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Talk] 두산 베어스 오재원

오재원의 꿈은 1할이다. 타자가 1할이라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겠지만 타율이 아닌 두산 베어스의 프랜차이즈 스타가 될 수 있는 확률, 그 ‘1할’을 얘기하는 것이다. 시즌 종료 후 FA를 앞둔 그에게 2019년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커리어 하이를 위해 달려야 할 시기지만 그는 자신보다 팀을 위하는 마음으로 올해도 주장 완장을 달았다. 2019시즌에는 반드시 팀을 우승으로 이끌겠다는 불타는 의지를 듬뿍 담아 말이다. 열정과 근성으로! 오재원의 눈은 이미 V6를 외치고 있다.

사진 박경식, 황미노, 두산 베어스 에디터 박서휘 장소 오키나와 구시카와 구장


오재원

출생 1985년 2월 9일 창원시 키 185cm 몸무게 80kg

별명 오쟁, 오식빵, 오열사, 오캡


2월 9일 생일을 훈련지에서 보낼 텐데 미리 축하한다. (2월 6일 인터뷰)

고맙다. 사실 야구를 시작한 후 생일을 챙겨본 적이 없다. 늘 이렇게 해외에 나와 있거나 훈련을 하고 있어 큰 감흥이 없다. 사람들이 생일 파티를 하는 것에 공감이 가지 않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이번 생일도 평소처럼 운동하며 보낼 예정이다.

이 자리를 빌려 생일 소원을 빌어보자면?

야구를 잘하는 것. 올 시즌 건강하게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고 싶다.

지난 <더그아웃 매거진> 94호에서 경찰 야구단 서예일이 오재원을 두산에서 영어를 제일 잘하는 선수로 꼽았다. 이번에 미국으로 개인지도까지 받으러 다녀와 실력이 더 늘었을 것 같은데 해외 팬들에게 영어로 메시지를 남겨보는 게 어떤가.

절대 아니다. 듣는 건 되는데 말하는 건 어렵다. 순서나 이런 것 때문에 배울수록 어렵다. ‘이 순서대로 얘기하지 않으면 이 사람이 날 무시하겠지?’라는 생각에 입을 떼기가 쉽지 않다. 내년에 더 배워서 메시지를 남길 수 있도록 하겠다.

#캡틴의 무게

지난 시즌 주장으로서 멋진 시즌을 보낸 후 2019시즌 역시 리더의 자리에서 팀을 이끌게 됐다. 김태형 감독은 처음 주장을 맡을 때보다 성숙해졌다고 칭찬하던데 본인의 생각은?

동감한다. 처음 주장을 맡을 때는 책임감을 느끼기에 너무 어리고 채워나가야 할 부분이 많았다. 물론 지금도 부족하지만, 자연스럽게 나이를 먹으면서 점차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올 시즌도 선수들과 함께 팀을 잘 이끌어 나가고 싶다.

주장이 볼 때 이번 시즌 주목해야 할 선수가 있다면?

박세혁과 장승현이다. (양)의지가 떠나고 (박)세혁이가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데 훌륭한 자질을 가진 포수임이 분명하다. 또 (장)승현이 역시 세혁이 못지않은 좋은 포수라 믿는다. 주전 포수 자리를 두고 둘의 경쟁이 있을 것이고, 거기서 이기는 사람이 가장 주목받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주요 선수들의 이탈에도 두산은 여전히 우승 후보로 꼽힌다. 요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때가 잘 맞았다. 한 선수가 나가도 그만큼 좋은 다른 선수가 들어온다는 것은 지금 팀의 기운이 좋기 때문이다. 화수분 야구를 지탱하는 주역들이 있지 않나. 김재환 선수와 같이 실력 좋은 선수들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힘든 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이게 참 한 끗 차이인데, 만약 김재환이 이제야 나타났다면, 정진호가 성숙하지 않았을 때 자리가 났다면, 양의지가 몇 년 전에 나가 박세혁이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시즌을 맞이했다면 어땠을까.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때를 잘 만났고 운도 뒤따랐다.


그동안 많은 두산 선수가 <더그아웃 매거진> 표지를 장식했지만, 오재원 표지의 73호가 단연 판매 부수 1위였다. 하지만 얼마 전 그 기록을 정수빈이 갈아치웠다.

정수빈… 옛날에야 아이돌이었지 지금은 다 늙었다. (농담) 팬 여러분, 어디서 뭐 하고 계십니까. 힘내서 이번 호 완판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렇다면 신흥 잠실 아이돌은?

단연 황경태다. 그리고 이병휘 같은 어린 선수들을 새로운 잠실 아이돌로 꼽고 싶다.

팬 질문: 리더 오재원이 아닌 선수 오재원 얘기를 해보자. 큰 경기일수록 강한 모습을 보여 “역시 오재원!”이라는 감탄이 절로 나오는데, 강한 정신력을 지니는 비법은?

사실 엄청나게 떨리지만 긴장감을 집중력으로 바꾸려고 노력한다. 특히 포스트시즌 때처럼 큰 경기는 정규시즌 5경기를 1경기로 압축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많은 팬이 지켜보고, 그만큼 욕도 5배로 먹는다. (웃음) 책임감을 느끼고 실수하지 않으려 하다 보니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다.

그 때문인지 세간에서 나쁜 남자, 오버맨, 마초 등의 별명이 따라붙기도 한다. 이런 이미지가 본인에게 득이라고 생각하는가, 실이라고 생각하는가.

굳이 따지면 득이다. 내가 그라운드에서 어떤 짓을 해도 사람들의 기준이 이미 위에 있어 그러려니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일부러 더 강하게 나갈 때도 있다. 편하다. 직장인분들도 나처럼 해봤으면 좋겠다. 대신 꾸준히 하며 기준치를 높여야 한다. 하다 말면 오히려 안 좋은 이미지만 얻는다.

오심을 잘 잡아낸다. 눈이 좋은 건가, 감각이 좋은 건가.

말조심해야 하는데. (농담) ‘이건 나도 모르겠는데?’ 싶은 긴가민가한 건 얘기하지 않는다. 눈에 확실히 보이는 것만 어필한다. 다만 순간에 집중해 겨우 보인 거기 때문에 다른 사람은 못 볼 수도 있다. 그래서 비디오 판독 시스템이 생긴 게 정말 좋고, 이젠 심판분들과 마찰을 빚을 일 없이 신청만 하면 돼 편하다.


#그의 이중생활

팬 질문: 비시즌 동안 다양한 봉사활동과 자선 행사에 참여했다. 바쁜 와중에도 앞장서서 동참하는 이유가 있다면?

나와의 약속이다. ‘나중에 먹고 살기 편해지면 꼭 해야지’라고 생각한 일을 실행에 옮겨 나가고 있을 뿐이다. 한번 시작하는 게 힘들지 두세 번은 비교적 쉽다. 앞으로도 꾸준히 참여할 계획이다.

특히 위안부 할머니를 후원하는 희망 나비팔찌를 선수들에게 나눠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어떤 계기로 참여하게 됐는가.

해당 단체에서 SNS로 부탁이 왔다. 사진을 찍어 홍보해주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니까 흔쾌히 응했다. 선수들에게 팔찌를 채워주며 함께 돕자고 제안하니 모두가 기쁜 마음으로 동참해 고마웠다.

훈훈한 모습이다. 앞으로 욕심나는 선행이 있다면?

먼 훗날 큰 성공을 이룬다면 자선단체를 세우고 싶다. 아직은 그러기에 많이 부족하고 그만큼 책임이 뒤따르는 일이라 작은 것부터 실천하며 넓혀 나가려 한다.

야구에 선행까지 무척이나 바쁜데 카페 트리스트도 운영하고 있다.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아는 형에게 제안이 와서 시작하게 됐다. 사업보다는 나만의 아지트라고 여기고 있다. 스트레스를 받는 일도 전혀 없고 집도 가까워 밥을 먹거나 커피를 마실 때 트리스트를 애용한다. 내게는 더할 나위 없이 재밌고 즐거운 곳이다.

사장으로서 트리스트를 홍보한다면?

일단 내가 있다. (웃음) 편법 같은 것 전혀 없이 정직하게 운영하며 좋은 음식을 대접한다. 압구정에 들를 일이 있다면 트리스트에 와서 편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

팬 질문: 나쁜 남자 이미지와 상반되는 특이한 이력이 있다. 바로 경희대학교 야구부 중 유일한 도서 대출 기록 보유자다. 혹시 어떤 책을 빌렸는지 기억하나?

도대체 이런 기록은 어떻게 찾는 건지 궁금하다. (놀람) 대학교 때 너무 심심해서 책을 많이 읽었다. 당시 소설책을 포함해 여러 장르의 도서를 빌렸다. 믿기 어렵겠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독서가 취미였다. 안 어울리나? (아니다. 어울린다.) 만화책도 좋아한다. 장르는 가리지 않는다.

팬들에게 책을 추천하자면?

딱 한 권을 추천하긴 어렵다. 다만 보다가 내려놓으면 잘 안 읽게 되기 때문에 한자리에서 금방 읽을 수 있는 장수가 많지 않은 책이 좋다. 그래야 바쁜 와중에도 시간 내서 보기 편하다.

이번 캠프에도 책을 가져왔나?

챙겨오지 않았다. 얼마 전 미국으로 개인지도를 받으러 갈 때 몇 권 가져갔는데 반도 못 읽고 짐만 됐다. (웃음) 솔직히 캠프 때는 힘들어서 책 읽을 여유가 없다.


#우리의 ‘오프차’

오재원 하면 마당발, 여러 스타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체 인맥의 폭이 어디까지인가.

의외로 인맥이 넓지 않다. 일부러 시간을 내서 사람들을 만나는 타입이 아니라 생각하는 만큼 다양한 친분이 있지 않다. 주위의 친한 사람들과 꾸준히 가려 한다.

오라인도 빼놓을 수 없다. 오라인에 소속된 이원석과 양의지가 타 팀으로 이적했는데 아쉽진 않은가.

그들에게 잘 된 것이니 전혀 아쉽지 않다. 다 잘 먹고 잘살자고 하는 것 아니겠는가. 우리 팀에서 좋은 대우를 받으며 같이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사정상 그렇게 되지 않아 팀을 옮긴 것뿐이니 더 잘되고 행복하길 바란다. 지금도 친하게 지내며 자주 만나고 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이 멋지다.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있는가.

이번에 카페를 운영하며 느꼈는데 세상에는 재밌는 게 참 많더라. 물론 야구를 가장 열심히 하고 그 외의 시간에 다양한 분야의 일을 경험해보고 싶다. 요즘 압구정 상권이 많이 죽어 빈집이 많다고 들었다. 비즈니스까지는 아니더라도 조금씩 아지트를 몇 개 더 만들고 싶다.

새 아지트를 오픈하면 <더그아웃 매거진>도 초대해줄 수 있나?

물론이다. 하지만 돈은 내야 한다. (웃음)

어떤 아지트가 열릴지 기대된다. 이번 시즌이 끝나면 두 번째 FA를 맞이한다. 스스로 생각해놓은 그림이 있다면?

내가 그리는 대로 그려지겠는가. 회장님을 비롯한 윗분들이 잘 봐주셔야 한다. (웃음) 일단 야구를 잘하는 게 가장 중요하고 선수단을 잘 이끌면 희망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나도 두산의 프랜차이즈 스타가 되는 게 꿈이다. 지금까지는 거의 없었으니까. 확률이 1할도 안 되지만 그 1할에 들고 싶어 더 열심히 사는 거다.

양의지의 FA를 앞두고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켜서 “얼마를 줘야 해요 양의지~”라고 노래를 부른 적이 있다. 이제 본인 차례인데 FA 금액에 대한 기대치가 있는지 궁금하다.

지금은 시장 자체가 너무 힘든 시기다. 성적에 따라 어느 정도 나뉘겠지만 아직까진 잘 모르겠다. 제도가 유연하면 연장 계약 같은 것도 생각해볼 수 있을 텐데 현재 국내 FA 제도는 억압된 부분이 있지 않은가. 결론은 야구를 잘해야 한다. 그래야 내가 FA를 신청하고 말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긴다. 너무 뒤를 생각하면 머리 아프다. FA보다는 올 시즌에 더 집중하겠다.


멋진 활약 응원하겠다. 이어서 팬 질문이다. 오재원에게 두산 베어스란?

집이다. 일하는 집. 13년째 두산에 몸담고 있는데 떨어져 있으면 그립기도 하다. 이번에 미국에 한 달 있는데도 동료들이 보고 싶고 빨리 같이 운동하고 싶고 그렇더라. 근데 막상 다시 운동을 시작하니 너무 힘들다. (웃음)

그 애틋함을 담아 주장으로서 팀원들에게 메시지를 전해보자.

근래 우리 팀이 잘한다는 말을 계속 들어 자칫 안일해질까 우려된다. 나이가 드니 걱정만 많아지는데 실제로 다들 잘하고 있는 거 안다. 지금처럼만 꾸준히 해서 함께 즐거운 시즌을 만들어나가면 좋겠다. 모두가 자신의 꿈과 가족을 생각하며 야구를 하고 있지 않은가. 본인뿐 아니라 다른 팀원들도 그런 간절함을 갖고 있으니 서로의 꿈을 존중하며 열심히 해주면 나 또한 모범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늘 믿고 따라와 줘서 진심으로 고맙다.

마지막 질문이다. 평소 SNS에 올라오는 텍스트들이 매우 강렬한데, 오늘의 인터뷰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숨도 안 쉬고) 지루했다. 신선하지 않았다. 했던 말을 또 하는 게 싫어 인터뷰를 거의 안 하는 편인데 신선하지 않은 질문이 몇 개 있었다. 공부를 좀 더 해야겠다. (다음에는 더 신선하게 찾아오겠다.) 기대하겠다. (웃음)


더그아웃 매거진 96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19년 96호(4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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