾아보기 위해 노력 중이다. 사실 내 나이에 나갈 TV프로그램은 가요무대, 열린 음악회 뿐이다. 내가 가요무대에 나갈 음악 스타일은 아니고, 열린 음악회는 일년 한두번 하면 끝이다. 방송에 상관없이 활용할 수 있는 유튜브를 내 음악을 알리는 창구로 쓰고 싶어 여기에 집중하고 있다.

-EBS ‘공감’에서 부른 ‘만약에’, 박효신과 함께 부른 ‘그것만이 내세상’ 영상은 수익이 많을 거 같은데.

‘만약에‘ 영상은 EBS, ‘그것만이 내세상’은 SBS가 권리자다. 나에게 수익이 돌아오진 않는다. 토크 위주로 하는 일반 유튜버들은 수익이 괜찮을 것이다.

-유튜브를 통한 젊은층과의 교감, 어떤 성과로 이어지고 있나.

젊은층의 조회수가 늘어나면 내 인지도가 올라가니까 단독 콘서트(3월 22∼24일 강남구 백암아트홀에서 공연 ‘포효2’ 개최)를 열 여지도 생기고 페스티발 등 여러 무대에 설 자격 조건이 갖춰진다. 내 퀄리티가 올라가는 거니까.

그래서 3월에 콘서트를 열게 된 것이다. 유튜브를 보는 젊은 층이 콘서트 개최에 도움이 되는지 확인해 보고 싶었다. 역시 엄청난 파워가 있더라. 콘서트 티켓 판매 현황을 체크해보니 10대가 약 6%, 20대가 24% 30대가 25%다. 이번엔 40~60대보다 젊은 층이 많이 표를 샀다. 내 유튜브 구독자 층과 맞물린다. 내 구독자층을 분석해 보면 여자가 20%, 남자가 80%이고, 20~30대가 80%다. 10대가 7%대다.

예전엔 콘서트 티켓 판매 현황을 보면 40~50대가 대부분이었다. 젊은이는 거의 없었다. 그래서 이번 공연이 부담스럽기도 하다. 어떻게 선곡할지, 어떤 노래로 공감을 이끌 셋리스트를 잘찌 고민하고 있다.

-왜 유튜버 권인하는 젊은층에게 인기가 있을까.

가수들의 노래 스타일이 점점 획일화되고 있다. 감정 표현 방식, 음역대가 거의 일정하다. 반면 나는 다양한 소리를 낼 수 있다. 중음대, 저음역에서는 오래 써온 사람이니 힘을 빼고, 힘을 주는 방법을 안다. 감정 표현에서는 아무래도 경험이 있으니 젊은 친구들 보다는 한수나 반 수 위가 아니겠는가.

젊은 가수들의 노래를 들으면 가사가 잘 안 들리는 경우가 있다. 요즘 고음 파트를 부를 때 가수들은 반가성, 두성을 써서 가슴 위에서 소리를 내기 때문에 쨍쨍거리는 소리가 난다. 난 내 세대 가수들처럼 소리를 눌러서 밑에서 끌어올려 소화 범위가 넓다. 그런 소리에서 생소함을 느끼는 것 같다. 익숙한 노래인데 익숙하지 않은 소리로 부르는 것이 젊은 친구들의 호기심을 끄는 것 같다.

-유튜브 댓글이나 반응은 다 체크하나.

재밌다. ‘왜 이 노래를 이런 식으로 불러?’, ‘노인네가 별 걸 다하네?’ 같은 글을 보면 부아가 치밀기도 한다.(웃음)백만 조회수 쯤 나오면 댓글이 2000개 정도 달리는데 그중 20~30개 정도가 ‘악플’이다.

그런데 좋은 얘기를 해주는 친구가 더 많다. ‘원곡과 다른 감성이다’, ‘이렇게 부르니 가사가 이렇게 다르게 들린다’는 등 리메이크의 개념을 이해하는 댓글 보면 반갑다.

-구독자수 목표가 있나.

많을 수록 좋지만 분명 한계가 있다. 일단 올해 목표는 구독자수 30만이다. 구체적으로는 50만까지 가고 싶다. 그 정도가 되면 아이돌 빼고 1위 수준이다.

-유튜브에서 앞으로 선보이고 싶은 콘텐츠는.

구독자 20만명이 넘어가면 일주일에 한번씩 노래 강좌를 하려 한다. 물론 노래를 잘 부르게 만들어줄 순 없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사기꾼이다. 음치 탈출은 가능하지만 일반인을 가수급 실력으로 바꿔주는 건 불가능하다. 연습이 중요하지, 선생이 만들어주는 건 없다. 선생이 안 좋은 부분을 지적해줄 순 있다.

monami153@sportsseoul.com

사진 | we뮤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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