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경쟁 몰린 PC방 업계.. 고개든 무인화 바람

이동준 2019. 4. 1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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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비 절감 위해 '무인화' 추진 / 최저임금 인상과 맞물려 주목 / 초기 비용 발생..안정까진 시간 필요 / 도입 전 상권·경쟁 매장·이용자 분포 등 고려
게티이미지
스타크래프트, 리니지 등의 게임이 대중적인 인기를 끌던 2000년대 초반부터 성황을 이뤘던 PC방이 어느덧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01년 2만 2548곳에 달하던 PC방은 올해 1월 기준 1만 480곳으로 지난 18년간 절반 넘는 PC방이 폐업한 것으로 조사됐다.
 
PC방의 부진은 인기있는 게임이 적고, 스마트폰 게임의 대중화로 게임 수요가 PC와 모바일로 분산된 게 큰 이유로 풀이된다. 또 출혈경쟁 심화로 오랫동안 이용료를 동결하거나 내린 결과가 운영 수익 악화로 폐업 행렬이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남은 PC방들은 생존을 위해 식음료 판매 강화 등 부업에 열을 올리거나 운영비용 절감을 위해 ‘무인화’를 추진·검토하고 있다. 특히 무인 PC방의 경우 몇년 전 등장했다가 ‘운영·관리상 어려움’ 등으로 얼마 못가 사라졌지만 최근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맞물려 업계 일각의 주목을 받고 있다. 
 
무인 PC방 이용안내. 직원이 일하는 PC방보다 참고해야 할 사항이 많다.
◆반짝 관심 받은 무인 PC방, 다시 논의 중심으로
 
24시간 운영되는 PC방은 보통 종업원(아르바이트생)을 두고 운영한다. 이러한 모습은 PC방이 등장한 초창기부터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
 
그러다 ‘키오스크(공공장소에 설치된 터치스크린 방식의 정보전달시스템)’ 등장과 PC방 운영시스템의 고도화로 2015년쯤 아르바이트생을 두지 않고 업주 혼자 운영하는 PC방이 생겨났다. 당시 업계는 시들해진 PC방 인기에 대응할 자구책으로 무인화를 주목했고 일부 PC방이 도입했다. 그러나 ‘자잘자잘하게 손이 자주 갈 수밖에 없는 PC방 운영 특성상 무인화가 지속되긴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많아 대부분 사라졌다.
 
◆“여유 됐으면 알바 뒀을 것”
 
하지만 주변의 부정적인 의견에도 시스템을 고도화해서 보란 듯이 무인 PC방을 유지한 곳도 있다. 지난 5일 찾아간 서울의 한 PC방이 대표적이다. 적자에 시달리다 폐업 위기에 몰린 PC방을 인수한 박모씨가 2015년 4월 무인PC방으로 전환해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박씨는 “인수 초기에 적자를 면치 못했으나 무인화를 진행하면서 상황이 나아지기 시작했다”며 “자판기와 이용요금 선불기 등 ‘셀프 시스템’을 도입해 관리에 대한 부담을 줄인 후 보안과 도난방지 목적으로 설치한 폐쇄회로(CC)TV를 관리시스템과 연동해 무인화를 이뤘다”고 말했다.
 
카운터에서 하는 요금정산이나 지폐교환 등을 기기로 대신하고 있다. 이 PC방에는 카운터와 종업원이 없다.
무인화에 자판기는 기본이다. 이 자판기는 빵이나 라면 구매가 가능했다.
그는 “무인화를 추진할 당시 먼저 PC방을 창업한 분들이 ‘사람이 없으면 서비스 질이 떨어질 게 분명하고, 도난사고나 미성년자 심야 출입으로 관리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렸다”며 “하지만 해보지도 않고 걱정이 앞서 주저하기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무인화를 이룬 후 지금껏 적자를 본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20석 정도의 소규모 PC방은 도난 우려나 청소년의 심야 출입 단속보다 최저임금 인상이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작은 PC방은 자리 회전율이 높지 않으면 직원을 두고 운영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24시간 운영되는 PC방 특성상 주휴수당을 주지 않기 위해 쪼개기 알바 사용을 할 경우 관리하기가 힘들고, 오른 최저임금에다 야간·주휴수당을 모두 챙겨주면 인건비를 감당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서비스업의 특성상 무인화를 도입하면 매출이 떨어지는 건 맞지만 대형 PC방처럼 서비스를 늘리거나 꾸미지 못하면 버틸 수 없다”며 “계속 알바를 썼다면 나도 벌써 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양길 접어든 PC방…무인화가 답인가?
 
무인 PC방은 △도난 사고 등의 보안문제 △서비스 질 하락 △청소년들의 심야 출입 차단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관건이다. 특히 청소년들의 심야 출입 문제가 가장 큰 숙제다. 업계에 따르면 청소년 출입이 금지된 오후 10시 이후 청소년이 PC방을 이용한 게 적발된 업주의 경우 1차는 경고에 그치지만 2차는 벌금 300만원, 3차 적발 시 영업정지 처분을 받는다. 24시간 연중무휴로 운영해도 큰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영업정지는 큰 타격이다.
 
아르바이트를 고용하는 PC방도 같은 문제를 겪는다. 청소년이 신분증을 위변조해 출입하면 청소년은 훈방으로 끝나지만 업주는 처벌을 면치 못한다.
 
이에 업계에서는 △스마트폰을 활용한 일회용 인증키 인증 △지문인식 △CCTV 설치 △사설 보안업체와 연계 등 다각도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박씨가 무인 PC방을 운영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시설을 갖추고 단골 위주로 영업한 게 주효했다. 손님 대부분이 키오스크 사용에 익숙하고, 거부감을 덜 느끼는 젊은 세대라는 점도 무인화 안착에 도움이 됐다. 
 
또다른 걸림돌로 꼽히는 도난 우려와 관련, 박씨는 “처음엔 도둑이 털어가는 꿈을 꿀 정도로 불안한 마음도 있었다”며 “무인 PC방을 고민하는 예비 창업자들이 찾아와 도난 등의 문제를 걱정하지만 되레 무인화로 보안이 철저한 곳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손님들도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손님이 ‘불편을 감수하기 싫다’라고 생각하면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불편보다 이용 장점을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인건비 절감이 중요하다고 해서 당연한 듯 무인화를 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씨 역시 “무인화는 인건비 외에도 운영에 따르는 인적·물적 관리의 어려움 일부를 덜 수 있지만 키오스크나 CCTV 설치 등으로 초기 비용이 발생하고 안정된 운영까지 다소 긴 시간이 필요하다”며 “무인PC 방도 청소나 유지보수 등의 관리는 필요하고, 무엇보다 손님들이 이용규칙을 지키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인화 도입 전 상권이나 주변 경쟁 매장, 이용자 분포 등 다양한 요소를 반드시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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