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말 타고 탁발하는 태국 산간마을 스님들

태국이나 라오스, 미얀마 등 동남아 불교국가를 여행하다 보면 이른 새벽부터 인근 마을로 탁발(托鉢)을 나가는 승려들을 볼 수 있다. 탁발은 불교에서 승려들의 생활방식이자 수행방식으로, 무욕과 무소유를 실천하기 위해 공양 그릇인 발우를 들고 마을로 나가 음식을 얻어먹는 것을 의미한다. 미얀마 만달레이나 라오스 루앙프라방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 스님들이 맨발로 걸어가는 탁발 행렬은 인기 있는 여행 코스이기도 하다.

그런데 미얀마와 라오스 국경에 인접한 이른바 '골든 트라이앵글(Golden Triangle:과거 세계적인 마약 생산 유통지)' 지역의 태국 북부 치앙라이주의 매찬(Mae Chan)에 있는 사찰 <왓 탐빠아차텅>의 탁발 모습은 조금 색다르다. 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날 수 있을 정도의 좁은 산길을 30분 이상 올라가다 보면 나오는 이 사찰의 승려들은 특이하게도 걷지 않고 말을 타고 새벽 탁발을 나간다.

새벽에 일어나 승복을 입고 공양 음식을 담을 발우를 챙기면 모두 말을 타고 사찰 앞마당에 모인다. 그리고 선임 승려의 인도에 따라 불경을 외치고 말을 타고 탁발을 나간다. 이들이 탁발을 나가는 마을은 '골든 트라이앵글'의 산악 지역에 있는 태국 소수민족 마을들이다. 이 사찰의 15개 분원에 있는 승려들을 포함해 이들이 방문하는 마을을 모두 합치면 100곳이나 된다.
이 사찰 스님들이 말을 타고 탁발을 하게 된 것은 27년 전.
이 사찰을 처음 세운 쿠루바 느어차이 주지는 처음엔 걸어서 탁발하러 다녔다고 한다. 그런데 소수민족들이 사는 마을들이 길이 멀고 험해 탁발을 마치고 돌아오면 정오를 넘기기 일쑤였다. 그런데 불교 규율상 승려들은 낮 12시 이전에 하루의 식사를 마쳐야 해서 보다 못한 산족 주민들이 하나둘 탁발용으로 말을 기증해 주기 시작했다.

말을 타고 다니면서 좀 나아지긴 했지만, 탁발이 수월해진 것만은 아니었다. 더 먼 곳에 있는 마을까지 가게 됐기 때문이다. 이 사찰의 승려들이 탁발을 위해 매일 이동하는 거리는 약 10km. 시간이 촉박할 때는 길이 없는 곳을 가로질러 갈 때도 있고 말을 타고 강을 건너기도 한다. 특히 우기 때는 강을 건너다 빠지기도 한다고 한다.

산족 마을 주민들은 말을 타고 먼 길을 오는 탁발승들을 고맙게 생각한다. 근처에 사찰이 없어 승려들에게 음식을 보시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덕의 기회를 갖게 된 것 말고도 <왓 탐빠아차텅> 사찰의 탁발승들은 아카족, 타이야이족, 무서족 등 태국 북부 산악지역에 사는 소수민족들에는 더 특별한 의미가 있다.
과거 '골든 트라이앵글'에 거주하는 소수민족들은 대부분 마약 재배를 하고 살았다. 태국 정부가 마약 재배를 못하게 하고 대체 작물을 키우도록 권장했지만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많은 주민들이 마약에 취해 살았다. 그런데 탁발승들이 찾아와 이들이 마약을 끊을 수 있도록 도와줬다고 한다. 특히 탁발승들은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마약에 쉽게 노출되는 것이 안타까워 부족 마을 아이들을 사찰에 데리고 와서 교육도 하고 무에타이도 가르쳐서 태국 무에타이 챔피언이 된 사람도 있다.

승려들이 걸어서 탁발하지 않는 모습을 이상하게 생각했던 사람들도 사정을 알고 나서 이들을 이해하게 됐고 오랫동안 산족 주민들을 돕고 함께 생활하면서 승려들과 주민들 사이에 깊은 신뢰가 쌓이게 되었다. 마을 사람들은 계속해서 승려들에게 말을 주고 또 이 말들이 번식하면서 지금은 사찰에 말이 70마리나 된다고 한다.
태국 산골의 말 타고 탁발하는 스님들의 이야기는 입소문을 타고 조금씩 외부로 알려지게 됐고 태국 관광청의 홍보캠페인 (Unseen Thailand:'숨겨진 태국')에도 등장했다. 걸어서 탁발하는 승려들의 모습도 좋은 볼거리지만 치앙라이 산골의 말을 타고 탁발하는 승려들의 모습도 보기 드문 볼거리이다.
[연관기사][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말 타고 탁발하는 태국 스님들…마을까지 변화
유석조 기자 (sjyo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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