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부장검사 2명 정년퇴직.. '평생검사' 정착되나?

검사의 정년퇴직이 그야말로 ‘뉴스’가 되던 시절이 있었다. 상명하복이 엄격한 검찰 조직의 특성, 그리고 자존심이 매우 강한 검사들만의 고유한 문화 등 때문에 인사에서 속칭 ‘물은 먹은’ 검사들은 정년을 10∼20년 앞두고 일찌감치 사표를 낸 뒤 변호사로 변신하는 관행이 오랫동안 유지돼왔다.
2017년까지만 해도 “검찰 역사상 정년퇴직을 한 검사는 15명뿐”이란 얘기가 나돌 정도였다.
최근 부장검사 2명이 정년을 맞아 검찰을 떠나 눈길을 끈다. 각각 검찰 역사상 16번째, 17번째 정년퇴직자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번 검사가 되면 예외없이 정년까지 근무하는 ‘평생검사제’ 정착의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정만진·박준모 부장검사, 지난달 나란히 63세 정년퇴직
12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서울고검 정만진(64) 부장검사가 지난달 13일자로, 부산고검 박준모(64) 부장검사가 역시 지난달 29일자로 각각 정년퇴임했다. 1955년생 동갑인 두 부장검사는 지난해 12월 함께 63세 정년을 맞았다. 현행 검찰청법상 검찰총장의 정년은 65세, 나머지 검사는 모두 63세다.
두 부장검사는 사법연수원 14기 동기생으로 나란히 30년 이상 검찰에 재직했다. 문무일 현 검찰총장이 사법연수원 18기인 점을 감안하면 총장보다 무려 4기수나 선배인 셈이다.
검사의 정년퇴임이 워낙 드문 일이다 보니 그간 검찰은 각급 검찰청에서 정년퇴직을 하는 검사가 생겨날 때마다 해당 검찰청 검사장의 주관 아래 따뜻한 환송행사를 열고 ‘석별의 정’을 나눠왔다. 가장 최근인 2017년 6월 정현태(65) 당시 대전고검 부장검사가 정년퇴직을 했을 당시 검찰 사내 방송국이 그의 퇴임 기념 동영상을 제작, 검찰 내부 통신망에 올렸다.
하지만 이번에 정, 박 두 전직 부장검사는 그렇게 외부에 널리 알려지는 것을 생략한 채 ‘조용히’ 검찰을 떠나는 길을 택했다. 어찌 보면 정년까지 근무하는 검사가 늘면서 검사의 정년퇴직이 과거와 같은 비중있는 뉴스가 되지 않는 현실이 반영된 결과일 수 있다.
다만 평소 부동산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박 전 부장검사는 정년퇴임 직전인 지난해 11월 30년간 풍수지리를 연구한 결과를 집대성한 책 ‘풍수지리강론’을 펴내 화제가 됐다. 그는 “풍수지리가 인간의 모든 길흉을 좌우하는 양 상업화해가는 실태를 보며 이를 바로잡고자 책을 출간했다”고 밝혔다.

젊은 공무원시험 준비생(공시생)들에게 ‘공무원이 왜 좋으냐’고 물으면 거의 대부분 “정년이 보장되는 안정성”을 꼽는다. 검사도 공무원의 일종인데 왜 그동안 정년퇴직이 그토록 드물었던 걸까.
검사들은 대부분 명문대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사법시험 또는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수재’다. 자연히 자존심이 세고 출세를 향한 야망도 남다르다.
우리나라 검찰은 평검사, 부부장검사, 부장검사, 차장검사, 지청장 등으로 이어지는 피라미드 조직이다. 승진하려면 어떻게든 동기생보다 비중있는 보직에 발령을 받아 거기서 우수한 실적을 쌓아야 한다. 자연히 인사 때마다 동기생들 간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다.
그 계급 구조의 정점에 있는 것이 바로 검사장이다. 흔히 ‘검찰의 꽃’, ‘검사의 별’ 등으로 불리는 검사장 승진에서 동기생이나 후배한테 밀린 검사들은 대부분 사의를 밝힌다.
검사장이 된 후에도 마찬가지다. 전국에 8자리뿐인 고등검사장(고검장)을 향한 경쟁이 다시 시작된다. 고검장 진급에서 동기생이나 후배한테 밀린 검사들 역시 대개 사퇴한다. 맨 마지막 검찰총장이 되기 위한 경합에서 탈락한 검사들 또한 같은 길을 걷는다.
공무원인데도 이렇게 인사 결과에 따라 미련없이 조직을 등질 수 있는 건 검사를 그만둬도 변호사라는 다른 전문직으로 쉽게 말을 갈아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직 검사가 변호사로 변신해 이른바 ‘전관예우’를 활용, 막대한 수입을 올리는 것을 보는 사회적 시건은 곱지 않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요즘은 예전과 달라 변호사 업계도 많이 힘들고 어렵다”며 “선뜻 변호사로 개업하길 주저하는 검사가 늘면서 정년까지 근무하는 검사도 앞으로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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