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신화 속 쑥과 마늘, 성질 따뜻한 약재 [허브에세이]
쑥의 한약명은 쑥 애(艾) 자에 잎 엽(葉) 자를 써서 ‘애엽’이라 한다. 마늘의 한약명은 클 대(大) 자에 마늘 산(蒜) 자를 써서 ‘대산’이라 한다.
한국의 역사는 아름다운 이 땅에, 금수강산에 단군할아버지가 터 잡으심으로부터 시작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고조선 건국신화는 일연의 〈삼국유사〉에 기록된 것이다. 되짚어 보면 다음과 같다.

환인의 둘째 아들 환웅이 인간 세상을 구하고자 신단수 아래로 강림하였다. 풍백, 우사, 운사를 거느리고, 곡식, 운명, 질병, 형벌, 선악을 비롯하여 인간 세상의 360가지 일을 주관하며 다스렸다. 그 무렵 같은 굴에 사는 곰과 범이 있었는데, 항상 사람이 되길 원하였다. 가엾이 여긴 신이 쑥과 마늘을 건네며 ‘이것을 먹으며 100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않으면 사람이 될 것’이라 하였다. 곰과 범이 그러기로 하였으나 곰은 삼칠일 만에 사람이 된 반면, 범은 지키지 못해 사람이 되지 못했다. 사람이 된 웅녀가 환웅과 혼인하여 아들을 낳으니, 그를 단군왕검이라 불렀다.
물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역사학계에서는 곰을 숭상하던 부족과 호랑이를 숭상하던 부족이 천손강림 신화를 믿던 부족에게 흡수되어 훗날 고조선으로 발전하게 되었을 거라고 해석하고 있다. 이 이야기를 한의학적으로 보면 어떨까. 쑥과 마늘에 초점을 두어보자.
쑥은 당연히 순우리말이다. 나는 명사 ‘쑥’이 부사 ‘쑥’, ‘불쑥’, ‘쑥쑥’과 언어학적으로 유관하다고 본다. 쑥의 생명력이 워낙 강해 척박한 환경에서도 불쑥 나타나 쑥쑥 잘 자라기 때문이다. 한약명은 쑥 애(艾) 자에 잎 엽(葉) 자를 써서 ‘애엽’이라 한다. 본초학적으로 온경지혈약(溫經止血藥)에 속한다. 성질이 뜨겁고 맛이 쓰다. 자궁을 덥혀 부정기 질출혈을 멎게 한다. 하복부가 차가워 생기는 생리불순을 치료한다. 임신이 되게 하며 태아를 안정시키고 복통을 멎게 한다.
마늘은 한식을 대표하는 향신료다. 김치를 포함한 대부분의 음식에 마늘을 넣는다. 생으로 먹고 구워서 먹고 절여서 먹는다. 한약명은 클 대(大) 자에 마늘 산(蒜) 자를 써서 ‘대산’이라 한다. 성질이 뜨겁고 맛이 맵다. 혈액순환을 촉진시켜 고혈압이나 고지혈증과 같은 심혈관질환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된다. 세균과 진균에 대항하고 기생충을 방지하는 효능이 있다. 배가 차고 아픈 것을 치료한다.
쑥과 마늘은 모두 성질이 따뜻한 약재다. 더군다나 쑥은 여성의 난임에 특히 좋다. 이를 바탕으로 단군신화를 재해석해 보았다.

억지스러워도 상관없다. 이 이야기를 통해 쑥과 마늘이 어떤 성질인지, 특히 쑥이 어디에 좋은지 충분히 알게 되었다면 그걸로 족하다. 널리 독자를 이롭게 하리라.
이상진 한의사, 전 보령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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