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브레인 스토리] [329] 감시자본주의의 시대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2019. 2. 20.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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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는 1930년 출간된 '문명 속의 불만'이라는 책에서 사회·정치·문화적 문제들을 억압된 성욕으로 해명하려 노력했다. 오늘날 시점으로 완벽히 동의할 수는 없지만 당시 서유럽 사회 이해를 위한 새로운 프레임을 제시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겠다. 비슷하게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쇼샤나 주보프(Shoshana Zuboff) 하버드대 경영대학교 명예교수의 책 '감시자본주의'(Surveillance Capitalism) 역시 직관적으로만 느끼던 인터넷 문명에 대한 불만을 새로운 이론적 렌즈로 분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책의 핵심은 구글과 페이스북이 상징하는 인터넷 비즈니스는 단순히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아닌 새로운 자본주의의 시작점이라는 주장이다. 자본주의란 무엇인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헝가리 경제역사학자 칼 폴라니(Karl Polanyi)의 이론을 빌리자면 거래 대상이 가능한 새로운 가치 영역의 확장을 의미한다.

오랫동안 인간은 본인과 가족만을 위해 일했고 사냥과 채집 시절 부동산이라는 개념은 무의미했다. 하지만 도시가 만들어지고 농업을 시작하며 노동력과 땅에 대한 소유와 거래가 가능해졌다. '돈' 역시 비슷하다. 거래를 위한 도구를 넘어 돈과 돈 그 자체의 거래만으로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금융시장의 발전은 가치적 확장을 통한 자본주의의 진화를 보여준다.

인간의 희망과 두려움은 언제나 지극히 사적인 영역이었다. 그 누구도 들여다볼 수 없는 내면적 세상에서 벌어지는 현상들이니 말이다. 하지만 인터넷, SNS, 기계 학습은 이제 사이버 공간 데이터 감시를 통한 인간의 내면적 가치 '채굴'과 소비자 선택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 더 이상 노동력과 자본이 아닌 인간의 경험과 미래 계획 그 자체가 거래되고 경매되는 '감시자본주의'가 바로 자본주의의 미래라는 주보프 교수의 경고는 100% 동의하지 않더라도 분명히 진지하게 걱정하고 고민해야 할 문제인 것만큼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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