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총여학생회 31년만 폐지..대학서 총여 전멸

이해진 기자 2019. 1. 4.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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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총투표 결과, 78.92% 폐지에 찬성..대학가 "학내 백래시" VS "자연스런 흐름"
4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학생회관에 총여학생회 폐지 반대 투표를 독려하는 대자보가 붙어있다./사진=뉴스1


연세대학교 총여학생회(총여)가 1988년 출범한 지 31년 만에 사라지게 됐다.

연세대는 재학생 총투표를 거쳐 4일 총여를 없애기로 했다. 이날 결정으로 서울권 주요 4년제 대학 총여 숫자는 사실상 '0'이 됐다.

이날 연세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이달 2일부터 사흘간 치러진 재학생 총투표 결과, 78.92%(1만763표)가 총여 폐지에 찬성했다. 반대는 18.24%(2488표)에 그칠 만큼 압도적인 표차였다.

총투표율은 투표 마감 시간인 이날 밤 9시 기준 재적생 2만4849명 가운데 1만3637명이 투표해 54.88%를 기록했다. 연세대 학칙에 따라 투표율 50%를 넘어야만 개표해 결과를 공고한다.

연세대 총여 폐지 논의는 지난해 5월 총여가 일부 학생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페미니스트 은하선씨를 인권축제 강사로 초빙하면서 촉발됐다.

강연 당일 학생들은 강연장 앞에서 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급기야 '총여학생회 퇴진 및 재개편 추진단'이 꾸려져 지난달 18일 전체 재적생의 10분의1 이상인 2535명의 요구로 총여 폐지 찬반 총투표를 실시하게 됐다.

연세대는 이날 결정으로 모든 회칙에서의 총여학생회를 삭제하는 대신 성폭력담당위원회를 신설하기로 했다.

이날 연세대의 결정으로 서울 시내 대학 총여는 사실상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대학 총여는 1984년 서울대와 고려대에서 최초로 만들어져 △1993년 서울대 조교 성희롱 사건 △1996년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성추행 사건 등을 공론화하는 데 기여했다. 또 학내 반(反)성폭력운동을 전개해 1997년 성폭력특별법 제정 및 개정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 대학 총여 존재감에 의문이 제기되며 잇따라 폐지됐다.

지난달 22일 동국대학교에서 학생 총투표에 따라 총여 폐지가 결정됐다. 성균관대학교에서는 지난해 9월 유효표 4747표 가운데 찬성 83%(4031표)로 총여 폐지안이 압도적으로 가결됐다.

건국대학교와 서울시립대학교는 2013년, 홍익대학교는 2015년 총여를 폐지했고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는 2014년 독립기구였던 총여를 총학생회 산하 기구로 편입했다. 서울대와 고려대도 총여를 총학생회 산하 여성위원회 등으로 대체해 운영하고 있다.

경희대는 규정상 총여가 존재하지만 입후보자가 없어 수년째 공석이다.

4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학생회관 총여학생회의 문이 굳게 닫혀있다./사진=뉴스1


총여 폐지에 찬성하는 학생들은 과거와 비교해 여성인권이 향상된 현 시점에 학생회 외에 굳이 총여를 둘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연세대 14학번 박모씨(25)는 "총여가 만들어진 80년대는 여성 인권이 낮았고 여성의 대학진학률도 낮아 학내 소수자인 여성을 위한 기구가 필요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박씨는 "하지만 이제는 여성 인권이 향상된 만큼 총여를 둘 필요는 없다"며 "오히려 총여의 존재가 남학우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총여 폐지가 안타깝다는 의견도 있다. 연세대 18학번 김모씨(21·여)는 "여성들은 대학에서 아직도 크고 작은 성차별을 겪고 있다"며 "총학생회는 학생 전체의 이익을 대변하기 때문에 여성 문제는 외면하는 경우가 많은데 총여가 사라지는 흐름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여성계는 총여 폐지 흐름을 페미니즘 열풍에 대한 '백래시'(반발) 가운데 하나라고 분석했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2015년부터 한국 사회에 페미니즘 열풍이 일며 여성인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고, 특히 학내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총여라는 기구로 집결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남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백래시가 총여 폐지로 나타난 것"이라며 "여성을 대변하는 기구의 존폐 여부를 모든 학생이 투표해 결정하는 것 자체가 민주주의를 앞세운 남성·강자중심적 사고"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젠더 갈등만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학생운동의 쇠퇴와 총여학생회 효용성이 줄어든 데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민주화 운동이 활발했던 80년대와 달리 요즘 학생자치조직은 무너지기 시작했다"며 "이런 흐름 속에 특히 학내 여성 인권 향상으로 그 효용이 줄어든 총여가 잇달아 폐지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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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진 기자 hjl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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