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이 산다 [만화로 본 세상]

2019. 3. 19.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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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우리 옆집에 600살 먹은 용이 살고 있어요

우리는 무심결에 도시가 인간만 사는 곳이라 여ㅈ긴다. 찬찬히 생각해보자. 고양이와 개, 눈에는 잘 띄지 않지만 쥐, 까치와 비둘기 같은 텃새들, 개미와 지렁이 같은 작은 생물들. 그리고 은행나무, 플라타너스, 소나무, 벚나무 같은 각종 나무와 풀들을 말이다. 그들의 존재 하나하나를, 그들의 웅성거림을 상상해보자. 우리는 우리가 그들과 공간을 함께 나누어 쓰는 존재라는 생각이 없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수도권의 아파트촌만 해도 20여년 전에 작은 산과 숲이었던 곳을 밀어서 지었으니, 그곳에 살고 있던 존재들의 입장에서 보면 인간은 ‘침입자’에 불과하다.

초 작가의 만화 <용이 산다>의 한 장면 / 네이버웹툰

공간을 인간 중심으로 보는 시선은 인간 이외의 존재를 그 공간에서 소거하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태도로 이어진다. 비둘기는 죄도 없이 혐오의 대상이 되고, 누군가는 길고양이의 밥그릇에 쓰레기를 던진다. 우리 동네에서는 지난해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수리부엉이도 서식지에서 쫓겨날 뻔한 위기를 겪었다. 별로 수익성도 없어 보이는 데다가 굳이 그런 사업을 벌여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이상한 사업이 진행될 뻔했기 때문이다. 지자체의 지원을 받은 그 사업은 하필 수리부엉이 서식지를 사업부지로 삼았다. 뭐 여러 가지 이유를 댔지만, 애초에 그곳을 보전해야 한다는 가치를 별로 소중히 여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수리부엉이의 권리를 지키고자 나선 시민들의 힘으로 서식지 공사는 백지화됐다.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이라는 국가가 보증(?)하는 자격이 있어도 수리부엉이는 시민권을 얻기 힘들었다. 우리 사회가 타자를 상상하는 감수성은 얼마나 오염되어 있는 것일까.

초 작가의 웹툰 〈용이 산다〉(네이버웹툰)는 우리의 이웃에 사는 평범한(!) 용들의 이야기다. 얼마 전 시즌4 연재를 시작했다. 작가는 판타지에나 나올 법한 용이라는 존재를 학교도 다니고 직장도 다니며 인간과 별다를 바 없는 삶을 사는 존재로 그려 보여준다. 물론 용이니까 하늘도 날고 불도 뿜고 힘도 엄청나지만, 용과 인간이 이웃을 이루고 펼쳐가는 이야기는 사소하고 일상적이다.

인간사회에서 정체를 숨기고 살아가는 용들이 인간에게 정체성을 드러내는 일도 별로 심각하지 않게 표현한다. 시즌1의 시작에서 프리랜서 웹디자이너 최우혁은 혼자 살기 위해 이사를 한 날 옆집에 떡을 전하러 갔다가 수상한 생물과 마주한다. 인간 청년의 모습을 한 그는 나이 600살의 용으로 정체를 숨기며 살아가야 한다고 말은 하지만 이름부터 김‘용’이다. 김용은 판타지 소설 작가이며 게임광이다. 최우혁에게 들킨 것도 문을 열어 놓은 채 게임에 몰두하다 그랬다. 부주의한 건지 들켜도 상관없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 모든 게 뭐가 대수냐고 말하고 싶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용들은 기본적으로 인간을 좋아하지 않는다. 경계한다에 가깝다. 인간이 뭐가 예쁘겠는가. 이 지구상에 살고 있는 인간 이외 생물들에게. 그러나 김용은 최우혁에게 만난 날부터 호의를 품는다. 뭔가 엄청난 일이 벌어진 것은 아니다. 최우혁은 김용의 비밀을 지켜주기로 했다. 그리고 김용에게 심심하면 놀러 오라는 말을 덧붙인다. 그렇게 서로를 환대할 때, 서로 다른 두 세계는 미소부터 포복절도까지의 재미난 일들을 듬뿍 만들어 낸다.

박희정 기록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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