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기 탄탄 달콤 고량주..지린성에서 온 '화순복순'

취화선 2019. 2. 16.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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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색과 금색으로 장식한 조아하주의 화순복순. 기본기 탄탄한 준수한 농향형 고량주다./사진=홈페이지 캡처
[술이 술술 인생이 술술-98] 중국 지린성에서 꽤 괜찮은 농향형 고량주(백주)가 왔다. 오늘의 술, 중국의 술도가 조아하주의 고급 술 화순복순이다. 조아하주는 지린성의 조하강의 물로 술을 빚는다.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이름을 바꾸기는 했지만, 거의 100년의 역사를 가진 술도가다. 그중에서도 화순복순은 수수와 보리, 밀로 맛을 낸 술이다. 알코올 도수는 52%다.

화순복순은 광택이 감도는 붉은색 화려한 종이상자 안에 들어 있다. 상자를 열면 풍만한 술병이 드러난다. 술병 역시 새빨갛다. 빨간 사기 곳곳을 금빛으로 장식했다. 한눈에 '아, 중국 술이구나' 할 만한 생김이다.

꽃잎 같은 병뚜껑을 돌려 까면 술 향기가 풍긴다. 달콤한 냄새가 지배적인데 언뜻 초산 향이 스친다. 전형적인 고량주 냄새다.

화순복순을 작은 잔에 따라 그대로 털어 넣는다. 아까 맡았던 새콤달콤한 냄새 그대로 맛이 된다. 먼저 단맛이 세게 치고 나온다. 신맛은 살짝 드러날 뿐이다. 이내 단맛과 신맛이 섞여 파인애플을 떠오르게 한다.

하지만 이 맛을 분석할 시간은 많지 않다. 맛을 느끼려는 찰나 향기롭고 뜨거운 기운이 목구멍 안쪽에서부터 비강을 타고 콧구멍을 향해 휘몰아치기 때문이다. 향에 취해 술이 넘어가는 줄도 모를 지경이다. 냄새가 가시면 그제야 조금 정신이 든다. 식도와 위장이 뜨겁다. 화기(火氣)가 내 몸 깊은 곳에서 손과 발로 천천히 뻗어 나간다. 마신 뒤에는 달큰함이 입안에서 감돈다.

이번에는 아주 조금씩 마셔본다. 잔을 꺾었을 때 화순복순이 태풍이라면, 홀짝일 때 화순복순은 잔잔한 봄바람이다. 몸이 찌릿한, 화끈한 맛이 덜한 대신 개별적인 풍미가 오롯이 살아난다. 그러므로 홀짝이는 것 또한 좋다.

소량의 화순복순에서는 깊은 단맛이 번진다. 그사이로 고량주 특유의 톡 쏘는 맛이 나타난다. 넘어가는 술의 양이 많지 않은 탓에 코로 빠져나오는 기운도 거세지 않다. 목넘김에 집중한다. 아주 부드럽다.

중국 술을 만났으니 칭다오 맥주에 타 먹지 않을 수 없다. 적당한 양의 칭다오를 잔에 따르고 화순복순을 섞는다. 환상적인 냄새가 난다. 칭다오의 고소함과 화순복순의 달콤함이 조화롭다. 경험적으로 농향형 백주와 칭다오를 섞으면 거의 실패가 없다. 이번에도 그러했다.

두말할 것 없이 기름진 중국 음식과 잘 어울릴 것 같다. 참치회에 곁들여도 좋겠다. 같은 기름진 음식이라지만, 삼겹살과의 궁합은 글쎄, 삼겹살에는 역시 소주가 좋을 듯하다.

화순복순은 최고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기본기가 탄탄한 준수한 백주다. 술꾼은 물론 술을 잘 못 하는 사람들마저 두루 좋아할 만하다. 다만 개성, 또는 깊이는 조금 부족하다. 그래도 역시 잘 만든 술이다. 감히 추천할 만하다. 주류전문점에서 500㎖ 한 병에 약 6만원.

[술 칼럼니스트 취화선/drunkenhwa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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