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 전동화가 모터스포츠까지 발을 뻗었다. ‘포뮬러 1’의 친환경 버전 ‘포뮬러 E’가 대표적이다. BMW는 한발 더 나아가 또 다른 세계 최초의 세이프티 카를 만들었다.
대열 앞머리에 서는 세이프티 카

F1 비공식 최초의 세이프티 카는 포르쉐 914다. 1973년 캐나다 그랑프리에서 등장했다. 1996년 전까진 각 서킷이 알아서 차를 가져와 썼다. 1980~1982년 모나코 그랑프리에선 람보르기니 쿤타치(카운타크)가 세이프티 카로 등장했다. 1994년 산 마리노 그랑프리에선 1세대 오펠 벡트라를 썼는데, 성능이 턱없이 모자라 비판을 받았다.

1995년 ‘헝가리 그랑프리’에서는 타트라(Tatra) 613을 세이프티 카로 사용했다. 참고로 이때 613은 ‘Unsafety Car(안전하지 않은 차)’라는 별명이 있었다. 자신의 머신에 난 불을 끄려고 소화기를 들고 다가가던 드라이버 타키 이노우에를 들이받았기 때문이다. F1 공식 세이프티 카는 1993년 나왔다. 1996년 이래로 메르세데스-벤츠가 자리를 꿰찼다.

2014년 등장한 ‘VSC(Virtual Safety Car)’, 즉 가상 세이프티 카도 있다. VSC가 나온 이유는 2014 일본 그랑프리 대회에서 쥘 비앙키(Jules Bianchi) 선수가 머리를 다쳐 사망한 사고 때문이다. FIA는 비슷한 사고가 많이 일어나자 황색기로 통제가 어려운 상황에 세이프티 카를 배치하지 않으면서 빠르게 사고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바로 ‘사고 알림 패널(Accident Panel)’이다.
사고 알림 패널은 르망 24시간 내구 레이스에서 쓰는 시스템 ‘슬로우 존(Slow Zone)’을 바탕 삼았다. 뿐만 아니라 1972년~78년 인디애나폴리스 500 경주에서 사용한 ‘일렉트로-페이서(Electro-Pacer)’ 조명과도 비슷했다.

VSC가 발동하면 황색기 조건과 마찬가지로 추월을 할 수 없다. 깃발은 없지만 VSC 아이콘이 트랙과 운전석 디스플레이에 나와 운전자가 제한속도를 넘지 않도록 한다. 그리고 각 머신 속도를 35% 정도 강제로 줄인다. 즉, 세이프티 카가 나올 정도로 심각하진 않지만 황색기로 차단하기에 역부족인 상황에서 가상으로 세이프티 카 출동효과를 내는 원리다.
그렇다고 VSC가 만능은 아니다. 2015년 모나코 그랑프리에서 VSC를 처음 발동했는데, 64랩에서 막스 베르스타펜(Max Verstappen)이 로맹 그로장(Romain Grosjean)을 추월하려다 충돌, 리타이어한 후 VSC가 나왔다. 하지만 상황이 심각해 결국 다음 랩에서 진짜 세이프티 카가 출동했다.
지붕이 없는 최초의 세이프티 카

지난 10일, BMW가 모나코 E-Prix 서킷에서 포뮬러 E 신형 세이프티 카를 공개했다. 특수 개조한 i8 로드스터다. 앞 유리 높이를 낮추고, 리어 스포일러를 새로 디자인했다. 지붕이 없는 세계 최초의 세이프티 카이기도 하다.
차고가 표준 모델보다 15㎜ 낮아 한껏 웅크린 자세다. 또한, FIA 승인을 받은 롤 바, 전면 스플리트를 더했고, 리어 윙 위에 경광등을 얹어 마무리했다. GPS 안테나, 후방 카메라 등도 더했다. 직렬 3기통 1.5L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가 힘을 합쳐 최고출력 368마력을 네 바퀴에 전달한다.

로버트 얼링거(Robert Irlinger) BMW i 수석연구원은 “세이프티 카 개발팀은 스타트업 기업과 비슷하다”면서 “BMW i8 로드스터 세이프티 카를 만들면서 BMW i 엔지니어, 디자이너, 통신 담당 직원이 힘을 합쳤다”고 말했다.

지난 5월 11일, BMW i8 로드스터 세이프티 카는 i8 쿠페 세이프티 카와 함께 모나코 E-prix 서킷을 돌면서 많은 이목을 끌었다. 공식 세이프티 카 활동은 다음 라운드인 독일 베를린에서 볼 수 있을 전망이다.

한편, 2015년 첫 문을 연 모나코 E-prix는 도심 속에 방호벽을 설치해 만든 서킷이다. E-prix 서킷은 포뮬러 E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하는 곳이기도 하다. 서킷엔 총 15개 코너가 있고 한 바퀴 길이는 1.765㎞로 드라이버들은 51바퀴(90.015㎞)를 돌아 우열을 가린다.
2018~2019 시즌 포뮬러 E는 5월 11일 모나코에서 9라운드를 진행했으며, 오는 7월 14일 뉴욕에서 13라운드를 끝으로 여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한편, 2019~20시즌 포뮬러 E 개최지 리스트엔 대한민국이 들어가 눈길을 끈다. 그러나 FIA측은 “정확한 도시는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글 강동희 기자
사진 각 제조사, FIA, 위키피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