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리본센터 옥상에 마련된 길고양이 보호센터 ‘어울쉼터’에 사는 길고양이 ‘강동이’
“우리 마스코트 최고참 고양이 ‘강동이’에요.”
지난 5일 서울 강동구 리본센터 옥상에 마련된 길고양이 쉼터 ‘어울쉼터’에 흰색과 검은색이 어우러진 길고양이 ‘강동이’가 살며시 모습을 드러냈다. 2013년 강동구청에서 야간당직을 서던 한 직원에 의해 구조된 강동이는 청사에서 직원들에 의해 길러지다 2017년 2월 구청 옥상에 마련된 쉼터로 옮겨졌다. 쉼터 관계자들은 강동이를 두고 “‘어울쉼터’의 시작을 함께한 창설멤버”라며 이곳의 마스코트라고 불렀다.
서울 강동구에 마련된 길고양이 보호센터 ‘어울쉼터’
강동구가 동물단체 ‘미우켓’과 함께 2017년 지자체 최초로 구청 별관에 마련한 ‘어울쉼터’는 아픔을 가진 길고양이들의 휴식처로 세워졌다. 관내에서 다친 길고양이가 발견되면 치료와 중성화 수술을 거쳐 쉼터로 옮겨지고 입양 전까지 동물단체 봉사자들의 보호를 받게 된다. 지금까지 이곳을 거친 길고양이만 200여마리에 달할 만큼 길고양이 입양센터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다친 길고양이가 많을 때는 40마리정도가 이곳에 머물렀지만 현재는 일부가 입양을 가 23마리가 쉼터에 머물고 있다고 한다.
◆ “시끄러워”, “더러워” 사회에 만연한 길고양이 혐오
길고양이는 현대 도시에서 사람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동물 중 하나지만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길고양이가 음식물 쓰레기를 뒤지거나 소음을 발생시키고 더럽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길고양이에 대한 불만은 동물학대로 이어지도 한다. 9개월 전 어울쉼터에 온 ‘레오’는 서울 강동구 명일동의 한 공원에서 주민들에게 학대를 당하다 구조됐다. 길고양이에 반감을 가진 주민들이 돌을 던졌고 한쪽 다리가 부러졌다. 이후 레오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다리를 잘라야 했다. 지난달 쉼터로 온 길고양이 ‘제우스’는 상일동 인근에서 주인에게 버려졌다. 제우스는 애완품종으로 많이 기르는 뱅갈 품종이었지만 버려진 뒤 길거리를 전전하다 꼬리가 떨어져나가는 상처를 입은 뒤에야 구조됐다.
‘어울쉼터’를 만드는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구청 별관 휴식공간에 길고양이 쉼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구청 직원들이 불편을 호소했기 때문이다. 구내 공무원노동조합은 지난해 “악취와 털 날림으로 휴식을 취하기 어렵다”며 별관 옥상에 설치된 길고양이 쉼터 이전을 요구했다. 쉼터 이전을 두고 한동안 동물단체와 구청사이 갈등을 빚다가 올해 초 길고양이 쉼터는 인근 유기견 입양센터인 ‘리본센터’ 옥상으로 이전했다.
◆ 고양이와 사람은 공존할 수 있을까?
국내에서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일명 ‘캣맘’과 주민 간 갈등은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11월 인천 계양구에서는 60대 캣맘이 30대 남성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해 갈비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미우켓 김미자 회장은 “2006년 서울 용산구 아파트에서 발생한 길고양이 폐사 사건 이후 지역 캣맘이 나서 길고양이를 위한 급식소를 설치하기 시작했다”며 “그때부터 길고양이를 불편해하는 주민과의 갈등이 확대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동구 길거리에 설치된 길고양이 급식소
캣맘과 주민 간 갈등이 격화되자 지자체가 직접 나섰다. 강동구는 2013년 5월 31일 소방서, 경찰서 등 공공기관 인근에 캣맘이 먹이를 줄 수 있는 ‘길고양이 급식소’를 지자체 최초로 설치했다. 처음에는 길고양이 급식소 때문에 동네 고양이가 더 증가할 거라는 우려가 컸지만 되레 주민 간 갈등은 점차 누그러졌다. 길고양이의 배고픔이 해결되니 쓰레기봉투를 뜯는 일이 없어졌고, 고양이들이 한곳에 모이는 덕분에 지자체와 동물단체가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 사업’(TNR)을 진행하기 수월해져 개체 수도 줄었다. 미우켓에 따르면 2013년 28곳으로 처음 시작한 길고양이 급식소는 각종 동물단체와 전국 지자체가 벤치마킹한 결과 현재 국내 700여곳으로 확대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서울시는 2년마다 ‘길고양이 개체 수’를 추산하는데 2013년 25만 마리였던 서울시 길고양이 수도 2015년 20만 마리, 2017년 13만9000마리로 해마다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전문가 “길고양이 복지시설…동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도움 돼”
전문가들은 길고양이 급식소, 쉼터 등 동물복지시설이 길고양이에 대한 주민 불만을 줄이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정병성 서울시수의사회 반려동물행동학연구회장은 “길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음식물 쓰레기를 뒤지거나 배변문제 등을 토로하는데 길고양이 급식소는 동물복지사들이 나서 길고양이를 관리하겠다는 뜻이기 때문에 주민불만이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 회장은 “동물복지사들이 길고양이 급식소 주변을 청결하게 관리할 것이고 고양이가 음식물 쓰레기를 뒤질 일도 줄게 되는데 이런 시설은 결과적으로 길고양이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좋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5일 서울 강동구에 마련된 길고양이 보호센터 ‘어울쉼터’에 사는 길고양이들.
이혜원 건국대 3R동물복지연구소 부소장도 “길고양이가 제대로 관리된다면 전염병을 옮기는 쥐를 잡는 등 인간에게도 긍정적인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소장은 “길고양이를 관리하면서 중성화수술을 받게끔 조치를 취하는 게 중요하다”며 “길고양이 개체 수 조절 측면도 있지만 고양이가 길에서 태어나는 것 자체가 어미와 새끼 생명에 치명적이기 때문에 동물복지 차원에서도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