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설여지세요? 설렘이 사라진 물건부터 작별하세요

최민영 기자 2019. 1. 13.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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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화제의 ‘정리컨설턴트’ 곤도 마리에가 제시하는 정리법

일본 출신의 정리컨설턴트 곤도 마리에가 옷을 세로로 접어 서랍에 수납하는 방법을 보여주고 있다. 곤도 마리에 페이스북 캡처

새해를 깔끔하게 시작하는 방법 중 하나가 집 안 정리다. 필요한 물건만 잘 골라 정리하고 수납하다 보면 머리가 맑아진다.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이 2014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곤마리 정리법’을 널리 알리고 있는 일본의 정리컨설턴트 곤도 마리에(近藤 麻理惠)는 정리의 기준으로 ‘설렘’을 제시한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그의 리얼리티쇼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에서 언급된 사례들 및 주요 조언들을 모아봤다. ‘버리는’ 정리를 하다 보면 물질적인 소비나 구매를 통해 행복에 이를 수 있다는 생각이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정리에 앞서 가장 먼저 생각해볼 것은 “정리를 끝낸 뒤 어떤 삶을 영위할 것인지에 대한 뚜렷한 이미지”라고 곤도는 말한다. 남편과 사별한 뒤 자신의 인생을 이어가기로 결심한 여성, 대학생 기숙사 같은 삶에서 어른의 삶으로 도약하려는 남성 등이 그 예이다. 이미지가 정리의 방향이 된다.

옷·책…치우기 쉬운 것부터 시작 까다로운 것은 결정력 기른 뒤에 종류별로 한곳에 쌓아놓고 ‘결단’

물건 정리 순서는 의류, 책, 서류, 소품, 추억의 아이템 순이다. 정리하기 비교적 쉬운 아이템부터 시작해서 결정하는 능력을 기른 뒤 마음을 굳히기 까다로운 아이템 순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무엇을 고를지 기준이 되는 것은 손에 집어들었을 때 ‘마음을 설레게 하는 느낌’이 있는지 여부다. “강아지를 품에 안거나 좋아하는 옷을 입었을 때 드는 따뜻하고 기분 좋은 느낌”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버릴 땐 “그간 고마웠어” 인사 아이들과 함께하면 소중한 교육

옷을 정리할 때는 집에 있는 옷을 다 꺼내서 한곳에 쌓아본다. 다인 가구라면 각자의 옷더미와 마주하게 된다. 본인의 옷에만 집중하는 게 원칙이다. 옷을 꺼내서 한군데다 쌓아놓고는 얼마나 많은지 깨닫는 게 효과적이라고 곤도는 설명한다. 옷 정리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옷을 손에 들었을 때 ‘설렘’이 있는 옷은 보관하고, 설렘이 없는 옷은 버린다. 옷을 보내줄 때는 “그간 즐겁게 입을 수 있어서 고마웠어”라며 감사인사를 하는 것이 곤도식 상냥한 정리법이다. 어떤 것부터 정리해야 할지 갈피를 잡기 어렵다면 자주 입는 좋아하는 옷부터 선택하도록 한다.

물건을 정리할 때는 일단 한눈에 다 보이도록 꺼내어 놓고, ‘설렘’이 있는 물건은 보관하되 그렇지 않은 물건은 버리는 게 ‘곤마리’ 정리법이다. 집이 물건들로 비좁아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곤도 마리에 제공

옷을 수납할 때에는 작게 접어서 찾기 쉽도록 세로로 수납한다. 티셔츠의 경우 옷을 세로로 접고 팔 부분을 접은 뒤 다시 3분의 1로 접어서 서랍에 넣는다. 두 아이 육아에 지쳐서 옷 수납을 힘들어하는 맞벌이 여성에게 곤도는 부부가 “아이들과 같이 개면 된다”고 말한다. 옷을 쓰다듬고 말을 걸며 고마움을 전달하는 작업을 아이들과 함께하다 보면 아이들이 스스로 정리하는 삶을 배우게 된다. 잘 정리된 집은 가족들이 서로의 관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정리를 하지 않다 보면 “집에 겨우 오면 기력이 하나도 없는데 누가 집을 치울 건지 실랑이 하게 되는” 상황이 되면서 가족끼리 소원해질 수 있다.

다음은 책 정리다. 책도 일단 책장에서 다 꺼낸다. 그리고 앞으로 나와 미래를 함께할 책인지를 결정한다. 손에 들고 ‘설렘’이 있는지 집중해보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집에 있는 서류들을 정리해본다.

이어 가짓수도 많고 까다로운 소품들이다. 소품은 주방, 욕실, 창고 등에 있는 모든 아이템을 이른다. 주방 소품들도 일단 서랍 및 수납장에서 꺼낸 뒤 크기가 비슷한 물건을 함께 칸막이 역할을 하는 상자에 넣어서 수납한다. 반찬 그릇을 비롯한 음식 용기를 서랍에 보관할 때에는 용기가 잘 보이도록 세워서 넣는다. 싱크대 앞 선반 가운데 낮은 칸에는 자주 쓰는 그릇을 놓는다.

크리스마스 장식처럼 가끔 쓰는 소품은 투명한 플라스틱 상자 안에 넣어서 보관한다. 안에 내용물이 쉽게 보이면 찾기 편하다. 가끔 쓰는 물건이라고 비닐봉지에 넣어 보관하면 찾기가 어려워지고, 있는 줄도 모르고 새로운 물건을 구입하게 되는 실수를 반복하게 된다. 소품을 정리하다가 결혼사진이나 어릴 적 추억이 담긴 선물 같은 ‘추억의 아이템’이 나오면 잠시 미뤘다가 다음 단계에 정리한다.

마지막으로 추억의 아이템이다. 앞의 과정을 통해 ‘결정하는 능력’을 기른 뒤 하게 되는 가장 난도 높은 물건들이다. 생각이 많아지기 때문에 쉽게 버리기가 어렵다. 아이들과 60년 넘게 야구카드를 수집한 한 남성은 아이들이 독립한 뒤 집을 비우며 정리하는 과정에서 산더미처럼 쌓인 야구카드를 정리하는 과제를 수행했다. 그는 카드를 다 정리한 뒤 “10장의 야구카드만으로도 만족할 만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비슷한 사진은 한 장만 남기고 가끔 쓰는 소품은 투명상자에 추억의 아이템은 따로 보관을

사진을 정리할 때도 ‘설렘’은 중요한 기준이다. 설레게 하는 사진은 상자 안에 세워서 보관하기보다는 앨범에 보관하는 걸 추천한다. 비슷한 장면의 사진들이 있는 경우에는 가장 마음에 드는 것 하나만 보관한다. 설렘을 주는 기념품, 추억의 물건은 별도의 상자 안에 세워서 보관한다. 작은 물건인 경우 작은 상자에 따로 담아 넣는다.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에 출연한 여덟 가족들은 2주에서 4주에 걸쳐 협동하며 집을 정리하는 과정을 통해 물건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한 출연자는 “물건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지 못했던 삶을 돌아보는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집에 있는 물건과 가족 구성원은 각자의 역할이 있고 서로를 필요로 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정리과정에서 각자에게 소중한 물건은 존중해주는 마음도 필요하다.

최민영 기자 m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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