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이상부터 불조심까지..공산주의 포스터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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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80년대 전국의 초·중등학교에선 '반공' 정신을 고취하는 포스터, 표어, 웅변 대회가 성행했다.
"모든 공산주의 국가에서 포스터는 설득이나 지시, 저주나 사회적 담론을 위한 매체로 활용됐다." 그 강렬한 이미지와 대담한 슬로건은 단숨에 대중을 사로잡았는데, 이는 중앙당과 정권이 "인민을 교육하고 설득하며, 협력과 열정을 유도하는 데 필수적"이었다.
베트남의 한 포스터는 1945년 호치민 주석의 독립선언이 마이크 전파를 타고 물결처럼 퍼져나가는 초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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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주의 포스터
메리 긴스버그 엮음, 오유경 옮김/북레시피·5만7000원
1970~80년대 전국의 초·중등학교에선 ‘반공’ 정신을 고취하는 포스터, 표어, 웅변 대회가 성행했다. 아이들은 만화영화 <똘이 장군>에 열광했고, 어른들도 반공·반북 교육과 홍보물에 세뇌됐다. 그림과 영상 같은 시각적 이미지는 글이나 말보다 훨씬 직관적이고 강렬하다. 그럼 북한을 비롯해 공산주의 진영은 어땠을까?

<공산주의 포스터>는 1917년 러시아혁명부터 1991년 옛소련의 붕괴로 냉전이 종식되기까지 70여년간 공산주의 체제에서 만들어진 포스터 예술의 시대적 배경과 정치적 의미와 미학적 분석까지 아우른, 흔치 않은 컬렉션이다. 대영박물관 큐레이터를 역임한 메리 긴스버그가 기획해 2017년 영국에서 초판을 선뵀다. 소비에트연방, 동유럽, 몽골, 중국, 북한, 베트남, 쿠바 등 7개 권역의 포스터 320여점을 추려 모았다. 미술사학자, 아티스트, 역사학자, 출판 편집자 등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이 자료 수집과 집필에 참여해, 사료적 가치와 학술적 깊이를 갖췄다.

냉전 시기 공산권은 안팎의 도전과 과제 앞에서 씨름했다. 안으로는 반혁명 차단과 ‘이상 사회’ 건설을 위한 대중 계몽과 경제 개발에 바빴고, 밖으로는 서방과의 군비 경쟁과 체제 경쟁이 숨가빴다. 그 과정에서 포스터는 대중 동원과 프로파간다(선전)의 독보적인 수단이자 무기였다.

“모든 공산주의 국가에서 포스터는 설득이나 지시, 저주나 사회적 담론을 위한 매체로 활용됐다.” 그 강렬한 이미지와 대담한 슬로건은 단숨에 대중을 사로잡았는데, 이는 중앙당과 정권이 “인민을 교육하고 설득하며, 협력과 열정을 유도하는 데 필수적”이었다. 특히 신생 사회주의 국가 대부분에서 문해율이 낮았던 사정은 시각 선전물의 효용 가치를 더 높여주었다.

수록작들은 “위대한 이상과 군사적 승리부터 양배추 재배, 야학, 가족계획 같은 일상생활의 면면”을 아우른다. 반제국주의 투쟁과 사회주의 연대는 물론, 생산 독려, 지나친 음주 비난, 불조심, 환경·위생, 공중질서 계몽도 포스터에 담겼다.

베트남의 한 포스터는 1945년 호치민 주석의 독립선언이 마이크 전파를 타고 물결처럼 퍼져나가는 초상화다. 선언문에 영감을 받은 ‘베트남’편 필자는 이 포스터에 프랑스 계몽사상에서 비롯한 미국 독립선언문의 한 구절(제2장)을 제목으로 붙였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으며 창조주로부터 양도 불가능한 권리를 부여받았다. 생명, 자유, 행복의 추구가 그것이다.” 천부인권을 선언한 프랑스와 미국 모두 베트남을 침략했다가 패퇴한 제국주의 국가였다는 사실은 역설적이다.

19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반세기 동안 북한에서 제작된 포스터 40여점을 수록한 것도 눈길을 끈다. 네덜란드의 우표거래상 빌렘 반 데르 베일이 1998년부터 10여년간 북한에서 직접 수집한 1200여점 컬렉션의 일부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사진 북레시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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