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팜·버닝손 등 잇단 '버닝썬 사건' 희화화..2차 가해냐, 사회 풍자냐 논란
[경향신문]

경찰 유착·마약 유통·성범죄·탈세 등 범죄 온상으로 지목되며 사회적 물의를 빚은 클럽 ‘버닝썬 사건’을 희화화한 콘텐츠들이 잇달아 논란이 되고 있다.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고 피해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만큼 2차 가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과 주목도가 높은 사건인 만큼 풍자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시작은 유튜버 대도서관의 ‘버닝팜(farm)’ 논란이었다. 지난달 24일 대도서관은 게임 방송을 진행하던 중 농장 운영 시뮬레이션 게임을 소개하며 “이 농장 세무조사로 털어야겠다. 버닝팜이다”라고 말했다. 대도서관은 ‘세무조사 당하는 버닝팜’이라는 제목으로 해당 발언이 담긴 영상 클립을 게재하기도 했다.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190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인기 유튜버가 버닝썬 사건을 유머로 소비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도서관은 다음날인 25일 방송을 통해 “그 정도 풍자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잘못한 것인가 싶어서 변호사에게 물어봤는데, 가해자에 대해 언급한 거라 (2차 가해는) 절대 성립하지 않는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버닝썬 사건이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경솔하게 언급한 부분은 사과드린다”며 “피해자 조롱의 의미는 아니었고 세무조사 관련해서 얘기한 거였다.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15일 첫 인터넷 생방송을 진행한 MBC <마이리틀텔레비전> 시즌2도 버닝썬 사건을 희화화한 듯한 내용이 방송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비판 받았다. 요리 방송을 준비하던 만화가 김풍은 실시간 채팅창을 살피다 “(요리 도중) 장갑 안 끼면 버닝손?”이라는 댓글을 읽고 웃음을 터뜨렸다. 뒤늦게 “나 이거 편집해줘”라며 손사래를 쳤지만 인터넷 방송 특성상 해당 발언은 그대로 시청자에게 전해졌다. 이후 “생방송인 만큼 댓글 선별에 주의했어야 했다” “버닝썬 사건이 농담으로 쓰일 만큼 우스운 일이냐” 등 비판 댓글이 이어졌다.

‘버닝썬’이란 제목의, 마약 범죄를 희화화하는 듯한 노래도 발매돼 누리꾼의 뭇매를 맞았다. 가수 가제트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신곡 ‘버닝썬’은 버닝썬의 마약 유통 논란을 암시하듯 ‘오빠 한 번 믿어봐. 너를 만날 때면 나는 항상 마약에 취한 것 같아. 국가에서 허락한 유일한 마약. 그게 바로 나의 음악’ 등의 가사가 쓰였다. 누리꾼들은 “버닝썬 사건의 마약·성범죄를 사랑 이야기로 미화한 듯한 인상을 준다”며 비판했다. 한 누리꾼은 “범죄를 미화한 노래를 유튜브나 음원사이트를 통해 청소년도 아무런 제재 없이 청취가 가능하다는 사실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한 유튜버가 버닝썬 사건을 모티브로 <내부자들>, <베테랑>, <검사외전> 등 국내 영화의 주요 장면을 편집해 공개한 가상 영화 예고편도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직장인 김모씨(28)는 “지금까지 어떤 중범죄도 버닝썬 사건처럼 희화화된 적이 없었던 것 같다”며 “여성들이 버닝썬에서 마약에 취해 성폭행을 당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는데 마치 유명 연예인들이 나오는 영화처럼 인식하게 했다.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 최민지씨(22)는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을 풍자라는 명목으로 가볍게 여기는 것 같다”며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버닝썬과 관련된 농담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19일 서강대학교 건물에는 이 학교 로스쿨 교수들이 강의 도중 “버닝썬 무삭제 영상이 잘리기 전에 빨리 보라고 친구가 보내줬다” “여자를 조심해야한다” 등의 발언을 했다는 내용의 대자보가 붙어 학교 측이 진상 조사에 나섰다.
일각에선 버닝썬 사건이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인 만큼 풍자 콘텐츠가 등장하는 것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직장인 이모씨(35)는 “드라마에서도 버닝썬 사건을 풍자하는 장면들이 나오는데 아무도 문제삼지 않는다”며 “단순히 버닝썬을 언급했다는 이유로 2차 가해라고 말하는 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버닝썬 사건은 워낙 자극적인 사건인데다 연예인도 연루돼 있어 주목도가 높다”며 “버닝썬과 관련된 언급 혹은 풍자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는 건 무리한 주장”이라고 말했다. 하 평론가는 “다만 성범죄, 약물범죄 등 피해자들이 존재하는 부분에 대해 희화화하거나 사건 자체를 단순히 웃음거리로 조롱하는 것은 2차 가해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속보] 민주당 충남지사 후보에 박수현 선출···국힘 김태흠과 대결
- 이 대통령 “국힘, 조폭연루설로 대선 결과 바꿔…공식 사과하라”
- 엄마는 기억을 따라 섬을 걷고, 그곳서 욕을 퍼부었다···12년 만에 애도가 시작됐다
- 국민의힘 선거 포기했나···장동혁 미국행에 송언석은 조기사퇴론까지
- [한국리서치] 대구시장 가상대결 해보니···김부겸 44% 대 이진숙 26%, 김부겸 44% 대 주호영 16%
- “미군이 우리에게 한 일, 남김없이 밝혀주길” 기지촌 ‘위안부’ 피해 여성들 소송 시작
- “출마 생각 않는다”는데···국힘 “유승민, 재보선 나서주면 지선 승리 촉매제 될 것”
- ‘메가특구 규제개혁 차르 제도’에…이 대통령 “적극 권장”, 김정관 “로봇 특구 차르 되고
- 휴지 뭉텅이 넣어 인천공항 화장실 변기 막히게 한 노동자 송치
- IAEA 사무총장 “한국 핵잠, 핵무기 전용 않는다는 ‘철통같은 보장’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