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라리와 포르쉐의 엠블럼은 모두 말을 디자인한 것이다. 앞발을 하늘 높이 들고 뒷발로 일어서는 말의 모습이 아주 비슷하다는 인상을 준다. 그렇다면 이 말들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일까?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자동차 엠블럼을 꼽으라면 단연 페라리가 빠질 수 없을 것이다. 뒷발로 일어선 말 엠블럼, 즉 도약하는 말(카발리노 람판테)은 힘차고 속도감이 넘치는 인상으로 페라리의 이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엠블럼의 기원은 1차 세계대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차 세계대전 당시 이탈리아의 영웅으로 떠올랐던 비행기 조종사 프란체스코 바라카는 자신의 비행기에 바라카의 말(바라카 카발리노)이라고 불리는 문양을 그렸다고 한다. 이후 1923년 페라리 창시자인 엔초 페라리가 레이서로 활약한 사비오 레이스에서 바라카의 부모는 엔초의 레이스에 감명을 받아 아들의 카발리노 람판테 문양을 그에게 선물했다. 엔초 페라리는 1930년대에 들어서 자신의 레이싱 머신에 카발리노 람판테를 장착하게 됐다.
이 에피소드는 페라리 팬이라면 잘 알고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사실 이 말 문양은 바라카 개인의 것이 아니라 스쿠데리아 91a 부대의 마크였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따라서 바라카가 아무리 영웅적인 인물이어도 부모에게 그 문양의 소유권이 있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 에피소드는 페라리 자신의 회고록에 근거하고 있지만, 그 회고록엔 약간의 각색이 된 부분도 있어 사실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

게다가 엔초 페라리의 형인 알프레드가 스쿠데리아 91a 부대에서 지상 근무를 했다는 흥미로운 사실도 있다. 즉 지금으로서는 확인이 어렵지만, 잘 알려진 엔초 페라리의 에피소드에 어떤 뒷이야기가 있을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한편 이렇게 말의 발을 세운 엠블럼을 가진 또 다른 브랜드가 있는데 바로 포르쉐다. 포르쉐 엠블럼의 중앙에도 역시 도약하는 말이 그려져 있다. 이것은 포르쉐의 본사가 있는 독일 슈투트가르트 시의 문양에서 따온 것이다. 그런데 이 문양이 페라리의 도약하는 말과 비슷한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스쿠데리아 91a 부대의 사나운 말이 새겨진 심벌은 바카라가 격추한 독일 군기가 붙이고 있던 문양에서 따왔다. 그 독일 군기의 조종사는 슈투트가르트 출신으로 자신의 고향 문양을 비행기에 붙이고 있었던 것이다.
즉, 페라리와 포르쉐의 도약하는 말의 기원은 모두 슈투트가르트시의 문양인 셈이다. 이탈리아와 독일의 스포츠카 라이벌의 엠블럼이 같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페라리가 이 엠블럼을 상표 등록하려고 했을 당시 슈투트가르트 시가 이 마크의 소유권을 주장하며 다툼을 벌인 일도 있었다고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