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깔모자의 아틀리에-힘이 있으면 뭐든지 해버리는 게 인간 [만화로 본 세상]

2019. 4. 30.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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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깔모자의 아틀리에〉에서 이 ‘힘’은 마법이다. ‘특별한 사람’들은 고깔모자를 쓴 마법사 무리다. 일종의 비밀면허 제도를 통해 마법이 전승돼 마법사만이 마법을 쓰게 된 것이다.

시라하마 카모메 작가의 만화 <고깔모자의 아틀리에>의 한 장면 / 학산문화사

어떤 힘이 있다. 그 힘은 누구나 쓸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뭐든지 할 수 있는 힘이 있으면 뭐든지 해버리는 게 인간이라서’ 그 힘으로 전쟁이 일어났다. 결국 ‘얼마 안 남은 양식 있는 사람들’에 의해 그 힘이 제어되기 시작했다. 이제 ‘힘’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감춰진 ‘특별한’ 것이 되었고, ‘특별한 사람’들만이 쓸 수 있는 것이 되었다.

최근 발간된 만화 중 가장 흥미롭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고깔모자의 아틀리에〉에서 이 ‘힘’은 마법이다. ‘특별한 사람’들은 고깔모자를 쓴 마법사 무리다. 일종의 비밀면허 제도를 통해 마법이 전승돼 마법사만이 마법을 쓰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런 설정에는 두 가지 역발상이 들어 있다.

인류가 누리는 대부분의 힘은 예전에는 특별한 것이었다가 갈수록 친숙한 것이 되는 과정을 거쳤다. 정치권력이 소수 귀족이나 왕의 것이었다가 인민(people)의 것이 된 것이 정확히 그 과정에 해당한다. 다른 힘들도 마찬가지다. 문자를 쓰고 읽을 수 있는 능력, 순간을 포착하는 능력(그림에서 사진으로, 또 영상으로) 등이 소수로부터 다수에게 퍼졌다. 그러니 보편적이었다가 특별한 것이 된 ‘힘’의 사례는 몹시 드물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첫 번째 역발상이라면 마법이라는 힘이 원래는 특별하지 않은 친숙한 것이었다는 설정이 두 번째 역발상이다. 마법은 인류가 만든 숱한 이야기 속에서 특별한 것으로 여겨져온 것이었다. 하지만 작품은 근대 이후로 보편적인 것이 된 문자의 수준으로 마법을 다루기 쉽게 만든다. 그 세계에서 ‘마법은 거는 게 아니라 그리는’ 것이다. 펜과 잉크가 있고 마법에 대한 지식을 알기만 하면 하늘을 날거나 물건을 고치는 것과 같은 마법을 ‘누구나’ 쓸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쉽기 때문에 마법이 남용돼 갖은 비극이 일어났다. 그것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그 간단한 방법이 마법사들만의 비밀로 지켜지게 된 것이다.

이런 두 가지 역발상을 통해 작품은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에서 중요한 교훈을 주는 듯하다. 그것은 간단히 말해, 힘을 쓰는 행위에 대한 행위자의 인식이다. 마법사들은 마법의 남용을 막기 위해 사람의 몸 자체에 마법을 거는 것을 금지한다. 하지만 마법의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서 단 한 가지, 기억을 지우는 마법만은 허용된다. 주인공 코코도 마법의 비밀을 알고 기억이 지워질 뻔했으나, 현명한 스승 키프리의 결단으로 마법사의 길을 걷는다. 이후 마법의 비밀을 보통 사람들에게 들킬 뻔한 코코에게 키프리는 말한다. “기억은 각자가 그 사람이기 위한 경험이나 지식, 시간과 함께 쌓여온 과거. 인생 자체야.” 만약 들키기라도 했으면 그런 것을 지웠어야 했을 거라고 키프리는 가르친다. 힘을 쓸 수 있지만 부정적인 방향으로는 되도록 쓰지 않는다.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마법만을 쓰려고 노력한다.

너무나 친숙해서 때로는 함부로 사용하는 힘이지만, 사실은 특별한 것이었다가 역사의 흐름 속에서 우리 모두가 사용하는 평등한 힘이 된 것들이 여럿 있다. 동의 없는 불법영상도, 과한 인터넷 악플도, 지나치게 자극적인 웹툰도 그런 힘에서 나온 비극이다. ‘힘’이 남용된다는 빌미로 ‘규제’가 등장하지 않도록 하려면 결국 사용자의 힘에 대한 인식이 답이라는 것을 작품은 가장 현명하게 힘을 사용하여 설득한다. ‘만화’라는 힘을 이처럼 아름답게 쓴 작품은 실로 오랜만이다.

조익상 만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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