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냉동 참치 실어라"..영하 60도 컨테이너 수송 작전

부산=조지원 기자 2019. 3. 29.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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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이(눈다랑어) 어데?" "알바꼬(날개다랑어) 요기로!"

지난 26일 부산 사하구 감천항에서 작업자들이 냉동 참치를 운반선에서 컨테이너로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조지원 기자

지난 26일 오전 10시 부산 사하구에 위치한 감천항 하역장. 알 수 없는 단어와 함께 고성이 오갔다. 남태평양에서 참치를 가득 싣고 온 운반선은 3~4분에 한번씩 참치 30~40마리를 쏟아냈다. 길이 50㎝ 꼬챙이를 하나씩 거머쥔 항만 작업자들은 돌덩어리처럼 단단하게 얼어붙은 참치를 한마리씩 컨테이너 안으로 옮겼다.

‘비가이’는 눈다랑어의 영문명 ‘빅아이(Big Eye)’, ‘알바꼬’는 날개다랑어의 영문명 ‘알바코(Albacore)’다. 작업자들은 한눈에 참치 종류를 알아보고 컨테이너 6대에 나눠 실었다. 참치가 차곡차곡 쌓이는 컨테이너는 하얀 냉기를 내뿜었다. 영하 30~40도 수준인 일반 냉동 컨테이너보다 더 낮은 영하 60도의 ‘울트라 프리저(Ultra Freezer)’였다.

이날 부산 지역 날씨는 영상 15도를 웃돌았지만, 울트라 프리저 컨테이너 안은 한겨울 같았다. 컨테이너 앞에만 서도 등골이 오싹해질 만큼 서늘함이 느껴졌다. 그 안에서 작업자들은 구슬땀을 흘렸다. ‘알고기’라고도 불리는 눈다랑어는 마리당 무게가 25~35㎏다. 작은 고기는 마리당 30만원이지만, 비싼 것은 200만원까지 나간다고 한다. 컨테이너 한대에 1억원어치가 넘는 참치가 실렸다.

참치를 가득 실은 컨테이너는 운반선 작업이 끝날 때까지 대기하기 위해 부산 북항으로 이동했다. 이후 SM상선 KJX(Korea Japan Express) 노선을 오가는 7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선박에 실려 일본 시미즈항으로 운송된다. 최근 일본 내 참치 소비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수출도 늘고 있다.

SM상선 관계자는 "일반 냉동 컨테이너보다 울트라 프리저 운임이 5~10배 비싸지만, 화주들이 안정적으로 냉동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울트라 프리저를 선호한다"며 "당장 다음 주에도 참치가 대량 들어오는데 운반 장비를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냉동 참치 하역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부산 감천항./SM상선 제공

◇ 울트라 프리저 운임, 일반 냉동 컨테이너보다 5~10배 비싸

참치는 쉽게 상할 뿐 아니라 일반 생선보다 몸통이 크기 때문에 몸 속 깊은 곳까지 얼린 뒤 냉동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과거 냉동‧물류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을 땐 비싸고 귀한 음식이었다. 냉동 컨테이너 등장 후 참치를 항공이 아닌 해상으로 대량 운반할 수 있게 됐다. 선사들은 울트라 프리저 도입으로 장시간 참치를 운송하는 동안에도 품질을 유지하고 있다.

울트라 프리저는 영하 60도를 유지하기 위해 엔진 2개가 장착돼 있다. 제작단가도 일반 냉동 컨테이너에 비해 10배가량 비싸다. 주로 참치나 구슬 아이스크림 등 극저온 관리가 필요한 화물을 운송한다. 화주나 수송거리 등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 드라이 컨테이너 운송비의 10배, 일반 냉동 컨테이너 운송비의 5배를 받는다.

SM상선은 한진해운에서 사용하던 울트라 프리저 중 20대를 매입해 활용하고 있다. 장비뿐 아니라 특수 컨테이너를 운용할 수 있는 인력·노하우를 이어 받았다. SM상선 직원들은 울트라 프리저 관리에 각별히 신경을 쓴다. 운임이 일반 컨테이너에 비해 비싼 만큼 고장이 나면 손실이 크기 때문이다.

◇ 특수 컨테이너가 경쟁력...국내외 선사, 사업확대 박차

SM상선 특수 컨테이너 울트라 프리저 안에 냉동 참치들이 가득 실려 있다. /조지원 기자

해운업계에서는 선사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울트라 프리저 같은 특수 컨테이너 운용 능력이 수익성 확보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다. SM상선은 미국 롱비치, 베트남 호치민 등으로 광어·우럭 등 활어 운송 컨테이너도 운용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오렌지 수입도 확대하는 중이다.

SM상선뿐 아니라 현대상선 등도 특수 컨테이너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독일 하팍로이드는 지난해 냉동 컨테이너 1만1000개를 발주했고, 일본 ONE도 냉동 컨테이너 1만4000개를 제작 중이다. 영국 해운조사기관에 따르면 2021년까지 특수 컨테이너 물동량은 연 평균 2.6% 성장할 전망이다.

현대상선은 ‘공기조절장치(CA)’ 컨테이너를 내세워 ‘숲 속의 버터’ 아보카도를 운송하고 있다. 아보카도는 수확하자마자 산소를 만들고, 이산화탄소와 물을 배출하면서 익는다. 통상 해상 운송에 한달가량 걸리기 때문에 저장 상태에서 산소를 제거해야 신선도가 유지된다. CA 컨테이너는 공기 중 산소, 이산화탄소, 질소 등을 조절해 노화를 억제하고 맛과 신선도를 유지한다. CA컨테이너는 일반 컨테이너 운임의 4배를 받는 고부가 화물이다.

SM상선 관계자는 "올해 울트라 프리저 수송실적을 2018년 대비 50% 이상 늘려 수익성 극대화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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