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식 보드카 '넵머이'.. 누룽지 사탕 맛 나는 독주
[술이 술술 인생이 술술-102] '보드카' 하면 어느 나라가 떠오르시는가. 종주국 러시아? 저 유명한 앱솔루트 보드카의 고향 스웨덴? 러시아산도 아니고 스웨덴산도 아닌, 베트남산 보드카를 소개해 드릴까 한다. 오늘의 술은 베트남 보드카 '넵머이(Nep Moi)'다.

보드카라는 이름이 붙기는 했지만, 넵머이는 우리 소주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그 재료 때문이다. 보드카는 일반적으로 감자 등 곡물을 증류해서 만든다. 고급 보드카는 겨울 밀로 만들기도 한다. 그런데 넵머이는 찹쌀로 만든다. 우리 전통 소주 역시 쌀로 빚는다.
넵은 '찹쌀', 머이는 '새로운'이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넵머이는 우리말로 '새로운 찹쌀 술'쯤 되겠다. 가격이 저렴한 술이라 그런지, 넵머이 병 디자인은 특이할 게 없다. 쭉 뻗은 투명한 원통형에 주둥이로 갈수록 좁아지는 단순한 모양새다. 가운데에는 붉은 라벨을 붙이고 상표명을 썼다.
넵머이에서는 누룽지 사탕 냄새가 난다. 구수한 향이다. 거기에 톡 쏘는 알코올 기운이 뒤섞인다. 맛도 영락없는 누룽지 사탕이다. 제조사는 견과류와 바닐라맛이 난다고 했다. 과연 개별적인 맛을 분리하고 보면 견과류, 바닐라의 풍미가 있는 것도 같다. 그러나 대다수 한국인의 입에는 그냥 딱, 누룽지 사탕일 것이다.
그런데 너무 사납다. 알코올이 도드라져서 목넘김이 거칠다. 뜨거운 기운이 금세 올라온다. 알코올 도수 40도인데 50도짜리 중국 백주보다도 더 독하게 느껴진다. 평소 독주를 즐기지만, 넵머이를 스트레이트로 먹기는 버겁다. 만약에 우리나라에 알코올 도수 40도 희석식 소주가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 두 잔 마시고 온더락스로 마셨다. 알코올 기운이 조금 누그러져 그나마 먹을 만하다.
현지에서는 탄산수 등을 섞어 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기에 레몬이나 라임도 곁들이면 좋다고 했다. 집에 레몬이 없어서 나는 레몬 원액을 넣었다. 탄산수의 청량함까지는 좋은데 거기에 레몬의 신맛과 누룽지 사탕의 구수한 맛이 섞이니까 묘한 풍미가 난다. 별로다. 먹다가 버렸다. 레몬 원액을 빼고 탄산수에만 타먹었더니 차라리 나았다. 그조차 썩 맛있지는 않았지만.
이게 베트남에서 꽤 많이 팔리는 술이라고 들었다. 나는 베트남 스타일이 아닌 모양이다. 내 취향에는 맞지 않았다. 그래도 기념으로, 베트남에 방문하면 사볼 만한 술이라고 생각한다. 아, 나는 넵머이 700㎖ 한 병을 공항 면세점에서 8달러 주고 샀다. 이게 바보 같은 짓이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현지 마트에서는 3000~4000원이면 살 수 있다고 한다. 앞서 썼듯, 내가 마신 넵머이는 알코올 도수 40도짜리다. 29도짜리도 있다고 한다. 언제 다시 베트남에 갈 기회가 있을까. 그때는 저도주 넵머이를 마셔봐야겠다. 그건 또 입에 맞을지도 모르니까.
[술 칼럼니스트 취화선/drunkenhwa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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