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end Interview] 아시아나항공을 지켜온 1기 승무원 김혜련 수석사무장
유럽 날아가면 못걸어도 2만보죠
겸손이 '직업병'..내가 피해봐도 죄송하단 말부터 나오죠
![아시아나 1호 승무원인 김혜련 수석사무장이 서울시 강서구 아시아나항공 본사에서 비행기 모형을 응시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903/08/mk/20190308171507375lihg.jpg)
올림픽과 민주화는 세계를 바라보는 눈을 바꿨다. 세계화 물결이 일자 항공 수요도 증가하기 시작했다. 대한항공이 독점하던 항공산업에 아시아나항공이 들어서며 경쟁 체제가 시작됐다.
김혜련 아시아나 수석사무장(53)은 1988년 제2민항인 아시아나가 첫 국내선 취항을 하던 날 비행기에 탔던 아시아나 1기 승무원이다. 1988년 비행기를 타기 시작한 김 사무장을 1988년생 기자가 만났다. 인터뷰는 서울시 강서구에 위치한 아시아나 본사에서 이뤄졌다.
―승무원의 꿈을 꾸게 된 계기는.
▷아버지가 상사를 다니셨다. 상사 업무가 국제 무역을 담당하다 보니 해외 출장도 잦았다.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외국에 나가고 싶다는 꿈을 자연스럽게 꾸게 됐다.
―김 사무장에게 1988년도는 어떻게 기억되나.
▷당시는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람이 극히 드문 때였다. 해외에 나갔다 들어오는 사람이 있으면 일가친척이 모두 공항에 모여 꽃다발을 주던 때였다. 1988년도에는 해외여행 자유화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며 여행 수요도 늘어나게 됐다. 사회가 역동적으로 변하던 때여서 곳곳에서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인기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보며 당시를 많이 추억했다. 주인공인 '덕선'이가 커서 승무원이 되는 모습을 보며 감정 이입을 하기도 했다.
―승무원이란 직업이 생소하던 때였을 텐데.
▷1988년 대한항공 외에 새로운 제2민항기 취항이 시작됐다. 당시 아시아나항공은 국민적인 관심사였다. 새로운 항공사와 관련된 뉴스가 신문과 TV에서 자주 다뤄지다 보니 승무원으로 입사하려는 사람도 많았다.
―경쟁률도 높았나.
▷들은 얘기로는 1만명이 넘는 지원자가 있었다고 들었다. 경쟁률로는 400대1에 가까운 셈이다. 여승무원 23명, 남승무원 19명 총 42명이 아시아나 1기 승무원으로 뽑혔다.
―지금도 남아 있는 동기들이 있나.
▷1기 승무원 중 남아 있는 여자 승무원은 내가 유일하다. 남자 승무원은 7명이 남았다. 우리는 처음 시작할 때부터 선배가 없었다. 동기들과 같은 비행기를 탄 적도 많지 않았다. 그래서 외롭다는 생각을 많이 한 것 같다. 2기 중에도 남아 있는 여자 승무원은 한 명밖에 되지 않는다.

▷1기가 1988년 8월에 입사했다. 3개월 뒤인 11월에 2기 후배들이 들어왔다. 항공기도 계속 추가되고 여행 수요도 늘어나던 때라 인력 수요도 계속 증가했다.
―승무원이 되기 위한 준비는 어떻게 했나.
▷요즘 들어오는 신입들을 보면 학원도 다니고 철저한 준비를 통해 입사하는 것 같다. 당시에는 승무원이라는 직업 자체가 생소하던 시절이다. 오죽하면 입사하고 바로 다음날부터 비행을 하는 줄 알았을 때니까. 승무원으로 받아야 하는 교육이 어떤 것이 있는지도 잘 알려지지 않았었다. 일단 해외에 나가는 일이 많을 것 같아서 영어 공부를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영어 공부는 어떻게 했나.
▷대학에서 Time 잡지를 읽는 동아리 활동을 했다. 영어 단어 2만2000개를 외우려고 두꺼운 책을 열심히 봤다. 당시에는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고 참고서도 한두 개 정도였다. 가장 많이 보는 참고서를 골라 열심히 봤던 것 같다.
―첫 비행에 대해 들려 달라.
▷1988년 12월 23일 아시아나의 첫 취항이 있었다. 서울~부산, 서울~광주행 비행이 같은 날 있었다. 부산행 비행기 VIP석에는 당시 국무총리가 탔다. 모든 좌석에는 기자단이 탑승해 있었다. 교육을 갓 마친 1기 수료생들이 첫 비행에 임했다. 내가 목소리가 컸던 탓인지 선임 승무원 역할을 맡아 기내 방송을 담당했다. 비행기가 성공적으로 이륙하고 감격에 차서 "국민들의 성원에 힘입어 아시아나항공이 색동 날개를 펼쳤습니다"라고 기내 방송을 했다.
―많이 떨렸을 것 같다.
▷반복 훈련을 한 덕분인지 실수가 하나도 없었다. 그래도 첫 비행이고, 9시 뉴스에 우리 모습이 나간다는 생각에 긴장을 많이 했다.
―저비용항공사(LCC)도 많아진 지금과 비교하면 당시는 다른 점이 많았을 것 같다.
▷당시에는 비행기 제조업체에서 방금 만든 것 같은 새 비행기를 들여왔다. 새 차, 새 집을 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기내석에 작은 스크래치라도 날까봐 조바심을 느껴 매일 헝겊을 갖고 다니며 하나하나 닦기도 했다.
―지금까지 비행한 거리가 얼마나 될까.
▷승무원은 거리가 아니라 비행시간으로 계산한다. 공중에 떠 있는 시간으로 치면 1만5000시간이다. 지구 한 바퀴를 도는 데 70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어림 계산으로 지구를 210바퀴 돈 셈이다. 1기 승무원치고는 비행시간이 많은 편이 아니다. 승무원 채용, 훈련, 교육 등을 담당하던 때가 많아 상대적으로 비행시간은 적다.
―가장 장거리 비행 경로는 어느 구간인가.
▷거리로 따지면 뉴욕이 가장 멀 것 같다. 하지만 비행시간으로는 바르셀로나까지 가는 구간이 가장 길다. 유라시아를 건너가는 항로여서 시간으로 치면 가장 길다. 14시간 가까이 걸린다.
―승무원도 비행시간 동안 잘 수 있나.
▷장거리 비행은 자투리 시간을 나눠서 교대로 잠깐 잘 수 있다. 승객이 언제 찾을지 모르기 때문에 공백이 없어야 한다. 14시간 비행에서는 2시간~2시간 반 정도 잠을 자는 것 같다. 아주 작은 공간에서 휴식을 취하는데 자다가 깨면 여기가 한국인지 바르셀로나인지 헷갈릴 때도 있다.
―기내식을 승객에게 배분하는 것도 큰일이겠다.
▷아무리 넉넉하게 준비하더라도 그날따라 인기 있는 메뉴가 있기 때문에 준비한 식사가 모자랄 수 있다. 승객들이 원하는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적절하게 배분하는 것도 승무원 몫이다. 스테이크가 많이 남았다면 '페퍼 소스를 곁들인 스테이크 어떠세요'라며 추천 메뉴를 소개하는 것도 방법이다. 준비한 메뉴가 모자라지 않고 딱 맞아떨어질 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가만히 앉아서 가는 승객들도 힘든데 승무원들의 노곤함은 더할 것 같다.
▷바르셀로나까지 비행한다고 할 때 10시간 이상 계속 걸으면서 간다고 보면 된다. 사람이 쉬지 않고 6시간 내내 걸을 때 1만보를 걷는다고 하던데 바르셀로나까지 보통 2만보 정도 걷는 것으로 나온다.
2시간여 쪽잠을 자더라도 승객이 부르면 처음 비행하던 때와 같은 모습으로 서비스해야 하는 것이 승무원이다. 나뿐만 아니라 승무원들은 모두 이런 프로 정신을 갖고 승객을 대한다.
―건강관리가 많이 요구될 것 같다.
▷건강관리를 하지 않으면 승무원 일을 할 수 없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식사를 제때 하고, 잠을 충분히 자야 하는데 승무원은 두 가지를 모두 할 수 없다. 그래서 운동은 승무원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다. 살기 위해서 운동한다고 할까.
―보통 어떤 운동을 하나.
▷내게 맞는 운동을 찾기 위해 여러 가지 많이 시도해봤다. 요가도 해보고, 헬스장에서 개인 트레이닝(PT)도 받아봤다. 해외에 나가서도 할 수 있는 걸 찾다 보니 결국 헬스로 돌아오게 됐다. 이 나이에도 일을 하기 위해서는 헬스장에 빠지지 않고 가야 한다.
―직업병 같은 것이 있나.
▷승무원은 말투가 다르다. 내가 피해를 보는 상황에서도 먼저 죄송하다는 말이 나오게 된다. 승무원으로 처음 입사한 신입들은 교육을 마친 후 지하철에서 다른 사람이 와서 몸을 부딪혀도 죄송하다는 말이 자기도 모르게 나온다.
시간에 대한 강박 관념도 생긴다. 비행시간이 늦어지는 일은 절대 일어날 수 없다. 이륙 시간이 늦어지더라도 승무원은 늦으면 안 된다.
![김혜련 수석사무장이 기내에서 승객에게 안내 책자를 건네며 응급 상황 발생 시 대처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김 수석사무장은 "좋아하는 일을 이렇게 오래도록 잘해낼 수 있는 건 축복"이라고 말했다. [이충우 기자]](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903/08/mk/20190308171507878tbxn.jpg)
▷어색한 분위기를 참지 못하는 것도 직업병이다. 잠깐 대화하더라도 손님을 편안하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배려가 몸에 배는 직업인 것 같다.
―기억에 남는 승객이 있나.
▷비행 중 환자가 발생하면 급박해진다. 심근경색이 갑작스럽게 와서 숨을 못 쉬는 승객이 간혹 발생한다. 비행기 내에 혈관확장제가 비치돼 있어 이를 환자의 혀 밑에 넣어야 살릴 수 있다. 환자의 상태가 호전돼 목적지에 안전하게 내리면 환자뿐만 아니라 승무원도 10년 감수한다. 어린아이의 경우 땅콩 알레르기가 있어서 숨을 못 쉬는 일도 있었다. 당시 기내에 의사가 타고 있어서 알약을 빻아 먹여 살린 때도 있었다.
―비행을 하며 가장 어려운 게 무엇인가.
▷기상 상태가 나쁠 때가 가장 어렵다. 외부적인 환경은 승무원이 통제할 수 없다. 공포심 때문에 승객들의 전반적 분위기가 나빠질 수 있다.
―악천후에 대처하는 비법이 있다면.
▷30년간 근무한 승무원이어서 가능한 일이지만 상태가 너무 안 좋은 손님의 손을 꼭 잡아줄 때도 있다. 불안해하는 손님 곁에서 안심시켜 주면서 손을 잡아주면 진심이 전달된다.
―승무원 교육도 담당한다고 했는데 주로 어떤 교육을 하나.
▷승무원으로 갖춰야 할 마인드, 이미지 메이킹, 서비스 태도, 식음료 준비, 기내 방송 등 승무원이 해야 하는 일과 관련된 모든 걸 교육한다. 요즘에는 안전과 관련한 교육이 중요시된다. 승무원은 심폐소생술(CPR)도 그래프와 완벽하게 일치되도록 실시해야 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
―승무원이 되기 위한 자격증도 있나.
▷국토교통부에서 항공사에 위탁해서 부여하는 자격증이다. 모든 승무원은 시험을 통해 1년에 한 번씩 자격증을 갱신해야 한다. 30년 근무한 나도 예외가 아니다. 응급처치, 안전, 비상탈출 등 모든 분야에 있어서 승무원이 프로일 수 있는 이유다.
―승무원을 교육하는 일은 책임감이 상당히 요구될 것 같다.
▷교육을 하는 과정도 긴장의 연속이다. 새로 들어온 신입들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것을 가르치다 보니 나도 함께 긴장이 된다. 비행기 지연은 있을 수 없다 보니 교육 과정에서도 지각과 결석에 굉장히 엄격하다.
―승무원 교육을 마친 신입들은 상당히 다른 사람이 돼 있을 것 같다.
▷부모님들이 달라진 모습을 보고 많이 울기도 한다. 좋은 의미에서의 눈물이다. 예의 바르고 예뻐졌다는 말씀을 부모님들이 많이 한다. 교육기간은 3개월 정도다. 군대로 치면 훈련소가 끝나는 것과 비슷하다.

▷요즘에는 '스펙'적인 면에서 우리 때와 비교도 되지 않게 훌륭하다. 입사 전부터 철저하게 준비하고 오는 것 같다. 하지만 워낙 준비를 많이 해 아는 게 오히려 독이 되는 사례도 생기는 것 같다. 비행에 대한 두려움이 커진다고 할까. 우리 때는 워낙 정보가 없어 몸으로 부딪치며 알아갔다면 요즘은 철저하게 준비하고 실전에 돌입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것 같다.
―1기 승무원으로 후배들의 본보기가 된다는 점에서 어깨가 무거울 것 같다.
▷일부러 모범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후배들이 워낙 많아 최대한 배려하려고 한다. 살다 보니 양보하는 게 손해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됐다. 후배들과 관계가 어색하면 비행에도 문제가 발생한다.
―후배들에게 어떤 선배가 되고 싶은지.
▷후배들이 보기에는 내가 사내에서 하나의 지표이자 목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어서도 과연 승무원 일을 할 수 있는지, 60세까지 승무원 일을 하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 나를 보고 후배들이 판단할 수 있다. 내가 만약 정년까지 승무원 일을 한다면 후배들도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는 셈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즐기며 하면서도 정년까지 일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후배들도 일에 욕심을 낼 수 있게끔 동기를 부여해주는 선배가 되고 싶다.
―한참 어린 후배들과도 함께 일할 것 같은데.
▷지금 교육을 받고 있는 203기는 대학생 딸보다도 나이가 어리다. 이렇게 어린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며 일할 수 있는 것이 행운이라는 생각도 든다. 젊은 사람들이 어떤 것에 관심이 있고, 어떤 고민을 하는지 가까이에서 들을 수 있다.
―채용도 담당한다고 했는데 보통 어떤 부분을 눈여겨보나.
▷외적으로 예쁘고 미운 건 크게 상관이 없다. 30년간 승무원을 해보니 어떤 사람이 '승무원감'인지 보는 눈이 생겼다. 사람에게서 풍기는 분위기가 있다. 다정다감하고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이 승무원으로 적합하다. 일상에서도 배려가 넘치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이 승무원으로 일한다면 가장 적격이다.
―승무원으로 요구되는 또 다른 능력이 있다면.
▷승무원이야말로 순발력과 판단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비행기에 탑승하는 승객은 항상 변하기 마련이다. 그 순간에 맞는 대처 능력이 필요하다. 올바른 판단을 내리고 이를 실행하는 강단도 필요하다.
―비행과 관련해 기억 나는 에피소드가 있나.
▷12월 31일 출발해 1월 1일 도착하는 비행을 2년 동안 비행한다고 얘기한다. 1월 1일 첫 해를 비행기 안에서 바라보면 지상에서 바라보는 일출과는 느낌이 색다르다. 상서로운 기운을 받는 기분이랄까. 새해에 뜨는 첫 해를 누구보다 높은 곳에서 보는 셈이다. 승객에게 새로운 해가 떴다고 기내 방송을 한 적도 있다.
―비행을 하다 보면 지상에서 벌어지는 중요한 순간을 놓치는 때도 있을 것 같다.
▷2002년 월드컵 때가 그랬다. 당시 기장이 실시간 중계를 하기도 했다. 우리나라가 한 골 넣었다고 방송하자 승객이 모두 기뻐했다. 모두가 기뻐할 좋은 소식이 있을 때는 기장이 기내 방송으로 승객에게 알리기도 한다. 요즘은 인터넷이 되는 비행기도 들어와 승객이 먼저 알기도 한다.
―승무원끼리 협업도 중요할 것 같다.
▷비행은 한 편의 드라마를 쓰고 내리는 것이라 생각한다. 많게는 23명, 적게는 4명의 승무원이 작은 공간에서 함께 승객을 맞는다. 그날의 매니저가 누구인지, 승무원은 누구인지에 따라 승객이 느끼는 분위기도 다르다. 그래서 협업이 중요하다.
―어떤 승무원과 타느냐에 따라 비행 분위기도 달라진다는 말인가.
▷같은 비행은 있을 수 없다. 같은 팀이 같은 장소로 가더라도 승객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분위기도 달라진다. 우리 일은 사람을 다루는 일이다. 그래서 지루할 틈이 없고, 늘 긴장감이 있다. 이것이 승무원의 매력이다.
―자녀와 시간을 많이 못 보내지는 않았나.
▷대학생 딸이 한 명 있다. 승무원이란 직업 덕분에 오히려 육아에 신경 쓸 수 있었던 부분도 있다. 김대중정부 때는 금호아시아나가 육아휴직, 복직 등을 철저히 지키는 모범 기업으로 꼽힌 적도 있다. 아이가 어릴 때에는 지상 근무를 병행할 수 있다는 점이 도움이 됐다.
―집을 오래 비울 때는 아이가 엄마와 함께 있고 싶어했을 것 같은데.
▷아이가 엄마 가방(트렁크)에 들어가서 가지 말라고 할 때 가장 마음이 아팠다. 엄마와 떨어지기 싫어하는 아이 모습을 볼 때가 이 일을 계속할지 고민했던 가장 큰 위기의 순간이었다. 그럴 때면 아이에게 "엄마 이틀 밤 자고 올까, 일주일 자고 올까"하며 고르도록 했다. 아이에게 더 나은 것을 택하도록 선택권을 준 것이 조금은 도움이 됐다.
―아이와 함께 비행한 적도 있나.
▷지난해 12월 31일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함께 갔다. 엄마는 승무원으로, 아이는 승객으로 탑승했다. 새해를 비행기에서 함께 맞은 셈이다. 스냅샷 사진도 찍고 경치 좋은 곳도 여행하며 딸과 좋은 추억을 많이 쌓았다.
―여행을 원래 좋아하는 편인지.
▷좋아하는 편이다. 해외에 나가면 승무원도 성향에 따라 시간을 보내는 방식이 천차만별이다. 호텔에서 계속 쉬면서 보낼 수도 있고, 시간을 아껴서 관광을 하고 올 수도 있다. 장시간 업무와 여행을 병행하려면 역시 체력이 받쳐줘야 가능하다.
―한 번 나가면 해외에서 얼마나 머무르나.
▷가장 길게 머무를 수 있는 기간이 닷새 정도다. 해외에 자주 갈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취미를 지닌 사람이 많다. 커피가 유명한 나라에서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기도 하고, 와인 소믈리에 자격증을 딴 사람도 있다. 작가 수준으로 전문적인 사진을 찍는 친구도 있다.
―본인만의 여행 스타일이 있나.
▷취항 전에는 이번에 갈 나라와 도시에 대해 열심히 공부한다.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것도 인터넷으로 찾아본다. 일단 몸으로 많이 부딪치고 시도해보는 편이다. 요즘은 현지에서 '우버 이츠(Uber Eats)'로 음식을 시켜 먹고, '구글 맵'으로 길을 찾아 여행한다. 50대 중에서 이 정도로 기술을 잘 활용할 줄 안다면 나름 신세대로 쳐줄 수 있지 않을까.
―새해 소망이 있다면.
▷'안비즐비.' 항공업계에서 통용되는 말이다. '안전한 비행, 즐거운 비행'의 줄임말이다. 이 말처럼만 됐으면 좋겠다. 올 한 해도 안전하고 즐겁게 비행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다.
▶▶ 김혜련 수석사무장은…
1966년생으로 1988년 8월 2일 아시아나 1기 승무원으로 입사했다. 2019년 1월 28일 기준 총 1만5000시간을 비행한 김 사무장은 아시아나항공 객실 서비스개발팀, 캐빈 서비스팀 등을 거쳤다. 1996년에는 그룹 50주년 기념 자랑스러운 금호 50인에 선정됐고, 2006년 초일류 금호아시아나인상을 수상했다. 아시아나항공 본사 박물관에는 김 사무장이 자랑스러운 금호인상을 받는 사진이 전시돼 있다. 승무원 일은 늘 긴장되지만 또 지루할 틈이 없어 매력적이라는 김 사무장은 인터뷰 다음날 런던으로 가는 아시아나 비행기에 탑승해 승객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이끌 예정이다. 인터뷰를 마치며 "60세 정년퇴직을 하는 해가 2026년이니 꼭 다시 인터뷰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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