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구라다] 프기꾼의 배신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

몰리나 가문에 경사가 생겼다. 2013년 겨울이었다. 포수 집안 3형제 중 막내인 야디(어)가 또다시 골드글러브의 주인이 됐다. 벌써 6년째다. 게다가 쟁쟁한 버스터 포지를 물리치고 실버 슬러거까지 수상했다.

그러나 진짜 경사는 야디 때문이 아니다. 이미 남부러울 것 없는 막내 아닌가.

몰리나 패밀리를 정말로 기쁘게 한 것은 둘째였다. 호세 말이다. 그가 처음으로 다년 계약을 받아냈다. 2년간 450만 달러짜리였다. 물론 대단치 않은 규모다. 적어도 막내나 큰 형(벤지)에 비하면 그렇긴 하다.

하지만 그는 3형제 중 늘 아픈 손가락이었다. 빛 한번 보지 못한 채 그늘에서만 지냈다. 항상 벤치에서 눈치를 봐야 하는 신세였다. 백업, 후보 신세를 벗어나 본 적이 없다.

그런 그가 가슴 펴고 살게 됐다. 떳떳한 주전 자격을 얻었고, 내년 걱정이 필요없게 된 것이다.

딱히 포텐이 터진 건 아니다. 공격력은 여전히 허접했다. 타율은 2할대 초반에 불과했다. 게다가 39세 시즌을 맞는 시점이었다. 그런 포수에게 홈 플레이트를 맡기다니.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것은 다름 아닌 앤드류 프리드먼(당시 탬파베이 GM)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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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밍을 주목한 프리드먼 방식

의아한 사람들에게 프리드먼이 제시한 키워드가 있다. ‘프레이밍(framing)’이었다. 스트라이크처럼 보이게 잡는 기술 말이다. 이제 웬만한 팬들은 알만한 용어다. 예전에는 ‘미트질’이라는 현장 언어로 친숙했다.

그러니까 프리드먼은 특별한 개념 ‘프레이밍’에 (미래를) 투자한 셈이다. 결국 이 실험은 성공하지 못했다. 호세는 1년 뒤 방출돼 은퇴하는 수순을 밟았다. (물론 2년째 연봉 275만 달러는 지급돼야 했다.)

하지만 시도 자체가 화제였다. 기획자가 프리드먼이기 때문이다. 가장 성공한 세이버매트릭스의 신봉자 중 한 명이기 때문이다.

프리드먼 같이 MLB의 젊고 똑똑한 프런트들이 꺼리는 게 있다. 구체화, 객관화 하기 어려운 개념들이다. 전통적인 야구인들이 주장하는 관념적인 것들이다. ‘찬스에 강하다’ ‘집중력이 좋다’ 등등.

이제는 야구의 구성 요소들이 숫자로 표현되는 시대다. 이미 투수와 타자, 주자에 대한 데이터는 철저히 평가에 반영된다. 반면 수비와 관련해서는 진도가 늦다. 상대적으로 그렇다. 그만큼 모호한 요소들이 많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특히 포수에 대해서 그런 면이 많다. 수비 능력을 구성하는 요소들은 다양하다. 투수 리드, 도루 저지, 블로킹…. 그런데 이것들은 모두 절대적이지 않다. 파트너(투수)의 능력에 따라 결과값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유독 독립적인 평가가 가능한 게 있다. 바로 프레이밍이다. 다른 외부적 요인을 배제할 수 있는 덕분이다. (물론 요즘은 프레이밍+블로킹+송구력을 종합하는 FRAA라는 데이터도 활용된다.)

아마 천재들의 방법인 것 같다.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은 문제를 최대한 단순하게 만드는 길이다. 즉, 복잡한 포수의 능력 중 프레이밍을 중시했다. 가장 객관적인 자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탄생한 게 호세 몰리나의 2년 계약이었다. 한번도 주전을 뛴 적이 없는 39세 포수에게 홈 플레이트를 맡긴 일이었다.

이 사건은 당연히 획기적인 변화를 이끌었다. 가벼운 손기술 정도로만 여겼던 미트질의 중요성이 극대화 됐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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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란달의 영입, 3년 후 FA로 이별

프리드먼이 LA로 이사했다(2015년). 부임 초반 역점 사업이 포수 교체였다. 파드레스에서 야스마니 그란달을 데려왔다. 이 때만 해도 일관성이 유지됐다. 리그 최정상급 프레이밍을 갖춘 선수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3년 후 변심했다. 그란달이 FA가 되자 싸늘해진 것이다. 결국 떠나는 그를 붙잡지 않았다. 밀워키 행이 결정되자 프리드먼도 곧바로 움직였다. 블루제이스와 트레이드를 승인한 것이다.

RAA(프레이밍 지수) 최상위권(2위)인 그란달을 외면했다. 그리고 12위에 불과한 러셀 마틴을 선택했다. 한참 시장을 떠돌던 리얼무토의 영입설은 사라져 버렸다. 얼핏 일관성을 잃은 정책으로 보인다. 그란달이나 팬들 입장에서는 배신, 변절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지 모른다.

여론이 좋을 리 없다. 러셀은 하락세가 뚜렷한 36세 노장이다. 그런 포수를 데려와 안방을 맡긴다는 사실에 비난이 폭주했다. ‘강팀을 만들기 위한 투자보다는 지출을 줄이려는 스몰 마켓식 경영이 문제’라는 지적들이었다.

프리드먼은 반론을 폈다. “마틴과 오스틴 반스로 꾸려질 포수진은 괜찮다. 수비력은 자신 있다. 우린 더욱 생산적인 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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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밍의 가치 판단에 생긴 변화

논란은 두 가지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첫째는 프레이밍에 대한 가치 판단이다. 프리드먼이 호세 몰리나를 택했던 2013년과 지금은 다르다. 중요성이 떨어졌다는 뜻이 아니다. 그만큼 보편적인 기술이 됐다는 말이다.

무슨 의미냐. 너도 나도 공 잡는 테크닉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마이너리그 어린 선수들부터 정상급 선수들까지 모두가 그렇다. 다행스럽게도(?) 프레이밍은 개선이 가능하다. 투구나 타격 기술과는 난이도에서 다르다. 어느 정도 시간과 노력이 투자되면 좋아질 수 있다.

그 결과는 평준화로 나타난다. 잘하는 선수와 못하는 선수의 차이가 줄어든다. 변별력이 없어진다는 것은 투자 가치가 떨어진다는 뜻이다.

한가지 더 보태고 싶은 게 있다. 지난 포스트시즌 때 나타난 그란달의 결정적인 실수에 관한 것이다. 혹시 프레이밍에 대한 집착이 블로킹 미스와 연관되지 않았을까 하는 추론이다.

둘째는 경영상의 전략적 판단이다. 다저스 팜에는 키버트 루이스(19)와 윌 스미스(22)라는 선수가 크고 있다. 유망주 랭킹 3위와 8위에 오른 포수들이다. 빠르면 올해, 늦어도 내년에는 전력화 될 재목이다. 이들을 키우는 게 장기적인 관점에서 현명하다.

물론 반론이 생긴다. A급 포수없이 우승 전력을 구축할 수 있냐는 물음이다. 대답도 마찬가지로 전략에 기초한다. 트레이드 마감시한(7월 31일)을 활용하는 아이디어다.

다저스는 현재로도 가을 야구 진출까지는 가능한 전력이다. 만약 또다시 대권 도전의 분위기가 무르익는다면 준비할 시간은 있다. 2017년의 다르빗슈나, 2018년의 마차도 같은 청부업자를 고용하는 방법이다. (실패로 끝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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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 마틴의 올 연봉은 2000만 달러다. 이중 다저스 책임은 360만 달러뿐이다. 나머지는 블루제이스가 부담한다. 오스틴 반스는 작년 55만 달러에 불과했다. 올해 인상된다 해도 폭은 예상 범위 안에 있다. 결국 다저스가 2명에게 지출하는 총예산은 500만 달러가 넘지 않을 것이다.

프리드먼은 포수의 수비력에 대해 새로운 개념을 도입시킨 주인공이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 투자 범위다. 공격력이 확보되지 않으면 극히 제한적이다. 그만큼 포수의 수비력이 전력에 미치는 영향은 여전히 실증하기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