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세편살]우리가 '시녀'라고요?..SNS 인플루언서 팬들의 세계
[서울경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실제로 입고, 쓰고, 먹는 모든 것들을 휴대폰으로 따라서 구매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SNS를 통해 자신의 일상생활을 시시콜콜 알리고 물건을 판매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소셜미디어 셀러’ 혹은 ‘SNS 팔이’라고 불리죠. 최근 호박즙 곰팡이 논란으로 몸살을 앓는 쇼핑몰 ‘임블리’의 임지현 부건에프엔씨 상무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팔이들의 성공은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가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추종자이자 충성고객인 팬들은 팔이가 판매하는 상품을 꼼꼼히 따져보지 않은 채 일단 ‘믿고’ 구매합니다. 상품보다 판매자 개인에 대한 감정과 판단으로 소비를 결정하는 사람들. 팬과 구매자 사이의 어딘가에 있는 그들을 우리는 ‘시녀’라고 부릅니다.
◇ ‘팔이피플’ 뒤에 ‘시녀’ 있다=대학생 신모 씨(23)는 평소 인스타그램을 통해 물건을 자주 구매합니다. 신 씨는 약 3년 전부터 1세대 얼짱들을 팔로우하기 시작했습니다. 작게는 공구, 크게는 전문 쇼핑몰까지 운영하는 이들을 팔로우하다보니 자연스레 이들이 판매하는 물건을 구매하게 됐습니다. 신 씨의 첫 구매는 인플루언서가 평소 즐겨 착용하던 원피스였습니다. 옷에서 시작된 구매는 마스크팩, 운동기구를 넘어 간장게장까지 총 50여 개에 이를 정도로 불어났습니다.
모바일 기기를 이용한 전자상거래가 전체 거래량의 63.2%에 달하는 지금, 휴대폰 하나로 물건을 사고파는 일은 일상이 됐습니다. 그중에서도 인스타그램은 최근 가장 주목받는 모바일 쇼핑 플랫폼입니다. 서울시가 지난해 11월 전자상거래이용자 4,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5.7%가 SNS를 통한 쇼핑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매체 중 ‘인스타그램’이 35.9%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네이버·다음 카페/블로그(24.4%) △카카오스토리(16.3%) △페이스북(16%) △밴드(3.6%) 순이었습니다. 특히 인스타그램 쇼핑을 주로 사용하는 사람은 20~30대 여성입니다.
인스타그램의 경우 사진과 동영상 기반 플랫폼인 만큼 광고가 감각적이라는 점에서 20~30대의 호응도가 높습니다. 해시태그를 통해 원하는 제품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 중 하납니다. 인스타그램의 알고리즘은 내가 관심있어 하는 분야나 상품을 파악해 비슷한 상품을 추천합니다. 이렇게 소비자는 ‘한 번도 구매해보지 않을 순 있어도 한 번만 구매할 수는 없는’ 인스타그램 쇼핑의 늪에 빠지게 됩니다.


화장대가 블리블리(임블리 화장품 라인) 화장품으로 가득 차 있다는 직장인 박 모씨(27)는 “이왕 같은 물건이라면 인플루언서들이 진행하는 공구나 마켓을 통해 구매하게 되는 것 같다”며 “(인플루언서들의) 화려하고 멋진 삶을 보면 나도 이 물건을 쓰면 저렇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놨습니다.
지난해 김우빈 씨의 서울대학교 의류학과 석사 논문 ‘SNS 패션 인플루언서의 진정성과 팬쉽의 효과’에 따르면, 신체적 매력·사회적 매력 등의 ‘매력성’이 높은 판매자일수록 사람들이 메세지를 긍정적으로 수용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자신의 매력이 해당 상품 덕분이라고 홍보한다면, 솔깃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이는 팔이들의 인스타에서 흔히 보이는 서삽니다. 멋진 옷을 입고 모임에 가서 주목을 받았다는 이야기, 특정 화장품을 쓰고 피부가 좋아졌다는 이야기, 다이어트 보조제를 먹고 아무리 먹어도 날씬한 몸매를 유지한다는 이야기 등을 보면 ‘나도 저 상품을 쓰면 저 사람처럼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저절로 듭니다.

전문성에 더해 ‘진실성’ 역시 인플루언서의 신뢰도를 쌓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납니다. 추호정 서울대 의류학과 교수는 이러한 진실성의 전략이 “기업과 소비자의 관계가 아닌 나와 같은 입장의 소비자이지만 보다 많은 정보와 뛰어난 취향을 가진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생각하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소비자로 하여금 인플루언서도 나와 비슷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신뢰 깨지는 순간 ‘물거품’···“시한폭탄 같은 동네”=하지만 소비자들이 인플루언서가 판매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전문가가 아님에도 전문성 있는 이미지를 바탕으로 제품을 홍보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순간 쌓아온 신뢰가 깨지며 엄청난 배신감을 느끼게 됩니다. 임블리 호박즙 사태 이후 일부 팬이 ‘뭉쳐요 블리(임블리 팬 애칭)님들’이라는 팬계정을 만들어 임블리 편을 들어주기도 하지만, 이보다 더 많은 소비자들이 등을 돌린 것이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입니다.


추 교수는 인플루언서와 소비자 간 신뢰가 “유명인에 대한 일방향적인 관계를 마치 직접적인 대면을 통해 형성된 쌍방향적인 상호작용과 같은 관계로 착각하고 그 관계에 몰입하면서” 생긴다고 설명합니다. 인플루언서들이 SNS의 특징을 백분 활용해 개인적인 삶의 모습을 “더 자주, 더 많이, 더 다양하게” 전달함으로써 소비자와 더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이죠. 스마트폰이 워낙 개인생활과 밀착해있다 보니 더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에 범상규 씨는 “(소비자들이) 단순히 팔로워가 많다고, 인기 있는 셀럽이라고 해서 소비를 판단하는 게 아니라,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지를 바탕으로 소비를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판매자에겐 책임감이, 소비자에겐 현명함이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신화 인턴기자 hbshin120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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