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면접인데도 "지방대" 콕 집어.. 말뿐인 공정 채용 [연중기획-청년, 미래를 묻다]

광주광역시 한 국립대 공대를 졸업한 뒤 2년째 취업에 매달리고 있는 김모(27)씨는 “대기업 입사시험에서 필기를 여러 차례 통과했지만, 면접에서 번번이 탈락했다”며 이같이 토로했다. 김씨는 면접 때마다 “서울에 근무하면 잘 적응할 수 있겠느냐”는 황당한 질문을 받았다. 블라인드 면접인데도 어찌 된 영문인지 면접관들의 질문은 능력보다 지방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소위 ‘지방대’ 꼬리표를 떼기 위해 대학생활 내내 자격증과 어학 실력 등 이른바 ‘스펙’ 쌓기에 부단히 노력했기에 돌아오는 실망감이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부산의 한 국립대 출신 취업 준비생 이모(31)씨는 14일 “지방대 출신이라는 사실이 부끄럽고 후회스럽다”고 털어놨다. 이씨 역시 대기업에 원서를 넣을 때마다 서류 전형부터 탈락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이씨는 재학시절 내내 공모전에서 수차례 수상하고 자격증도 10개가 넘게 취득한 선배가 탈락의 고배를 마실 때마다 그만 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비슷한 스펙의 수도권 대학 출신 지인이 대기업에 합격하는 것을 지켜보고 나서야 지방대 출신에 대한 차별의 심각성을 피부로 느끼게 됐다. 이씨는 “지역에서는 좋은 대학이라고 평가받지만, 대기업 입사에서는 그냥 ‘지잡대’로 취급될 뿐”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는 지방대생의 차별을 없애기 위해 블라인드 면접 제도를 도입했지만, 당사자들이 체감하기엔 역부족이다. 취업 포털사이트 인크루트가 지난해 2030세대 843명을 대상으로 취업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물은 결과 절반가량인 43.9%가 ‘학벌·학력 등 스펙’을 1순위로 꼽았다. 최근 금융권 채용 비리에서는 서울지역 대학 출신자 합격을 위해 지방대 출신 지원자들의 면접 점수를 하향한 사실이 드러났다.

지방대 졸업생 중에는 취업이 잘되는 학과를 선택해 재입학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3년 전 대구지역 4년제 대학교를 졸업한 김모(27·여)씨는 올해 유명 미국 안경조제가공회사 취업에 성공했다. 지방대 졸업장이 취업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하자 전문대 안경광학과에 재입학한 ‘학력 U턴’이었다.



정부는 2014년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 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공공기관과 상시근로자 300명 이상 기업이 신규채용인원의 35% 이상을 지역 인재로 채용하도록 했다. 하지만 강제성 없는 권고조항에 불과해 지역인재 채용은 10% 내외에 그쳤다. 최근 국회 도종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지역인재 채용비율을 40% 이상으로 의무화하는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정부는 올해 초 ‘고졸 취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시행에 들어갔다. 고졸 공무원 채용 비율을 늘려 취업을 확대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 직업계 고교 취업률을 2022년까지 60%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특히 지난해 2학기부터는 고교 취업연계 장려금 지원 사업을 도입해 중소기업에 6개월 이상 재직하면 일시금으로 1인당 연간 3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이의 지원자는 2만6000명으로 정부가 계획한 2만4000명을 초과해 일단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전주·광주·부산·대구=김동욱·한현묵·이보람·문종규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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