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Nostalgia] '돌이킬 수 없는 과오' 호세 안토니오 레예스 – 162




[STN스포츠(마드리드)스페인=이형주 특파원]
Nostalgia, 과거에 대한 향수란 뜻이다.
지금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무대에 훌륭한 실력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이 많이 모여 있다. 그 원동력은 이전의 선수들이 우수한 플레이로 팬들을 매료시키며 EPL을 발전시켜 온 것에서 나온다. 이에 EPL Nostalgia에선 일주일에 한 명씩 과거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선수들을 재조명해본다. [편집자주]
◇ '돌이킬 수 없는 과오' 호세 안토니오 레예스 - <162>
팬들의 사랑을 받던 선수가 자신의 과오로 세상을 떠났다. 동승자이자 그의 사촌 조나단 레예스를 사망에 이르게 하고, 또 다른 사촌 후안 칼데론에게 중상을 입힌 중대한 과오였다. 그나마 그와 관련 없는 사람이 피해를 입지 않은 것이 다행일 정도로 엄청난 과오였다.
스페인 라리가 세비야 FC는 지난 1일 안타까운 소식을 전했다. "우리의 선수이기도 했던 호세 안토니오 레예스가 영면했다. 사인은 교통사고다"라고 전하며 애도했다. 레예스의 사망 직후 추모 분위기가 형성됐으나 그의 사인이 과속으로 밝혀짐에 따라 팬들이 공허함을 금치 못하고 있다.
레예스는 1983년 세비야의 지방의 우트레라에서 태어났다. 1부리그에 뛰는 선수들이라는 것은 대부분이 어릴 때부터 촉망받는 재능이었던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레예스는 그 중에서도 차원이 다른 재능이었다.
아일랜드 언론 <아이리쉬 더 선>에 따르면 레예스는 만 10세의 나이부터 세비야를 대표하는 유소년 선수로 인정받았다. 매체에 따르면 팀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은 그는 1999/00시즌 리그 데뷔까지 성공하는데 그 때 그의 나이가 무려 16세였다. 한국 나이로 따지면 중학교 3학년에서 고등학교 1학년에 해당하는 나이에 그는 이미 프리메라리거였다.
레예스는 2000/01시즌부터 모든 대회 합쳐 30경기를 출전하며 1군으로의 입지를 굳혔다. 재능들이 모인다는 프리메라리가에서도 괴물이었던 선수였다.
아스널 FC를 이끌고 있던 명장 아르센 벵거 감독의 레이더에 레예스가 포착됐다. 당시 아스널은 벵거 감독의 철학 아래 각 국에서 유망주들을 수집하고 있었다. 아스널은 레예스에게 지극정성으로 구애했고 그의 마음을 얻는 것에 성공했다.
당시 아스널이 10대의 레예스를 영입하는데 들인 돗은 1,700만 유로(한화 약 225억원)다. 현재와 같이 인플레이션이 진행되지 않았고, 미래를 담보할 수 없는 것이 유망주라는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금액이었다. 아스널이 그의 재능을 얼마나 높게 평가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기대를 받은 만큼 레예스의 초반 활약은 놀라웠다. 레예스는 거친 EPL에서도 자신의 장기인 드리블, 스피드, 크로스를 보여주며 아스널의 공격 옵션 중 하나로 자리했다. 레예스는 2003/04시즌 리그 우승 멤버로도 이름을 올렸다.
두 번째 시즌을 맞은 레예스는 초반 광폭 행보를 보였다. 영국 언론 <미러>에 따르면 레예스는 초반 6경기서 6골을 폭발시키며 EPL 8월 이달의 선수상을 수상했다. 꾸준함을 이어가지는 못했지만 그의 실력이 EPL에서 통한다는 것을 다시 보여준 것이다.
레예스는 우승 커리어도 추가했다. 레예스는 2004/05시즌 아스널의 FA컵 우승 멤버가 된다. 당시 경기 내용은 일방적이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아스널을 밀어 붙였다. 아스널은 레예스를 통한 역습으로 근근히 반격했다. 연장전에서 레예스는 경고 누적 퇴장을 당하며 지탄을 받을 위기에 놓였지만, 팀이 승부차기 끝에 우승하며 웃을 수 있었다.
그의 재능은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지만 그를 괴롭히는 요소가 나타났다. 바로 향수병. 스페인 남부의 안달루시아 지방 출신인 그는 런던 생활을 힘들어했다. 거의 1년 내내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안달루시아와 우중충한 날씨의 런던은 완전히 달랐다.
문제는 레예스가 이를 언론에 노출하며 이적을 강력히 주장했다는 것이다. 아스널 팬들 입장에서 그를 보내줄 수는 있었지만 언론 노출은 바라던 바가 아니었다. 이는 양 측이 잠시 멀어지게 되는 원인이 됐다.
하지만 레예스와 아스널 팬들은 오래 멀어질 수 없었다. 레예스는 향수병 속에서도 최선을 다했고 팬들도 그를 열렬히 응원했다. 리그에서는 경기력이 평이했으나 레예스는 UCL 무대에서 진가를 보여줬다.
2005/06시즌 UCL 무대에서 아스널은 매우 매력적인 팀이었다. UCL 우승이 한 번도 없을 정도로 아스널은 유럽 무대에서 약한 편이었다. 게다가 시즌 전 주장 패트릭 비에이라가 이탈하면서 그들의 유럽 정상 도전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아스널은 달랐다. 주장 티에리 앙리가 절정의 실력을 보이며 상대들을 휘저었다. 신성 세스크 파브레가스의 존재는 놀라움이었고, 급조된 마티유 플라미니-콜로 투레-요안 주루-엠마누엘 에보우에 포백이 단단함을 자랑했다.
이 라인에 레예스도 빠질 수 없었다. 그는 UCL 무대에서 왜 자신이 원더 키드로 불렸는지 증명했다. 윙어로 나서든, 처진 스트라이커로 나서든 그는 위협적인 존재 그 자체였다. 레예스의 킥 한 방, 드리블 한 번에 경기 분위기가 바뀌었다. 레예스는 아스널과 함께 UCL 결승에 다다르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승리의 여신은 결승전서 아스널을 보고 미소짓지 않았다. 아스널은 전반 18분만에 옌스 레만 골키퍼가 퇴장당하며 수적 열세에 놓였다. 원래대로라면 후반은 레예스의 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레만 골키퍼 퇴장의 여파로 아스널은 교체 폭이 좁아졌고 레예스도 9분 출전에 그쳤다. 아스널이 FC 바르셀로나에 1-2 패배, 레예스도 좌절했다.
향수병이 날로 심해지는 상황에서 UCL 우승 실패는 그에게 좌절로 다가왔다. 레예스는 이적을 요청했고 훌리오 밥티스타와 맞임대돼 레알 마드리드로 향하게 됐다. 그의 EPL 생활의 이른 마지막이었다.
임대기간이 끝난 뒤 레예스는 레알의 지역 라이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이적했다. 그는 초반 부진했으나 SL 벤피카 임대 후 점차 살아나며 팀의 유로파리그 2회 우승, UEFA 슈퍼컵 1회 우승에 기여했다.
레예스는 2012년 친정팀 세비야로 복귀했다. 우나이 에메리 감독의 애제자로 활약한 그는 팀의 유로파리그 3연패에 힘을 보탠다. 더불어 유로파리그에서만 5회 우승을 달성하며 황제로 군림한다.
레예스는 노쇠화로 2016/17시즌 RCD 에스파뇰에서의 경력을 끝으로 라리가 경력을 마무리했다. 코르도바 CF에서 부활을 꿈꿨으나 실패했고 2018년에는 중국 슈퍼리그의 신장 텐솬 레오파드에서 뛰기도 했다.
하지만 레예스는 포기를 하지 않았다. 2019년 초 에스트레마두라 UD에서 옛 팀 동료 디에고 카펠 등과 뛰며 부활을 꿈꿨다. 시즌 후에도 운동을 이어갈 계획을 가지고 있었으나 교통사고라는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했다. 2일 스페인 언론 <문도 데포르티보>가 후속 보도한 바에 따르면 사고의 원인이 과속으로 인해 타이어가 펑크나면서 발생된 것으로 알려져 팬들이 공허함을 금치 못하고 있다. 다른 사람이 다치지 않기를 천만다행이라는 팬들이 다수다.
하지만 그에 대한 추모가 줄을 잇고 있다. 그와 오랜 시간 함께한 파브레가스의 경우 스페인 언론 <마르카>를 통해 "너무나 나에게 잘 해줬던 나의 친구, 영원히 널 잊지 못할 거야"라고 전했다.
세비야 동료였던 헤수스 나바스는 스페인 언론 <엘 컨피덴셜>에 "내가 얼마나 괴로운지 알지 못할 걸. 편히 쉬어 친구야"라고 전했다. 스페인 언론 <엘 데스마르케>에 따르면 은사 벵거 감독도 "너무나 충격이다. 레예스의 명복을 빈다"고 얘기했다. 1일 펼쳐진 UCL 결승에 참여한 선수들도 묵념으로 그를 추모했다.
아버지 레예스와 마찬가지로 축구 선수의 길을 걷고 있는 레예스 Jr.도 아버지에 대한 절절한 사부곡을 전했다. 1일 레예스 Jr.는 자신의 SNS를 통해 "아빠. 이 사진이 아빠랑 마지막으로 함께 한 순간인 것 같아요. 아빠가 항상 그러하시듯이 이날도 제게 조언을 해주셨죠. 하지만 아빠는 이제 계시지 않고 돌아오시지도 않네요. 저에게는 너무나 힘든 날이에요"라며 글을 시작했다.
이어 "이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저는 아빠를 자랑스러워 할 거예요. 함께 하고 싶을 때 매번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저에게는 아빠 뿐이에요"라며 레예스를 생각했다.
그는 "저는 아빠가 천국에서 저를 돌봐주실 것을 알아요. 전 아빠를 절대로 잊지 않을 거예요. 사랑해요 아빠"라고 얘기했다.
레예스 Jr.는 자신에게 위로를 건내는 이들에 대한 생각도 잊지 않았다. 레예스 Jr.는 "저에게 애정 어린 메시지를 보내주신 모든 분들게 감사를 전합니다"라고 덧붙였다.
돌이킬 수 없는 과오가 그의 주변인들을 너무나 힘들게 하고 있다.
◇EPL 최고의 순간
2003/04시즌 EPL 37라운드에서 풀럼 FC와 아스널이 맞붙었다. 리그 무패 우승에 도전하고 있었던 아스널이었다. 하지만 시즌 말미로 갈수록 체력이 떨어지며 고전이 거듭되는 상황. 패기의 레예스만이 제 몫을 했다. 36라운드 포츠머스 FC전에서도 동점골을 뽑아내며 팀을 살려낸 그는 이 경기에서도 팀을 구해낸다.
레예스는 전반 9분 신예다운 패기로 풀럼의 에드윈 반 데 사르 골키퍼를 압박했다. 스위퍼 키퍼인 반 데 사르조차 레예스의 패기에 당황해 공을 빼앗겼다. 레예스는 이를 침착히 빈 골문 안에 밀어넣었다. 아스널은 레예스의 골로 1-0 신승을 거뒀고 38라운드 레스터 시티전에서 승리하며 무패 우승을 완성하게 된다.
◇플레이 스타일
드리블과 킥에 있어 최고 수준의 재능을 보유했던 선수다. 커리어 막판에는 둔화됐으나 전성기 시절 스피드도 준수했다. 윙어와 처진 스트라이커 위치를 모두 소화하며 수비수들을 괴롭혔다. 가진 재능으로 더 많은 성과를 보여줄 수 있었던 선수였다.
◇프로필
이름 – 호세 안토니오 레예스
국적 – 스페인
생년월일 - 1983년 9월 1일
신장 및 체중 - 178cm, 75kg
포지션 – 윙어, 처진 스트라이커
국가대표 기록 – 21경기 4골
EPL 기록 – 69경기 16골
◇참고 영상 및 자료
프리미어리그 2004/05시즌~2006/07시즌 공식 리뷰 비디오
아스널 FC 2004/05시즌~2006/07시즌 공식 리뷰 비디오
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아스널 FC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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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AP, ARSENAL TV 캡처, 이형주 기자(스페인 세비야/라몬 산체스 피스후안), 호세 안토니오 레예스 Jr SN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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