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매출 30억..유커들 줄 세우는 K스트리트 패션

김은영 기자 2019. 6. 5.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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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모자, 아크메드라비 티셔츠...유커 장바구니 채우는 K 스트리트 패션

롯데면세점 본점 MLB 매장 앞, 계산대 앞에 긴 줄이 늘어서 있다./김은영 기자

4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면세점 9층. 스포츠 의류 브랜드 MLB 매장은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미국 메이저리그 구단의 로고가 들어간 야구 모자와 티셔츠 등을 구매하기 위해서다.

면세점 중앙으로 가자 티셔츠 판매대 앞에 또 한 무리가 눈에 띄었다.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아크메드라비의 임시매장이다. ‘베이비 페이스’라는 그래픽 티셔츠로 유명한 이 브랜드는 지난 3월, 이 매장에서만 30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유커들의 장바구니가 달라졌다. 과거 해외 유명 브랜드나 명품을 구매했던 것에서 이젠 K패션 브랜드에 관심을 쏟는다. 심지어 한국인도 잘 모르는 온라인 패션 브랜드가 필수 쇼핑 품목으로 꼽힌다.

대표적으로는 MLB, 아크메드라비, 휠라, 널디 등이 있다. 이들은 모두 길거리 감성을 토대로 하나의 상품에 주력한다. MLB는 야구모자, 아크메드라비는 티셔츠, 휠라는 운동화를 내세운다. K팝 스타들이 즐겨 착용한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롯데백화점 본점 아크메드라비 매장 앞, 티셔츠 판매대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쇼핑객이 가득하다./김은영 기자

아크메드라비는 올해 1월 롯데면세점 본점에 입점한 이후 1월 11억원, 2월 22억원, 3월 30억원의 매출을 거두며 면세점 스타 브랜드로 부상했다. 대표 상품은 맨투맨과 후드 티셔츠 등으로 전부 국내에서 생산한다. 가격은 5만~10만원 선.

이 브랜드는 블랙핑크, 워너원 등 K팝 스타들이 착용하면서 중국, 대만 등에서 명성을 얻었다. 지난 3월에는 포털 사이트 면세점 부문 순위 10위권에 들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주로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하지만, 해외 관광객들의 인기에 힘입어 롯데·신세계·신라·두타 등 면세점 5곳에 입점했다.

객단가가 낮은 티셔츠가 수십 억원의 매출을 거두니 업계에선 "제2의 젠틀몬스터"라는 평도 나온다. 국내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는 2015년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배우 전지현이 착용해 ‘천송이 선글라스’로 유명세를 탄 후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한 바 있다.

구진모 아크메드라비 대표는 "A급 아이돌이 즐겨 입는 ‘메이드 인 코리아’ 티셔츠라는 점에서 중국인들이 호응을 보내는 거 같다"라며 "수요를 맞추기 위해 매일 6000장 이상의 티셔츠를 생산한다. 중국 진출을 제안하는 업체들도 많다"라고 말했다.

아크메드라비는 국내 생산한 그래픽 티셔츠로 유커들의 인기 브랜드로 떠올랐다./아크메드라비

MLB는 야구모자로 인기몰이 중이다. 2017년 처음 면세점에 입점한 MLB는 면세점에서의 실적 호조로 지난해 매출이 39% 신장했다. MLB는 아시아권에서 인기가 높은 TV 예능 프로그램 ‘러닝맨’ 등에 노출된 후 ‘한국 연예인 모자’로 인지도가 높아졌다. 회사 관계자는 "중국에 현지 업체가 MLB를 운영하고 있지만, 품질이 떨어져 한국산 MLB가 더 선호된다. 여기에 커다란 로고가 들어간 패션이 중국에서 인기를 끌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했다.

여기에 지난해 미국 메이저리그가 중국 동산그룹과 10년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한 후 중국 내 야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MLB의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아시아 10개국의 MLB 라이선스를 보유한 에프앤에프는 최근 중국 라이선스를 추가로 획득해 중국 사업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휠라, 보이런던, 널디, 피브레노 등 국내 패션 브랜드가 한국 방문 시 꼭 사야할 브랜드로 유커들의 장바구니를 채운다.

한국면세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시내 면세점의 패션 및 신발 부문 매출은 전년보다 각각 30%, 25% 상승했다. 여기엔 국내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의 인기가 주효했다. 국내 스트리트 패션은 디자인과 색감이 독특하고 가격대가 100~300달러 수준으로 접근성이 좋은 것으로 평가된다.

아이유·지코 등이 입은 트레이닝복으로 명성을 얻은 널디는 면세점에서의 인기에 힘입어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널디

신세계면세점에서는 피브레노가 입점 한 달 만에 8만 달러(약 9500만원)의 매출을 거뒀고, 아이유·지코가 입은 트레이닝복으로 유명한 널디는 입점 6개월 만에 매출이 3배 증가했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신세계면세점은 지난 5월 서울 회현동 본점 11층을 K패션 특화 매장으로 꾸미고, 국내외 스트리트 브랜드를 대거 입점시켰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기존 면세점은 해외 브랜드와 명품이 많아 차별화 요소가 적었다"면서 "패션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국내 중소 중견기업의 브랜드를 발굴해 상생을 도모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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