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훈의 스토리뉴스] 정치판에서 성공하려면 가족 꽁꽁 숨겨야 / 黃, 아들 자랑아닌 자랑했다가 이리 저리 / 문 대통령, '딸 해외이주'로 野 공격받아 / YS· DJ, 아들 문제로 대국민 사과까지 / 이승만, 양자 '귀하신 몸' 소동 / 육사생도 박지만, 유격훈련 때 장군이 직접 시범 / 유시민, '정치 NO'한 까닭은 가족에게까지 고통주기 싫어서
흔히 자식을 '애물(속을 태우는 존재)단지'라고 한다. 너무 소중하고 사랑하는 까닭에 애가 타지만 감싸 안을 수 밖에 없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정치인에게도 자식은 애물단지다. 일반인들과 다른 점은 노출시키면 안되는 애물이라는 것이다.
최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청년층을 격려하겠다며 아들 이야기를 꺼냈다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정치컨설팅그룹 민의 박성민 대표는 24일 "정치인은 가족 문제로 분노(또는 환호)하면 안 되고 국민이 분노하는 문제로 분노해야 하며 사적 영역을 감춰야 한다"며 황 대표가 자식을 입에 올린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했다.
우리 정치사에서 자식으로 인해 이런 저런 뒷말을 낳았던 사례는 부지기수다.
◆ 黃, "스펙 낮았던 우리 아들~"도, "(높은 점수 낮게) 말한 것도 거짓말이냐" 해명도 논란
요즘 황 대표는 '정치 어렵다'라는 말을 실감하고 있을지 모른다. 격려차 한 말도, 해명삼아 한 말도 논란이 되기 일쑤여서다.
황 대표는 지난 20일 숙명여대 특강에서 '취업난'에 시달리는 세태와 관련해 스펙보다는 기업 맞춤형 특성화 전략이 중요하다는 뜻에서 "내가 아는 어떤 청년은 학점이 3점도 안 됐고, 토익 점수도 800점으로 15곳에 지원했으나 10군데는 서류전형에서 떨어지고 다섯 곳은 합격 했다"며 "그 청년이 우리 아들이다"고 했다.
이후 황 대표 아들 최종 학점이 3.29, 토익 925점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거짓말'논란이 일자 황 대표는 "(아들이) 1학년 때 점수가 좋지 않았지만 (이후 노력해 점수를 높였다), 보다 다양한 경험과 역량을 갖추려고 노력했던 점을 전하고 싶어 (비유삼아 말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24일엔 "낮은 점수를 높게 얘기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 반대도 거짓말이라고 해야 하느냐"며 억울해(?) 했다. 하지만 '애초 거짓말한 것은 사실이니 사과했어야야 했다', '해괴한 해명'이라는 등의 지적이 이어졌다.
◆ 文 대통령, 다혜씨 해외이주로 한국당 공세에 시달려
문재인 대통령도 자식 논란으로 속을 끓이고 있다. 딸 다혜씨를 타깃으로 한 한국당의 공세가 집요해서다.
한국당은 다혜씨의 해외이주가 특이한 사례(대통령 재임 중 해외이주)라며 조사단까지 꾸려 정밀 검증에 나섰다. 해외 경호에 따른 국비소요, 사위 취업 등 등을 따져보겠다며 감사원 감사청구는 물론이고 태국까지 찾아갔다. 청와대는 해외이주 과정을 전후해 어떤 문제도 없었다며 방어하고 있지만 심기가 불편한 게 역력하다.
◆ 김영삼, 김대중...자식문제로 대국민 사과까지
'금융 실명제' '공직자 재산등록' '하나회 숙청' 등 굵직한 개혁을 단행했던 김영삼(YS) 전 대통령은 자식문제로 대국민 사과를 했다.
YS는 차남 현철씨의 국정개입 의혹 등으로 국민여론이 들끓자 1997년 2월 25일 카메라 앞에 서서 "아들의 허물은 곧 아비의 허물로 여기고 있습니다"며 국민에게 고개를 숙였다.
이어 집권한 김대중(DJ) 전 대통령도 아들들로 인해 국민의 용서를 구해야 했다. DJ는 3남 김홍걸씨가 이른바 최규선 게이트로 구속된 데 이어 차남 홍업씨마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및 변호사법 위반혐의로 구속되자 2002년 6월 21일 밤 "저는 지금 고개를 들 수 없는 심정으로 국민 여러분 앞에 섰습니다. 제 평생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렇게 참담한 일이 있으리라고 생각조차 못했습니다"며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 이승만 양자 이강석, 서울대 법대 편법입학· 헌병 빰 때리고 안하무인...급기야 양자 사칭 '귀하신 몸' 사건까지
슬하에 자식이 없었던 이승만 초대 대통령은 1957년 3월, 이기붕 국회의장의 장남 이강석을 양자로 들였다. 권력 서열 1,2위의 양아들· 아들인 이강석의 위세는 하늘을 찔렀다.
지나가는 헌병의 뺨을 때리는가 하면 1956년 다니던 육사를 그만두고 서울법대에 편법 입학했다. 자격미달자가 권력자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편법입학한 소식에 서울대생들이 동맹휴학에 돌입하는 등 강력 반발했다. 결국 이강석은 서울대를 자퇴, 육군사관학교에 재입학, 14기로 졸업해 육군소위로 입관했다.
이승만 대통령이 군부대 시찰 때 육군소위 계급장을 단 이강석(오른쪽에서 두 번째 선글라스 쓴 사람)이 실세 곽영주(앞줄 왼쪽) 경무관과 나란히 서 있는 사진은 당시 그의 위치를 잘 말해 준다.
1957년 8월30일 경주에서 있었던 ‘이강석 사칭 사건’도 유명하다. 당시 '귀하신 몸'이라는 말이 대유행돼 지금까지 통용되고 있다.
이강석을 닮은 강성병은 경주 경찰서에 나타나 "아버지의 명을 받고 경주지방 수행상황을 살피러 왔다"고 거짓말했다. 강병성이 사진으로만 본 이강석과 닮은 데다 '대통령 아들'이라는 말에 정신이 혼미했던 경주경찰서장 등은 "대통령 각하의 아드님, 귀하신 몸이 여기까지 와주셔서 소인 한평생의 영광입니다"며 조선왕조 실록에서나 나옴직한 극존칭을 써가며 손을 비볐다. 가짜 이강석은 경주, 영천을 돌아다니며 극진한 대접을 받다가 9월 1일 이강석 얼굴을 아는 경북 도지사 이근직에 의해 정체가 탄로났다.
이강석은 육군소위로 복무하던 1960년, 4·19 혁명으로 이승만이 하야(4월 26일)하자 4월 28일 서대문집(현재 4·19혁명기념도서관)에서 아버지 이기붕과 어머니 박마리아, 남동생 이강욱을 권총으로 쏜 뒤 자신도 그 뒤를 따랐다.
1977년 3월 2일 육사37기 입교식에서 아들 박지만 생도의 손을 잡으며 격려하고 있는 당시 박정희 대통령.
◆ 박정희 아들 박지만, 육사 37기로 입교...별 둘 단 장군이 레펠하강 시범
박정희 전 대통령 아들 박지만씨는 1977년 육사(37기)에 입교했다. 당시 최고 권력자의 아들이 육사에 다녔지만 표면적으로 특혜를 받지는 않았다는 것이 당시 육사 생도와 장교들의 증언이다. 오히려 37기들이 선배들로부터 불이익을 받았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대통령 가족인 관계로 박지만 생도는 '안전해야 할' 경호대상이었다. 이에 얽힌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박 생도가 0000로 유격훈련 온다는 말에 당시 어깨에 별 둘을 단 책임자가 '하강 레펠'이 안전한지 점검하겠다며 직접 레펠을 타고 하강, 안전함을 몸소 보장했다. 별 둘 장군이 시범조교로 나서자 부하 장교들은 안절부절했으며 초긴장 상태에서 육사생도 교육이 끝날 때를 기다렸다고 한다. 한편 솔선수범의 자세를 보인 때문인지 000소장은 이후 별을 더 달았다는 후문이다.
◆ 유시민 "가족까지 을~", 박성민 "정치는 가족 숨기는 것"...자식들도 없는 듯 살아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여권의 끈질긴 러브콜을 거절하는 이유로 '가족'을 들었다. 유 이사장은 지난 1월 7일 유튜브 방송 ‘유시민의 고칠레오’에서 "정치를 다시 하면 모든 사람에게 호감을 얻으려 ‘을’의 위치로 무조건 가야 하고 저만 ‘을’이 아니라 가족들도 다 ‘을’이 될 수밖에 없다”고 '정계복귀, 선거 NO'를 외쳤다.
유 이사장은 공인의 가족이 감당해야 할 무게가 너무 무겁고, 또 가족의 사소한 실수도 용서치 않고 물고 늘어지는 현실정치의 비정함을 너무 잘 알고 있다.
박성민 대표는 24일 MBC라디오 '시선집중'에서 황교안 대표 '아들 발언'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정치인이 자기 가족이나 개인의 문제로 분노하는 것은 좋은 작전이 아니다"며 그 이유로 "정치는 사적 이미지를 가능한 한 감추고 공적 이미지를 부각시켜야 하기 때문이다"라는 점을 들었다.
유 이사장과 박 대표의 말에는 정치인도 자기 가족을 다루지 말아야 하지만 가족, 특히 자식들도 '없는 듯 조용히 지내야 한다'는 뜻이 담겨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