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송승준 "내가 선발 가면 팀 사정 안 좋다는 뜻..'땜빵' 역할만 충실할 것" [인터뷰]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2019. 3. 7.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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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일본 오키나와 카데나구장에서 불펜 피칭을 하고 있는 롯데 송승준. 롯데 자이언츠 제공

롯데 송승준(39)은 몇년 전까지만해도 시즌의 ‘처음’을 여는 투수였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 연속 개막전 선발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았다.

흘러가는 세월은 비껴가지 못했다. 2016년 햄스트링 부상 여파로 한 시즌 최소 경기인 10경기만 등판했다. 2017년에는 선발과 중간을 오가며 30경기 11승 5패 평균자책 4.21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도 비슷한 역할로 22경기에서 3승을 올리는데 그쳤다.

2019시즌을 맞이하면서는 선발진에서 젊은 투수들과 경쟁해야하는 입장에 놓였다. 양상문 롯데 감독은 그를 경기 초반에 마운드를 맡기는 ‘오프너’로 활용할 방안도 생각하며 “승준이에게 더이상 승수는 큰 의미가 없지 않겠나”라고 했다.

1차 스프링캠프지인 대만 가오슝에서 훈련을 하고 있는 롯데 송승준. 롯데 자이언츠 제공

송승준 역시 흘러간 세월과 주변의 변화를 받아들였다. 지난 5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내가 선발을 하게 되면 팀 사정이 안 좋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송승준은 “개인적으로는 장시환, 윤성빈이 자리를 잡아서 그들이 한번씩 체력적으로 힘들때 내가 가서 한 두 경기 던져주는게 최상의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한 때는 승부욕으로 가슴이 뜨거웠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는 자신이 처한 상황들이 머리부터 차갑게 만들었다. 송승준은 올해 한국 나이로 마흔살이 됐다. 2019년 신인 서준원과는 20살 차이가 난다. ‘이닝이터’의 능력도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퀄리티스타트를 단 한 번도 달성하지 못했다.

송승준은 “냉정하게 돌아봤다. 내가 전성기 때처럼 내 자리가 있을 때에는 잘 했지만 2019년이 된 지금은 내가 이것저것 가려야될 상황은 아니지 않나. 과거의 이름 값은 다 필요없고 현재가 중요하다. 내가 자존심을 세울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마음을 바꾸고 작은 기회조차 감사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송승준은 “워낙 잠재력이 많은 후배들이 많은데 그 선수들이 못했을 때 대안이 나 아닌가. 아직 팀에서 ‘플랜B’로 생각하는 것이 내가 아직은 필요하다는 뜻이기에 뿌듯하다. 내가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기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 생각할 수 있는것 자체만으로도 만족한다”고 했다.

지난 시즌까지 송승준은 개인 통산 107승을 세웠다. 윤학길(117승)에 이어 롯데 역사상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예전같으면 1위 자리를 노려볼 법도 하지만 이에 대한 욕심도 버렸다. 그는 “내가 선발진에 진입할 지 여부 자체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욕심을 버렸다. 내가 원하는 건 중간이든 어디든 안 아프고 후배들이 잘 되게 뒤에서 받치는 것”이라고 했다.

팀에 어떻게든 보탬이 되기 위해 겨울 동안 부단히 준비를 했다. 대만 전지훈련에 앞서 오현택과 함께 일본 오키나와로 개인 훈련을 떠나 회복 훈련에 주력했고 웨이트 트레이닝 양을 늘렸다. 그는 “근력이 점점 약해지니까 보강을 하기 위해서 웨이트에만 집중했다. 햄스트링 부상이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보강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송승준이 이토록 팀의 안위를 걱정하는 것은 최고참이라는 마음의 짐을 짊어졌기 때문이다. 그는 “다른 선배들이 최고참이 되면 팀 성적이 다 내탓 같다고 하더라. 지난 시즌에도 후반부에 5강 탈락해서 허탈했는데 나 때문에 못 간 것 같아서 죄책감이 많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2015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선수(FA) 계약으로 4년 총액 40억원에 잔류를 했던 송승준은 팀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남은 선수 인생을 보낼 예정이다. 그는 “첫 FA계약 때에는 노력의 보상을 받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리고 충분히 보상을 받았다”며 “이제는 내가 보답을 할 차례다. 후배들이 편하게 뛸 수 있도록 야구 내외적으로 컨트롤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롯데 투수진의 ‘심리 상담가’를 자처한 그는 어린 투수들의 물음에 아낌없이 답해준다. 송승준은 “후배들이 겪는건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라며 “우리팀에 잠재력있는 젊은 투수들이 많다. 무조건 자신이 위에 있다고 생각하고 타자들을 내려다보면서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기싸움에서 이긴다면 충분히 잠재력을 터뜨릴 수 있다”고 했다.

팀의 약점으로 지적되는 포수의 성장에도 도움을 줄 생각이다. 송승준은 “강민호도 손민한, 주형광 코치님 등 좋은 선배들이 만들었다. 고참 투수들이 볼배합에 도움을 주면 어린 포수들이 더 좋은 포수로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

인터뷰 대부분을 팀에 대한 애정을 표하는데 쏟은 송승준은 “후배들에게 정말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후배들이 정말로 자신감을 가지고 던졌으면 좋겠다. 그들은 앞으로 야구할 날이 10~15년 남지 않았나. 나처럼 야구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선배들 보면서 자신들은 ‘행복한 선수’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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