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주의 유럽레터] 추억 선물한 박지성, 그의 위숭빠레 전설이 시작된 곳

이형주 특파원 2019. 5. 10.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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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트호벤 필립스 스타디움 현지의 박지성 판넬
PSV 시절 코쿠와 환호하는 박지성(등번호 7번)
박지성

[STN스포츠(아인트호벤)네덜란드=이형주 특파원]

아인트호벤, 위숭빠레의 전설이 시작된 곳이다.

박지성은 명실상부 한국 축구계의 레전드다. 팬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었던 2002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이었다. 뿐만 아니라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의 쾌거를 썼던 2010년 월드컵, 숙적 일본을 상대로 득점 후 보여줬던 사이타마 산책 등 팬들에게 행복한 기억을 선수한 선수다.

설령 국가대표팀 활약을 제외한다고 하더라도 그는 한국 축구의 레전드로 인정받을 수 있다. 차범근 이후 사실상 끊겼던 유럽 진출의 벽을 깼기 때문이다. 그가 깬 벽은 후배 선수들이 지나갈 수 있는 길이 됐다. 특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의 7년은 후배 선수들이 자라날 수 있는 토양이 됐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박지성이 맨유에서 활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된 PSV 아인트호벤 시절이 있었다. 입단 당시만 해도 유럽이 어색했던 한국인 청년은 아인트호벤에서 2년 만에 유럽이 주목하는 선수로 성장하게 된다.

물론 처음부터 쉬운 것은 아니었다. 박지성은 2003년 겨울 이적시장에서 대표팀 은사 거스 히딩크, 대표팀 선배 이영표와 함께 PSV에 합류하게 된다. 처음 박지성의 행보는 최악 그 자체였다.

PSV 입단 당시 박지성은 온전한 몸 상태가 아니었다. 월드컵과 소속팀 교토 퍼플상가에서 많은 경기를 소화하며 몸이 망가져있었다. 특히 그를 커리어 내내 괴롭혔던 무릎 부상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이로 인해 부상과 부진이 반복됐다.

아인트호벤 시 내의 여론은 최악으로 흘렀다. PSV 팬들 입장에서 박지성은 한 마디로 외국에서 온 낙하산 용병이었다. 그런데 그런 선수가 부상과 부진을 반복하고 있다. 비판의 여지가 없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문제는 박지성에게 도를 넘은 비난이 쏟아졌다는 것. 그는 이적 초기 홈 경기장에서 야유와 욕설을 듣는 경험을 한다. 원정도 아닌 홈에서 그런 경험을 한다는 것은 박지성에게도 견디기 힘든 일이었다. 그는 자서전과 언론을 통해 "축구 인생 최초로 경기장에 나가는 게 무섭다고 생각했다"고 고백한 바 있다.

그러나 그대로 주저앉을 박지성이 아니었다. 점차 유럽에 적응하고 컨디션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히딩크 감독도 야유가 적은 원정 경기 위주로 그를 출전시키며 폼을 끌어올리는 것을 도왔다. 마르크 반 봄멜 등 박지성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던 팀 동료들도 그의 변화에 놀라기 시작했다.

그리고 박지성은 팀내 핵심이 된다. 특히 2004/05시즌에는 PSV의 리그 독주 우승의 핵심이었다. 그리고 UEFA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알렉스 퍼거슨 당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을 매료시켰던 8강 올림피크 리옹전 활약, 파울로 말디니, 알렉산드로 네스타, 야프 스탐, 카푸 사이를 헤집고 넣은 4강 2차전 활약 등 PSV를 떠올리면 떼레야 뗄 수 없는 선수가 됐다. 

박지성의 활약에 팬들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홈 경기에서조차도 응원을 하지 않던 팬들이 박지성을 연호하기 시작했다. 네덜란드식 박지성의 발음인 '위숭빠레'가 울려퍼졌다. 특히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위숭빠레 송'은 중독성 있는 멜로디로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다.

아인트호벤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맨유로 이적한 그는 7년 간 활약하며 한국 축구의 자존심을 세운다. 박지성은 QPR을 거친 뒤 자신의 친정인 PSV로 복귀, 그의 빛나는 커리어를 마무리한다.

박지성이 은퇴를 한 지도 4년이 지났지만 PSV 여전히 레전드로 그를 기억하고 있다. PSV의 홈구장인 필립스 스타디움에서 그의 흔적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가장 먼저 PSV 박물관에서 그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PSV는 그들의 역사를 시대별로 분류해 전시하고 있다. 박지성의 모습은 2000년대 부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밀란전 박지성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나, 리그 우승 당시 이영표, 히딩크 감독과 찍은 사진이 그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PSV는 아예 한쪽 출입구에 박지성의 사진을 대문짝만하게 걸어놨다. PSV는 그들의 레전드들을 판넬로 제작해 각각의 출입구에 전시해놨다. 박지성은 33번 출입구에 당당히 위치해 있다.

PSV 관련인들의 인식 역시 좋다. PSV 직원인 리카르도(Ricardo) 씨는 10일 "PSV와 관련된 사람이라면 박지성을 잊을 수는 없다. 헌신적인 플레이로 팀의 귀감이 된 선수"라고 극찬을 하기도 했다.

박지성은 한국 축구의 팬들에게는 의미가 남다른 인물이다. 대표팀과 유럽 활약을 통해 팬들에게 추억을 선물했기 때문이다. PSV에서도 박지성은 같은 의미였다. PSV는 박지성을 사랑하고 전설로 기억하고 있었다.

사진=이형주 기자(네덜란드 아인트호벤/필립스 스타디움), 뉴시스

total87910@stn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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