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부모 가족의 날에도.."눈치 보고 죄스럽다"

한수연 2019. 5. 10.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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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오늘은 제1회 '한부모 가족의 날'입니다.

미혼모, 미혼부가 아이들을 직접 키울 수 있도록 사회 인식을 바꾸고 지원도 늘리자는 취지인데요.

그래서 날짜도 내일 '입양의 날' 하루 전날로 지정됐습니다.

이렇게 국가 기념일이 될 정도로 한부모 가족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되긴 했지만, 한 부모 혼자서 온전히 짊어져 할 할 짐들은 여전히 무겁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한수연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 리포트 ▶

"다리 올려 이렇게."

아직 돌도 안 된 아들 노을이를 혼자 키우고 있는 김영환 씨.

사실혼 관계였던 아이 엄마는 노을이를 낳고 3개월 만에 집을 나갔습니다.

당장 아이 맡길 곳이 없었던 김 씨는 일부터 그만둬야 했습니다.

[김영환/미혼부] "분유는 반 통도 안 남았었고 기저귀는 한 두세 개. 근데 어디 나오는 돈도 없고, 내가 구걸을 하러 갈 그 시기였어요."

도움을 청할 가족도, 이웃도 없는 막막한 날들…

삶은 점점 벼랑 끝으로 몰렸습니다.

"정신이 어떻게 나갔는지 방에다 시너를 뿌리고 불 붙이려고 이렇게 한 적이 있었어요."

결국 아이를 입양 보내자 결심했던 한 달 전, 같은 처지의 미혼부인 사랑이 아빠를 만났습니다.

"폐랑 기관지에서 가래를 밖으로 빼준대."

사랑이 아빠의 도움 덕분에 지금은 저소득 한부모가족 정부 지원도 받고, 노을이는 어린이집에 다닐 수 있게 됐습니다.

[김지환/미혼부(사랑이 아빠)] "남자가 오죽 못났으면 애 혼자 키우고 있느냐, 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그런 거에 위축돼 있어요. (그러다보니) 숨어버리게 되는 거고 도움을 요청도 할 수가 없고."

하지만 노을이는 아직 주민등록번호가 없습니다.

출생신고가 즉시 가능하려면 친엄마의 병원 출산 기록이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김영환/미혼부] "(의료)보험이 안돼요. 크게 아파 버리면 나는 두 발 놓을 수밖에 없는 거예요. 감기만 해도 5~6만 원 나와요."

지난 2013년, 생모와 연락이 안 돼 1년 넘게 출생신고를 못 하는 사랑이 아빠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미혼부도 유전자 검사와 가정법원의 확인만으로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절차가 간소화됐습니다.

하지만 법원의 확인 절차는 여전히 두세 달이 넘게 걸립니다.

정부의 지원도 여전히 부족합니다.

다소 늘고는 있지만, 현재 한부모 가족 지원은 2인 가정 기준, 세전 월소득 151만 원 이하인 경우에 임대주택이나 한 달 20만 원의 양육비 등 정도만 지원됩니다.

[이혼 '한부모'] "(한부모 지원) 도움을 받으러 (주민센터에) 갔는데 '밥 한 끼도 못 먹고 사냐?' '어머니, 아이 밥 한 끼도 못 먹어요?' 하는데 내가 한부모가 된 게 굉장히 죄인인 것 같은 취급이 들 때 (힘들어요.)"

특히 미혼모, 미혼부는 몇 명이나 되는지 실태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습니다.

[전영순/한국한부모연합 대표] "일시적으로 현재 생계를 도와준다는 의미보다는 자립할 수 있도록 뒷받침을 해주는 게 필요하다."

취재 중 만난 한부모 가족들의 바람은 아이가 어떤 가정에서 태어났느냐에 상관없이 건강히 자랄 수 있는 사회였습니다.

MBC뉴스 한수연입니다.

(영상취재: 김희건 / 영상편집: 배우진)

한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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