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아솔 칼럼] '최애' 실바-크로캅을 떠올리며 열악했던 韓격투기를 추억하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2019. 3. 5.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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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격투기 단체 로드FC의 라이트급 챔피언인 권아솔입니다. 제가 3월부터 스포츠한국을 통해 칼럼을 게재하게 됐습니다. 칼럼을 통해 제가 격투기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을 나누고 한국 격투기의 올바른 발전방향에 대해 격투기 팬들과 함께 나눠볼까 합니다.

첫 번째 시간이니 만큼 제가 격투기 선수로 성장하기까지 제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됐던 선배 격투기 선수들, 제가 좋아했던 ‘최애’ 격투기 선수와 격투기를 시작할 때 선수들에 대한 대우와 환경에 대해 얘기해볼까 합니다.

로드FC 제공

▶최영의 ‘한국인은 한국인을 무시한다’는 말, 선수로 뛰며 뼈저리게 느껴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어린 시절 ‘Go 슈퍼코리안’이란 격투기 프로그램을 애청했습니다. 당시 가장 인상적으로 봤던 선수는 로드FC에서 함께 활약하기도 했던 최영 선수였습니다. 재일교포이신 최영 선수는 일본에서 오래사시다 격투기를 위해 한국으로 오셨죠. 하지만 최영 선수가 당시 프로그램에서 밉상 캐릭터와 악역을 맡으면서 다소 여론이 안 좋기도 했죠.

최영 선수는 그럼에도 저에게 인상적으로 다가왔고 특히 프로그램 중 “한국인은 한국인을 무시한다”라는 발언을 하기도 해 욕을 먹었습니다. 당시에는 그냥 흘려들었던 말이 격투기를 막상 시작하고 오랫동안 있어보니 왜 이렇게 뼈저리게 느껴질까요. 지금은 많이 개선됐지만 당시만 해도 한국에는 격투기가 낯설다보니 격투기에 대해 무시하고 분명 좋은 기량을 가진 선수임에도 한국팬들이 한국선수를 ‘수준이 낮다’며 무시하는 경우가 왕왕 있었습니다. 선수들의 수준을 무시하는 것은 물론 편협한 시선으로 격투기를 바라봤죠.

단적으로 제가 활동하고 있는 로드FC라는 단체는 분명 국내에서나 해외에서도 큰 단체로 인정받고 해외 유수의 선수들이 뛰고 싶어 하는 곳이 됐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 격투기팬들부터 먼저 무시하고 깎아내리려하고 실력을 비하하기도 합니다. 물론 부족한 부분은 많지만 한때 침체기에 빠졌던 한국 격투기계가 이렇게라도 관심을 받는데에 대한 칭찬이 적어 아쉽습니다. 조금만 더 한국 격투기계와 선수들을 따뜻하게 바라봐준다면 하는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어린시절 권아솔의 모습

▶나이트클럽 무대에서 싸우던 초창기 시절… 그때의 ‘로망 잊지 못해

얘기가 나온 김에 제가 처음 격투기를 시작했던 10여년전의 한국 격투기의 현실에 대해 얘기해볼까 합니다. 당시 제 경우엔 부모님이 아예 생소한 격투기 선수라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 보고 고등학교 때 주말에 혼자 막노동을 하고 그렇게 번 돈으로 체육관비를 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야간자율학습이 끝나면 혼자 체육관에서 가서 훈련하기도 했죠.

격투기 선수라는 직업은 지금보다 더 당시에는 사회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었죠. 그래서 어디가서 ‘격투기 합니다’라고 얘기하면 이상한 눈으로 보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아실겁니다. 제가 ‘뻔뻔’하지 않습니까. 제가 하고 싶은걸 하고 떳떳한 일을 하는데 사람들의 시선이 좋지 않다고 해서 당당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봤습니다. 전 늘 뻔뻔하게 ‘격투기 선수’라고 제 자신을 소개했고 이런 것들이 축적이 되다보니 지금도 여러분이 보시듯 대중 앞에서 뻔뻔할 수 있다고 봅니다.

선수로 뛰고 싶어 수많은 경기에 나가기도 해봤습니다. 그중 상당수는 이름도 없는 대회가 많았습니다. 나이트클럽 한가운데 간이 링을 만들어 놓은 것에 서기도 했습니다. 손님들은 다들리게 욕설도하고 ‘너한테 돈 걸었으니 이겨’라며 고함치기도 했죠. 만취한 이들이 와서 한창 힘든 선수들을 건들이기도 했죠. 난리도 아니었죠. 지금 로드FC처럼 경기전날부터 호텔에서 자고 함께 좋은 버스로 이동해 체육관에 가는 대우 같은건 꿈도 꿀 수 없었죠. 그저 창고 같은 곳에 모든 선수들을 넣어놓은뒤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게 했죠. 그리고 대전료는 이기면 40만원, 지면 20만원을 받았죠. 세컨도 없이 혼자 싸우고 돌아왔죠.

하지만 그때를 떠올리면 ‘그때가 더 낭만은 있었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 경기들을 통해 부족한걸 메워가며 하루 종일 검투사처럼 격투만 생각하며 사는 그런 로망을 실현했기 때문이겠죠. 지금은 한경기 한경기에 대한 부담도 크고 관심도 커진만큼 잘못했을 때 쏟아지는 부정적 관심도 크기 때문이겠죠.

반더레이 실바(왼쪽)와 미르코 크로캅. ⓒAFPBBNews = News1

▶가장 좋아했던 선수는 반다레이 실바-크로캅

제가 좋아하던 선수를 얘기하다보니 잠시 추억에 빠졌었네요. 다시 주제로 돌아오면 해외 선수 중 가장 좋아했던 선수는 반다레이 실바(브라질)였습니다. 격투기 팬들이라면 아시겠지만 ‘도끼 살인마’라는 별명의 실바는 일명 ‘붕붕훅’으로 프라이드에서 전성기를 구가했죠. 라이벌이었던 퀸튼 잭슨을 클린치로 잡아서 니킥을 연달아 날리던 모습 등이 어린 저에게 강렬하게 기억됐죠.

반다레이 실바만큼 좋아했던 선수는 미르코 크로캅이었습니다. 크로캅의 왼발 하이킥의 매력은 한국팬들도 모두 알고 있죠.

물론 저는 실바나 크로캅을 좋아했다고 해서 열정적으로 그 선수들의 영상을 돌려보고 따라해보려고 한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그 선수가 출전하는 경기가 있다고하면 빠지지 않고 챙겨본 수준이랄까요? 제 친구들은 브로마이드도 갖고 했는데 전 그런 성향은 아니더라고요.

대신 실바의 등장 음악인 가수 다루드의 ‘샌드 스톰’이라는 곡은 잊지 못합니다. 참 많이 들었고 저도 그 음악을 들으며 혼자 운동하기도 했었습니다. 실바나 크로캅을 보며 ‘참 배울게 많은 선수’라고 생각했지만 그들의 장기를 따라하려 하진 않았습니다. 저는 저만의 스타일이 있다고 생각했기에 꾸준히 저만의 훈련을 해왔죠.

최영 선수나 실바, 크로캅은 어린 저에게 격투기란 무엇인가에 대해 영감을 주고 나도 저렇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글을 쓰다보니 아직도 부족한게 많고 더 나아가야하는 선수가 돼야할 전 누군가에게 좋아하는 선수, 동경하는 선수가 되기 위해서도 더욱더 체육관에서 땀을 흘려야겠다고 다짐하게 됩니다.

-권아솔 칼럼 : 스포츠한국은 3월부터 격투기 단체 로드FC 라이트급 챔피언이자 국내 최고의 파이터 중 한명인 권아솔과 함께 칼럼을 진행합니다. 권아솔 칼럼니스트를 통해 알고 싶은 격투기 주제에 대해 스포츠한국 SNS를 통해 제보바랍니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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