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는 왜 '레드 데드 리뎀션 2'의 스토리텔링을 주목해야 하나

2019. 2. 6.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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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일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지난해 출시된 대작 타이틀 중 락스타가 제작한 액션어드벤처게임 '레드 데드 리뎀션 2(이하 레데리 2)'는 유저 호불호가 강하게 나뉜 작품 중 하나이다.

이 게임은 미국 서부 시대를 배경으로 방대하게 구성된 오픈월드와 뛰어난 그래픽에 많은 찬사를 받았지만, 동시에 편의성과 부족한 자유도에 아쉬움을 느낀 유저 역시 적지 않았다.
 

유저의 온도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났지만 게임 스토리에 있어서는 비난의 여론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보여줬다. 특히, 주인공 아서 모건의 캐릭터는 지난해 출시된 게임 캐릭터 중 가장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초인과 같은 능력을 지닌 인물이 아닌 그저 서부 시대를 살아가는 한 명의 무법자가 이렇듯 깊은 인상을 준 것은 분명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금까지 게임은 늘 거대한 규모의 세계관 속에서 중심이 되는 인물을 그려왔다. 강력한 힘을 지닌 영웅의 면모나 위기에 빠진 세계를 구해내는 용사의 모습을 강조해왔다.
 

일반적인 게임 속의 이야기는 주인공(플레이어)을 중심으로 펼쳐지며 등장하는 인물 중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주인공의 생사는 곧 해당 세계관 존재 여부와 직결되며 지금까지 게임 대부분은 이런 공식을 따라왔다.

하지만 '레데리 2'에서는 세계를 위협하는 악당이나 초인과 같은 능력을 지닌 영웅이 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주인공인 아서 모건을 포함해 게임 속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은 도덕적이지 못하며 어떤 거대한 악과 마주하기보다는 개인과 집단의 이익을 추구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아서가 속한 반 더 린드 갱단은 무법자 공동체다. 기차와 은행을 털며 더러운 일도 마다하지 않는 이들은 소속감으로 이어져 있으며 가족과 같은 유대감을 느낀다.

범죄 행위 역시 집단의 부를 축적하기보다는 공동체를 이끌고, 운영하기 위해 벌인다는 인상으로, 갱단의 리더인 더치 반 더 린드는 게임 속에서 소속원보다는 공동체 자체에 광적인 집착을 보인다.
 

게임 속 이야기는 처음과 끝까지 하나의 작은 공동체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셈이며 거대한 세력 간의 갈등보다는 인물 간의 관계에 집중했다.

여기서 플레이어의 분신인 아서는 공동체를 위해 가장 헌신적으로 움직이는 인물로 그려졌다. 그는 공동체를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든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이를 해결한다.

일의 해결 과정에서 폭력이 동원되지만, 선과 악으로 구분 지을 수 없는 일이기에 아서가 겪게 되는 감정은 고스란히 플레이어에게 전달된다.

구성원의 희생이 뒤따르는 일에도 "모든 일은 가족(갱단)을 위해서"라며 덮어두는 더치에 반해 아서는 자신과 갱단의 구성원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옳은지 고민을 이어가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제작진은 이런 고민과 캐릭터의 갈등을 한 번에 보여주지 않았다. 아서가 더치에게 완전히 돌아서게 되는 묘사 역시 거의 게임의 막바지에 보여주며 해당 부분에 들어서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만약 '레데리 2'가 8~12시간 정도의 일반적인 싱글 플레이 분량으로 담으려 했다면 감정의 변화가 다소 빠르다고 느꼈을지 모른다. 대신 다소 불필요하다고 여길 만큼 긴 시간을 들여 플레이어가 아서 뿐만 아니라 몸을 담고 있는 갱단에 대해 천천히 생각할 시간을 마련했다.

캐릭터가 극 중에서 고민하게 되는 내용과 플레이어의 고민이 마주할 때 좋은 스토리가 시작되며 마지막의 순간까지 힘을 잃지 않고 유지된다.
 

특별한 기교를 더하지 않았음에도 모든 대사와 장면들이 나름의 의미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좋은 스토리 흐름이 끝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레데리 2'는 처음부터 끝까지 스토리에 담긴 힘을 온전히 밀어붙였다. 그 덕에 게임이 끝난 뒤에도 유저들은 자신이 겪은 경험을 공유하며 게임을 소비하고 있다.

한 유저는 유튜브를 통해 "게임 속 주요 캐릭터가 죽었을 때 마치 가까운 가족의 죽음처럼 느껴졌다"는 의견을 남겼다.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았다면 그저 남들보다 게임에 몰입해서 즐긴 유저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실제 엔딩까지 보고 나게 되면 해당 유저의 의견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게임에서 눈과 귀를 사로잡은 것은 그래픽과 음악이지만 결국 마음에 남는 것은 스토리였던 셈이다.
 

지금의 게임 업계에서는 보여주는 것을 중시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캐릭터의 멋진 모습이나 자극적인 장면에 치중한 나머지 스토리의 힘 자체는 떨어지고 있다.

스토리텔링과 설정의 스케일만 키우다 보니 정작 엔딩에 가서는 용두사미로 끝나거나 손쉽게 이야기 구조가 무너지는 일도 많다.

이런 시류 속에 오히려 반대의 행보를 선보이며 지난해 최고의 스토리텔링을 선보인 '레데리 2'는 지금 게임 업계에서 가장 필요한 타이틀이자 주목해야 될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다.

최종봉 기자 konako12@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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