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식품 맛있어요".. 베트남에 'K-푸드' 열풍 일으키다 ['포스트 차이나' 베트남을 누비다]

김기환 2019. 3. 21. 21:13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중〉 영토 넓혀가는 식품 기업들
지난 8일(현지시간) 베트남 이마트 고밥점 식품매장을 찾은 고객들이 CJ제일제당의 ‘비비고 만두’를 시식하기 위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호찌민=김기환 유통전문기자
지난 8일(현지시간) 베트남 중심가 고밥 거리에 자리 잡은 이마트 고밥점.
 
식품매장 중심부에 위치한 ‘코리아 푸드존’에서는 노릇노릇 구워진 만두를 맛보기 위해 고객 10여 명이 줄을 서 있었다. 주부 후이(32)씨는 “한국 (비비고)만두는 만두피가 얇고 고기와 야채가 많이 들어 있어 간식과 식사 대용으로 제격이다”며 “온 가족이 (만두를) 좋아해 3봉지나 샀다”고 손가락으로 카트 안을 가리켰다. 라면 특유의 매콤한 냄새가 식욕을 자극하는 농심 ‘신라면’ 시식 행사장에서 만난 대학생 능(22)씨는 “한국 라면은 면발이 두꺼워 식감이 좋고, 특유의 매콤한 맛이 중독성이 있다”며 “일주일에 두 번 정도 한국 라면으로 식사를 한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곳에선 오리온 ‘초코파이’와 웅진식품 ‘아침햇살’ 등도 큰 인기를 얻고 있었다.
 
이마트 고밥점 이형순 팀장은 “총 3만여 품목 중 한국 상품은 1500여 개에 불과하지만 전체 매출 비중은 10를 넘는다”며 “이는 베트남 사람들이 한국 식품에 열광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매콤한 김치와 고추장, 라면 등을 비롯해 소시지, 김, 어묵 등이 베트남 현지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베트남 현지에서 ‘K-푸드’를 주도하는 CJ제일제당, 농심, 오리온, 대상 등은 매년 눈부신 성장을 하고 있다.
 
◆ CJ제일제당, 베트남에서 ‘제3의 CJ’ 구축

CJ제일제당이 베트남에서 ‘제3의 CJ’를 만들겠다는 각오로 뛰고 있다. 2020년까지 매출 7000억원 규모의 종합식품회사로 성장하는 게 목표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한국 식문화 세계화’를 그룹 주요 과제로 내세운 데 따른 것이다.

이를 위해 CJ제일제당은 2016년 현지 1위 김치업체인 ‘킴앤킴’과 냉동식품업체 ‘까우쩨’를 잇달아 인수한 데 이어 2017년엔 수산가공식품업체 ‘민닷푸드’를 사들였다. 까우쩨가 생산하는 ‘짜조(스프링롤)’는 지난해 베트남 짜조 시장에서 점유율 50로 1위를 차지하는 등 급성장했다.
CJ제일제당은 2017년 베트남에 700억원을 투자해 연구개발(R&D) 역량과 제조기술이 집약된 식품 통합 생산기지를 건설 중이다. 미래 성장을 이끌어갈 ‘K-푸드’ 전진기지를 구축해 현지 식품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시장에 한국 식문화를 전파하기 위한 목적이다.

올해 완공 예정인 베트남 식품 통합생산기지는 냉장, 냉동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는 첫 통합 공장이다. CJ제일제당은 이곳에서 현지식 제품은 물론이고 비비고 왕교자와 비비고 김치, 가정간편식(HMR), 냉동편의식품, 육가공품 등을 생산하게 된다. 연간 생산량은 6만이다.

육가공 사업은 품질 개선과 안전성을 강화하고 ‘신선한 제품’ 이미지로 차별화한다는 계획이다. 비엔나·후랑크·라운드햄 등 다양한 라인업을 구축하고, 현지인들이 선호하는 맛과 향을 적용한 제품 개발로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전략이다.

수산가공사업은 김치, 김, 두부 등 한식 기반의 제품과 차별화 신제품 개발에 집중할 예정이다.
지난 8일(현지시간) 베트남 이마트 고밥점 식품매장을 찾은 고객들이 농심 ‘신라면’을 시식하기 위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호찌민=김기환 유통전문기자
◆ 농심, 베트남 울리는 ‘신라면’

베트남은 국민 한 사람이 연간 소비하는 라면(53.5개)이 한국(73.7개)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나라다. 베트남의 라면 총소비량은 50억6000만개(세계라면협회 통계)로 세계에서 다섯 번째다. 베트남에서는 약 50곳의 라면 제조사가 500종 이상의 라면을 생산·유통하고 있다.

농심은 세계 최대 라면 소비국 중 하나인 베트남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2018년 말 베트남 호찌민에 법인을 설립해 본격적인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농심의 올해 베트남 매출 목표는 1000만달러다.

농심은 베트남 시장을 파고들기 위해 현지 유통업체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베트남 1등 대형마트인 ‘쿱(Coop) 마트’를 비롯해, ‘빅(Big)-C 마트’, ‘이온(Aeon) 마트’ 등 대형유통 채널에 신라면을 입점시켜 판매하고 있다. 국내 대형마트인 이마트와 롯데마트의 아낌없는 지원도 받고 있다.
농심은 베트남에서 한국식 ‘시식행사’를 통해 제품 판매와 재구매율을 극대화하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신라면 특유의 매운맛으로 현지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심은 유통 채널도 다변화하고 있다. 기존 대형마트 중심에서 슈퍼마켓과 편의점 등 지역상권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베트남에서 상당수를 차지하는 전통시장 공략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간) 베트남 이마트 고밥점 ‘코리아 푸드존’을 찾은 한 여성이 오리온 초코파이를 살펴보고 있다. 오리온 제공
◆ 오리온, 베트남 국민 1인당 연간 5개 먹는 ‘초코파이’

오리온 ‘초코파이’는 베트남에서 연간 5억개가 팔려 나가는 ‘국민간식’이다. 베트남 인구가 약 1억명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국민 한 명당 초코파이를 5개씩 먹은 셈이다.

초코파이는 현재 베트남 파이 시장에서 67%(2018년 상반기 기준)의 점유율로 압도적 1위를 지키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초코파이가 제사상에 오를 정도로 큰 인기다.
 
오리온은 1995년 베트남에 초코파이 수출을 시작했으며 2006년 호찌민에 생산 공장을 세우며 베트남 진출을 본격화했다. 2009년에는 하노이에도 공장을 가동했다.
감자칩 ‘오스타’는 생감자 스낵 시장 점유율 36(2017년 기준)로 생감자 스낵 1위에 올랐다. 현지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는 제품 개발과 현지 인기 연예인들을 주인공으로 한 ‘웹드라마’를 제작하는 등 차별화된 마케팅이 주효했다.

2009년 출시한 ‘투니스’는 현지인들에게 친숙한 오징어맛, 스테이크맛, 새우맛 등을 선보이며 입맛을 사로 잡았다. 베트남에서 오리온의 인기는 숫자로 잘 나타난다.

2010년에는 연매출 1000억원을, 2015년에는 누적 매출 1조원을 각각 돌파했다. 매해 두 자릿수 고성장세를 이어가며, 2016년에는 베트남 진출 11년 만에 연매출 2000억원을 돌파하는 쾌거를 올렸다. 지난 2017년에는 2224억원으로 역대 최대 매출을 올리며 ‘몬델레즈’ ‘펩시’ 등 유수 글로벌 기업들을 제치고 베트남 제과시장(파이·스낵·비스킷·스펀지케이크 4개 카테고리 기준) 점유율 1위에 올랐다.
대상그룹은 베트남에서 박항서 감독을 모델로 기용해 ‘종가집 김치’를 홍보하고 있다. 대상그룹 제공
◆ 대상, ‘박항서 매직’ 열풍으로 ‘박항서 효과’ 톡톡

‘박항서 핫도그 주세요.’

대상그룹이 베트남에서 ‘박항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대상은 지난해 3월 베트남 축구대표팀 박항서 감독과 모델 계약을 체결하고 현지 육가공 브랜드 ‘득비엣’과 김치 브랜드 ‘종가집’ 광고를 하고 있다.

대상은 1994년 미원베트남 법인을 세우며 베트남에 처음 진출했다. 1995년 하노이 인근 비엣찌 공장을 설립해 조미료(MSG) 생산을 시작했고, 현재 3만5000 이상의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MSG 외에도 국물용 복합조미료, 튀김가루, 간장, 김치, 소스 등으로 종합식품 사업을 하고 있다.
육가공 사업 법인인 득비엣푸드는 대상이 2016년 9월 인수한 회사다. 대상은 득비엣푸드 M&A를 통해 2020년까지 연 매출액 500억 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득비엣푸드는 어린이 소시지 등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박 감독이 출연하는 TV 광고를 제작해 지난해 6월부터 베트남 국영 채널인 VTV3 등에 송출하고 있다. 베트남 택시와 주요 빌딩 등에 옥외광고도 시작했다. 박 감독을 모델로 만든 광고가 방영된 지난해 6월 이후 득비엣푸드 매출이 크게 늘었다. 대상의 지난해 베트남 사업 매출은 전년 대비 약 15 이상 성장했다.

대상㈜ 베트남 육가공법인 득비엣푸드 조남일 대표는 “득비엣푸드의 강력한 브랜드와 품질 높은 제품을 통해 안정적인 매출과 수익을 확보하고, 제품 포트폴리오를 냉장·냉동식품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호찌민=김기환 유통전문기자 kkh@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