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철의 링딩동] '배틀로얄 2' 결산 -7명의 유망주 탄생
전통의 신인왕전을 재구성해 리뉴얼한 프로복싱 ‘배틀로얄 2’가 지난 2월 23일 결승전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지난해 7월 29일 16강전을 시작으로 10월 8강전, 12월 준결승전을 거치며 진행되었던 ‘배틀로얄 2’는 시즌 1보다 1체급 적은 7체급을 진행했지만 가능성 있는 신인 유망주는 이전 대회보다 더 많이 배출됐다.
MVP에 선정된 슈퍼라이트급 우승자 차정한(19 강산체육관)과 우수선수로 뽑힌 밴텀급의 장인수(19 현대체육관), 슈퍼웰터급 준우승자 장효준(18 팀케이오) 등 어린 나이의 기대주들이 여럿 나온 것도 고무적이다. 결승전에서 화끈한 원펀치 KO승을 선보인 미들급 우승자 이상근(36 이재성복싱)은 아쉽게 1표 차이로 우수선수상 수상에 실패했다. 원 매치보다 훨씬 어려운 토너먼트 우승을 일궈낸 각 체급의 우승자를 소개한다.
![차정한. [이하 사진은사진=복싱M 이미경 총괄실장]](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903/05/ned/20190305040742873qcsn.jpg)
■ MVP 차정한 - 슈퍼라이트급
5전 5승(5KO) / 강산체육관 / 매니저 : 이강산 / 19세(2000년생) / 174cm / 오소독스
1전 1KO승의 전적을 안고 대회에 출전한 차정한은 16강전에서 3전 전승의 이건호(18 대구대산체육관)를 맞아 인상적인 2회 KO승을 거둬 ‘슈퍼 루키’, ‘대형 유망주’라는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다. 8강전을 부전승으로 넘은 뒤 준결승전에서 종합격투기 전적 11전 9승의 강자 민신희(23 오스타짐)를 2회 KO로 꺾었고 이건호와의 재대결도 3회 KO승, 데뷔 후 4연속 KO승의 파죽지세로 결승에 진출했다. 3전 3승(1KO)의 결승전 상대 김윤성(25 원우민복싱짐)은 만만치 않은 기량으로 차정한을 괴롭혔으나 1라운드의 열세를 딛고 2회에서 역전 KO승을 이끌어내 5연속 KO승으로 우승과 함께 심사위원 만장일치의 최우수선수상(MVP)을 수상했다.
링에 올라가는 게 멋있어 보여서 복싱을 시작했다는 차정한은 아마추어 경력이 전혀 없고 복싱을 연마한지 2년이 채 되지 않았음에도 기본기가 상당히 안정되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무엇보다 양손에 장착된 무서운 파괴력, 유리하게 싸움을 끌어가는 본능과 찬스를 놓치지 않는 결정력 등은 착실히 훈련에 임할 경우 세계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하지만 부실한 디펜스는 보완해야 할 사항이고, 모든 경기를 3회 이내에 끝내 체력적인 부분과 내구력은 아직 미지수다. 1980년대 초반 한국 밴텀급 챔피언과 세계랭커를 역임했던 이강산(본명 이성한) 매니저가 심혈을 기울여 조련하고 있다. 이강산 관장은 ‘야인시대’로 잘 알려진 실존인물 ‘종로꼬마’의 아들이기도 하다.

■ 우수선수 장인수 - 밴텀급
7전 5승 1패 1무 / 현대체육관 / 매니저 : 김광수 / 19세(2000년생) / 167cm / 스위치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장인수는 어린 나이에도 오기로 똘똘 뭉쳐 있다. 세련되지 않은 순박함과 투지 넘치는 복싱 스타일에서는 1970~80년대 헝그리 복서가 연상된다. 딱 1년 전 ‘배틀로얄 1’ 8강전이 열렸고, 장인수는 슈퍼플라이급으로 출전, 그 대회 우승 및 우수선수로 뽑힌 장민(19 장현신도체육관)과 무승부 끝에 열세 판정으로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또 5개월 후에는 울산에서 경량급 하드펀처 배민철(29 이은식복싱클럽)에게 5회 TKO패로 첫 아픔을 맛보기도 했다.
그러나 장인수는 포기하지 않고 ‘배틀로얄 2’에 다시 도전장을 던졌다. 8강전에서 이현오(26 대구대산체육관), 준결승에서 박기현(24 원우민복싱짐)을 연파한 뒤 결승에서는 장신의 전승복서 성승현(20 미스터복싱짐)에게 4~6점 차이의 완승을 거두고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까지 어느 하나 만만한 복서는 없었지만 매 경기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외형적으로도 근육이 눈에 띄게 붙고 공격력과 수비력이 경기를 치를수록 견고해지는 등 어느 누구와 붙어도 해볼 만 하다는 자신감이 넘쳐난다. 오소독스와 사우스포 모두 능한 스위치복싱은 강점이나, 5승 중 KO승이 없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1990년대 최희용과 박영균을 세계챔피언으로 육성했던 명 지도자 김광수 관장이 매니저다. 그는 침체된 국내 프로복싱에서 명맥을 이을 수 있는 조련사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장인수와 스타일이 비슷하고 매 경기 발전적인 부분에서는 전 WBA 페더급 챔피언 박영균이 오버랩된다. 1986년 신인왕에 오를 당시 박영균이 세계적 강자들이 우글거리는 페더급에서 장수 세계챔피언(8차 방어)까지 성장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 아쉬운 MVP 심하녹 - 슈퍼페더급
4전 4승(2KO) / 도봉PSB체육관 / 매니저 : 박순배 / 25세(1994년생) / 172cm / 오소독스
슈퍼페더급에서 또 한 명의 걸출한 유망주가 탄생했다. 결승전 상대 김재민(25 김정훈챠밍복싱클럽)의 부상으로 결승전을 치르지 못하고 자동 우승한 심하녹이 그 주인공이다. 예정대로 결승전을 치렀다면 누가 승리했을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우승자는 차정한과 MVP 경합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박주현(22 신탄진복싱클럽)과의 준결승이 백미였다. 똑같이 2전 2승으로 예선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겨 준결승전 최대의 카드로 꼽힌 이 경기에서 1KO승의 심하녹이 2KO승의 박주현을 2회에 스톱시키고 결승에 진출했다. 심하녹은 결승전 날 만만치 않은 대체 상대인 복싱M 동급 5위 신승윤(22 천안비트손정오복싱클럽)과 한국랭킹전을 치러 무난한 판정승을 거뒀다. ‘배틀로얄 1’에서도 슈퍼페더급은 서로준(21, 더파이팅복싱짐)의 부상으로 결승전이 열리지 못한 채 이동관(27 동두천스타복싱클럽)이 부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이동관은 이날 복싱M 한국 슈퍼페더급 챔피언에 올랐고, 부상에서 회복한 서로준은 지난 12월 한일전 승리로 6연승을 달리는 등 슈퍼페더급에 유독 좋은 선수들이 몰려 있어 향후의 대결 구도에도 관심이 쏠린다. 공격적인 사우스포로 묵직한 레프트의 위력이 수준급인 심하녹은 헬스 트레이너로 활동하다 얼마 전 거주지에서 가까운 은행의 청원경찰로 직장을 옮겼다. 운동하기에 더 좋은 여건을 위해서 가장 적합한 직장을 찾아 훈련에 매진 중이다. 매니저인 박순배 관장은 금년 내에 한국챔피언 이상을 넘보고 있다.

■ 엔지니어 복서 문현진 - 웰터급
3전 2승(2KO) 1무 / 수원태풍체육관 / 매니저 : 최락환 / 24세(1995년생) / 174cm / 오소독스
웰터급은 결승전 중에서 가장 박빙의 대결이 예상된 체급이다. 상대적으로 경험이 많은 제황국(26 강산체육관)은 단계를 거치면서 완성형의 복서가 되어갔고, 문현진은 타고난 천재성이 번득이는 매력적인 파이팅으로 두 차례의 경기를 모두 KO승을 장식했다. 제황국이 준결승에서 난적 윤하영(27 대구달서체육관)을 무리 없이 제압한 반면 문현진은 준결승 상대 천주찬(26 브리드복싱짐)이 부상으로 기권하는 바람에 경기를 치르지 못하고 결승에 올라온 것이 변수라면 변수였다. 경기 전날 계체량 때부터 팽팽하던 기 싸움이 그대로 경기까지 이어져 두 선수는 시종 멋진 파이팅으로 결승전 최고의 명승부를 연출해냈다. 깔끔한 자세에서 정타를 주고받는 인파이팅 싸움은 수준 높은 복싱의 ‘멋’을 선사했다. 누가 이겼다고 해도 할 말 없는, 또한 누가 졌다고 해도 아쉬울 시합은 결국 1-1 무승부. 승자는 가리지 못했으나 ‘배틀로얄’ 토너먼트의 제도인 우세 판정(무승부를 채점한 부심의 우세 판단)에 의해 우승자는 문현진으로 결정되었다.
언뜻 보면 만화 속의 캐릭터 같은 문현진은 kt에서 엔지니어로 근무 중인 회사원이다. 생활체육대회 2전(2승)이 경력의 전부지만 흔들림 없는 스타일과 파이팅은 굉장히 매력적이다. 한두 체급 감량하고 복싱에 전념할 경우 대성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문현진의 기량 향상에는 필리핀 트레이너 리차드를 빼놓을 수 없다. 본명이 차데막 알레레인 그는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국내 프로복서들의 트레이닝을 전담하면서 수원태풍체육관 프로복서들의 코치로 활약하고 있다. 리차드 코치의 손을 거쳐간 챔피언과 신인왕, 국내랭커만도 10여명에 달한다. 아쉽게 우승상장을 가져가지 못하고 상금의 절반으로 아쉬움을 달랜 내추럴 웰터급 복서 제황국 역시 향후 웰터급의 기성 복서들과 경쟁이 기대된다.

■ 좀비복싱의 진수 장동건 - 슈퍼웰터급
3전 2승 1무 / 팀마루 / 매니저 : 정마루 / 27세(1992년생) / 174cm / 오소독스
'힘 대 힘'의 대결로 압축된 슈퍼웰터급 결승전에서 마지막에 웃은 선수는 장동건이었다. 군포이비즈니스고등학교 3학년이 되는 장효준(18 팀케이오복싱짐)은 한 번 발동이 걸리면 폭풍 같은 압박을 펼치는 스타일로 파워 면에서 9살 많은 장동건보다 유리할 것이라는 평이 우세했지만 그 예상은 한 라운드만 유효했다. 첫 라운드에서 압도당한 장동건은 2라운드부터 장효준의 빈틈을 끊임없이 파고들었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쇼트 펀치를 툭툭 던지면서 전진했고, 당황한 상대를 계속 몰아붙여 승기를 잡았다. 장효준도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으나 장동건은 맞으면 맞을수록 더 밀고 들어와서 반격을 해내는, 흡사 좀비 같은 파이팅으로 심판 전원일치의 판정승을 이끌어냈다.
장동건은 8강전에서 이호준(26 장현신도체육관)과 치열한 타격전으로 무승부 끝에 우세 판정에 의해 4강에 진출했으며 ‘귀공자’ 김현기(28, WS복싱클럽)를 판정으로 꺾고 결승에 올라왔다. 준결승전에서도 첫 라운드에 열세를 보였으나 이내 전세를 반전시킨 모습은 결승과 다르지 않았다. 이태원에 위치한 ‘문타로’라는 일식집에서 쉐프로 근무(오후 4시 ~ 새벽 3시)하는 장동건은 밤낮이 바뀐 생활에도 꾸준히 복싱을 연마하고 있다. WBA 아시아 웰터급 챔피언 정마루(32 와룡체육관)가 매니저이며, 복싱M 한국 랭커 김윤기(29 팀마루)가 트레이너다. 100Kg에서 감량을 시작하여 국내 프로복싱을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한 정마루, 역시 100Kg에서 슈퍼라이트급 선수까지 감량한 김윤기에 이어 90Kg에서 살을 빼기 위해 복싱을 시작했다는 장동건까지 이들의 스토리가 재미있다. 이쯤 되면 장동건이 소속된 팀마루는 ‘다이어트의 산실’로도 불릴 만하다. 모두 선수로 활동하는 이 세 사람의 복싱 여정은 현재진행형이다.

■ 화려한 노장 이상근 - 미들급
6전 6승(4KO) / 이재성복싱 / 매니저 : 이재성 / 36세(1983년생) / 177cm / 오소독스
1983년생, 우리 나이로 서른일곱의 신인 복서가 대형 사고를 쳤다.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단단한 몸매에 감춰진 실력은 보여지는 그것보다 훨씬 강력했다. 거칠게 밀고 들어오는 김호준(29 슈프림짐)을 첫 라운드에서 라이트 카운터 한 방으로 매트에 침몰시키고 미들급에서 우승한 이상근 선수 이야기다. ‘이렇게 매력적인 30대 신인 복서가 또다시 출현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화끈한 경기력을 선보인 이상근은 복싱 자체를 스물일곱에 시작했고 서른넷에 프로로 데뷔했다.
그는 이번 대회 8강전에서 허선우(26 이종석복싱클럽)에게 판정승을 거둔 후 준결승에서 아마추어 출신의 유망주 임재경(20 용인대탑체육관)을 2회 TKO로 제압하며 강력한 우승후보로 떠올랐다. 공수를 전환하는 순발력과 찬스를 포착하는 타이밍 등은 젊은 선수들과 비교해도 최상급이다. 데뷔가 15년 정도만 빨랐다면 중량급에서 일을 낼 수도 있었을 만한 하드웨어와 동물적 감각을 지녔다. 자유롭게 운동할 수 없었던 회사원 생활을 그만두고 강남 관세청사거리에 ‘알로하복싱짐’을 개관하면서 좋아하던 복싱에 매진하기 시작했다. 동갑내기 매니저인 이재성 관장의 관리도 각별하다. IBF 팬퍼시픽 챔피언을 지낸 이재성 관장은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과 라스베이거스에서 모두 시합을 가졌던 스타복서 출신이다. 선수 본인의 의지만 확고하다면 향후 한국챔프는 물론 동양무대도 노려볼만 하다. 30대 후반의 대표로 열심히 해서 나이가 많아도 복싱을 좋아하면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이상근은 자신의 첫 번째 목표를 화끈하게 이뤄냈다. 그의 향후 행보를 복싱팬들도 주목하고 있다.

■ 두 대회 연속 석권 이성민 - 헤비급
7전 6승(2KO) 1패 / 프라임복싱클럽 / 매니저 : 박철 / 29세(1990년생) / 182cm / 오소독스
‘배틀로얄 1’에서 상대의 부상으로 결승전을 치르지 못하고 우승한 찝찝함 때문에 ‘배틀로얄 2’에도 출전을 신청한 이성민이 명실상부한 우승을 차지하며 국내 헤비급 신인 중에는 최고라는 것을 증명했다. 미군 치기공사로 이슈가 되었던 아론 싱글턴(26 빅뱅복싱)의 부상 때문에 치러지지 못했던 시즌 1의 결승전은 결국 시즌 2의 첫 경기에서 매칭이 되어 ‘배틀로얄 2’ 8강전 최고의 화두로 떠오르기도 했다. 이성민은 이 경기에서 현란한 위빙과 더킹을 앞세워 효과적인 압박으로 싱글턴을 넘어서며 우승자의 자존심을 지켰다. 준결승에서는 세계 대학선수권대회 3위의 실적을 가진 아마추어 엘리트 출신 홍수호(27 헐크복싱클럽)를 셧아웃 시켰고, 결승에서 무패의 최진규(25 가재울체육관)까지 무리 없이 잡아내 2연패를 완성했다. 헤비급에서는 단신인 182Cm에 불과하지만 엄청난 파워와 견고한 디펜스, 흔들리지 않는 내구력으로 상대를 위축시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최중량급으로서 펀치 파괴력만 보강한다면 동양권 정복도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본인에게 유일한 1패를 안겼던 현 복싱M 한국 헤비급 챔피언 오인성(21)과의 리매치도 관심거리다. 현재 이성민은 판교에 위치한 ‘복싱메카’의 수석 트레이너로 활동 중이며 매니저는 복싱M 경기남부지회장을 맡고 있는 프라임복싱클럽 박철 관장이 맡고 있다.
* 황현철: SPOTV 복싱 해설위원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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