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의 에로틱 시네마>포르노 배우 동원 파격적 장면.. "역겹다" "고전 컬트" 엇갈린 평가


■ 칼리귤라
틴토 브라스 감독의 1979년 작 ‘칼리귤라’(사진)는 영화 전반에 등장하는 성기 노출과 난교 등 전례가 없던 에로티시즘의 재현으로 화제가 됐지만 제작배경이나 배급 면에서 급변한 1970년대 말 미디어 산업 지형을 고스란히 반영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탈리아 출신인 브라스 감독은 뛰어난 영상미로 ‘1970년대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라고 불리기도 했다. 당시 ‘차이나타운’을 포함한 몇몇 영화에 투자하며 영화산업에 눈을 돌리던 포르노 잡지 펜트하우스에서 직접 제작한 작품으로, 잡지의 창시자 밥 구치오네는 브라스 감독에게 연출을 맡겼다. 프로덕션이 시작되면서 끝없는 논쟁으로 브라스 감독과 구치오네는 갈라섰지만 작품은 영화, 포르노, 잡지 산업이 황금기를 맞은 시대에 각 매체가 교차, 교배됐던 관행을 증명하는 산물로 남았다.
이 영화의 배경은 서기 23년. 로마황제 티베리우스(피터 오툴) 폭정의 절정기다. 그는 틈만 나면 반역죄를 씌워 의원들을 처형시키고, 소년·소녀를 모아 성노예로 일하게 하며 자신의 거처에서 매일 난교 파티를 여는 등 갖가지 만행으로 의회의 비난을 받는다. 그의 오랜 친구인 네르바 의원은 이에 탄식해 자살하고, 이를 목격한 티베리우스는 앓아눕는다. 왕위를 독식하기 위해 자신의 가족 모두를 몰살한 티베리우스를 증오하는 조카 칼리귤라(말콤 맥도웰)는 병석에 누운 티베리우스를 자신의 병사 마르코를 시켜 살해하고 직접 왕이 된다.
삼촌의 폭정을 증오했던 칼리귤라였지만 그는 더 끔찍한 왕이 된다. 여동생 드루실라와의 근친관계를 만천하에 공개하고, 왕위에 오르는 것을 도왔던 마르코를 공개 처형하는 등 악행을 멈추지 않는다. 영화의 중반부에 칼리귤라의 극악무도함을 보여주기 위한 몇 개의 일화를 나열하는데 그중 가장 끔찍한 에피소드는 칼리귤라가 결혼식을 올리고 있는 한 왕족 커플을 찾아가 신부를 강간하고 신랑을 성적으로 능멸하는 장면이다.
인간 이하의 악행을 저지르면서도 칼리귤라는 대중에게 인기를 얻는다. 그의 패악질은 늘 로마시민들에게 신뢰를 얻지 못하는 왕족과 의원들에게 향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의원들은 칼리귤라를 몰아내지도 못하고 전전긍긍한다. 어느 날 로마에서 돌던 역병에 걸린 칼리귤라는 치료 후 완치되지만 드루실라는 죽음을 맞는다. 드루실라의 죽음에 크게 충격을 받은 칼리귤라는 이성을 잃고 왕실의 재정을 늘린다는 이유로 의원들의 아내들을 강제로 데려와 왕궁에서 매춘을 하게 만든다.
의회와 왕실은 결국 칼리귤라의 폭정에 종지부를 찍기로 한다. 칼리귤라가 왕궁에서 열릴 연극을 지도하러 나온 어느 날, 그의 호위병 카시우스와 군인들이 칼리귤라를 칼로 찌르기 시작한다. 처참한 가격을 당하면서도 칼리귤라는 “나는 산다!”(I live)라고 외치지만 끝내 고개를 떨군다.
이 영화가 개봉했을 때의 반응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만큼이나 처참한 것이었다. 미국의 영화평론가 로저 에버트는 영화가 끝나기도 전에 자리를 떠났고, 후에 자신의 방송을 통해 “역겨운 영화”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물론 에버트를 포함한 여러 평론가의 비판지점은 영화가 그려내는 성적 재현에 있었다. 예컨대 칼리귤라가 의원들의 부인들을 소집해 매춘을 하게 하는 장면은 감독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제작사인 펜트하우스 측에서 포르노 배우들을 섭외해 실제 성행위를 담았다. 이 부분은 포르노 영화에서 일명 ‘머니 샷’이라고 불리는 사정 신까지 포함된다. 일반 극장에서 상영할 수 없는 ‘X등급’을 받을 것이 분명했기에 제작사는 등급신청을 건너뛰고 직접 극장을 섭외해 예술영화관에서만 상영했다. 미국뿐 아니라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등 세계 각지의 예술관에서 이 영화가 상영됐고, 흥행에 성공을 거뒀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영화가 개봉 당시보다 시간이 흐른 지금 고전 컬트영화로 더 각광받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에는 이 영화에 출연한 말콤 맥도웰, 헬렌 미렌 등의 명배우들이 영화의 블루레이 코멘터리에 참여해 주목받기도 했다. 영화 자체도 불멸의 매체지만, 관객 역시 불멸하며 그들의 평가가 끊임없이 진화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사례다.
영화평론가
[문화닷컴 바로가기|문화일보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모바일 웹]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모바일 웹: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오늘부터 동거합니다"..'불문율' 깨진 아이돌 사생활
- <'손혜원 타운' 의혹 확산>靑의 '자개 사랑'.. 문재인 시계에도 김정숙 손가방에도
- 자우림 이선규, 육중완에 일침.."다른 밴드 친분만 보지 말라"
- "北신오리 비밀 미사일기지, 위성사진서 드러나"
- 폭설내린 美시카고 교외서 한인 초등생 눈에 파묻혀 사망
- 국방부 "공대지미사일 독자개발"..KF-X사업 지연 우려
- <'손혜원 타운' 의혹 확산>靑의 '나전칠기사랑' 내세워.. 國博엔 인사압력·사설博선 판매수익
- 지인과 몸싸움 도중 숨졌는데 현지경찰은 "자연사"
- 親유승민계 류성걸 복당 불허 논란.. 유승민은?
- 브래드 피트♡샤를리즈 테런..톱스타 커플 탄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