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승조로 꽃피운 이형범 "내 공에 확신 생겼다" [인터뷰]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2019. 5. 20.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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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이형범. 이석우 기자

자유계약선수 양의지(NC)의 보상 선수로 두산 유니폼을 입을 때만 해도 이형범(25)은 롱릴리프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했다. 선발이 일찍 무너져야 등판 기회를 얻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현실은 다른 방향으로 펼쳐졌다. 이형범은 두산 필승조의 핵심으로 우뚝 서며 자신의 프로 커리어를 본격적으로 쌓아가고 있다.

이형범은 20일 현재 5승1패, 8홀드, 평균자책 2.05의 성적으로 다승 공동 3위, 홀드 공동 2위를 차지하고 있다. 27경기에 출장해 투수 가운데 경기 1위에 올라 있기도 하다. 두산은 48경기에서 33승15패를 기록했다. 팀이 이긴 대부분의 경기에 이형범이 등판한 셈이다.

최근 서울 잠실구장에서 만난 이형범은 “내가 경기에 많이 나간다는 것은 팀이 많이 이긴다는 뜻 아니겠나. 계속 나가고 싶다”며 “점수가 타이트한 상황에 나가니까 힘들기도 하지만 마운드에 오르면 이기고 싶은 마음이 끓어올라 힘든 게 사라진다”고 말했다. 그는 “트레이너님들이 몸을 진짜 잘 풀어주셔서 피로가 금세 회복된다”며 웃었다.

2012년 NC에 지명된 이형범은 지난해까지 1군 39경기에 출장한 게 전부였다. 올해 두산으로 이적한 후 1군 붙박이가 됐다. 실점 없이 틀어막는 경기가 많아지면서 자신감이 커지고, 이런 마음이 다시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다. 투심 패스트볼의 제구가 좋아진 것이 호투의 비결이다. 이형범은 “지난해엔 위로 높게 가는 공이 많았지만 올해는 공이 낮게 잘 간다. 투심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며 “팔을 높이 들어 공을 찍어 누른다는 생각으로 던지니까 제구가 잘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형범은 두산의 장점으로 선후배간 친밀한 분위기를 꼽았다. 그는 “분위기가 활발하다고 해야하나, 선후배끼리 대화도 많이 하고 장난도 많이 친다. 선배님들이 먼저 말을 걸어주시고 조언도 해주신다”고 말했다.

정재훈 불펜코치는 이형범에게 ‘네 공 치기 어렵다, 피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승부하라’고 조언했고, 포수 박세혁은 ‘공 좋으니까 가운데 보고 던져라’는 말로 용기를 심어줬다. 베테랑 이현승은 ‘한국시리즈 마운드에서 던진다고 상상해보라’며 성공에 대한 동기를 부여했다. 이형범은 “그 말씀을 듣고 한국시리즈에서 던지는 상상을 해봤다. 상상만으로도 심장이 뛰었다”며 미소 지었다.

두산은 최근 4연승을 거두고 SK과 2게임차 1위를 달리고 있다. SK 전력이 워낙 탄탄해 우승에 도전하는 두산으로선 경계를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이형범도 승리를 지키는 필승조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그는 “내 뒤에 좋은 투수들이 있지만 그래도 내가 주자를 내보내면 위기가 찾아온다”며 “어떻게든 주자를 내보내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던진다”고 말했다.

이형범은 유독 승운이 따라준 덕분에 웬만한 선발투수들보다 많은 5승을 했다. 그러나 불펜투수로서 그의 목표는 역시 홀드다. 이형범은 “10홀드는 꼭 하고 싶다. 10개를 채우면 마음이 조금 편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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