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했는데.." 목숨까지 위협하는 불법주정차

"주차금지 표지판을 세워놔도, 안 보는 새에 치우고 또 주차해놔요. 매번 신고할 수도 없고…"
대한민국은 불법 주차 문제로 시름하고 있다. 2018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우리나라 국민 2.37명당 자동차 1대를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늘어나는 자동차등록대수 만큼 불법주차도 증가하고 있는 것.
◇차량 소유자 78% "불법주차 해봤다"…부족한 시민의식
2016년 시장조사업체 엠브레인이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내 주차문제 심각성' 조사에 따르면, 대다수 시민들이 국내 교통문제는 '불법주차(85.9%)'로 인해 발생한다고 인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77.7%가 "불법주차를 해봤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주차장이 부족해 주변에 주차공간을 찾지 못 해서'가 70%를 차지했다. 이외에도 '잠시 용무를 보기 위해(68%)'와 '주차비가 비싸서(22.3%)'가 불법주차를 하는 이유로 꼽혀 부족한 시민의식의 단면도 드러났다.
자차로 운전한 지 7년차인 김모씨(33·남)는 "어제도 반찬 사러 간 시장 주변에 주차할 곳이 없어 불법 주차했다"고 말했다. 그는 "보통 주차비 부담으로 불법 주차한다. 2016년에는 보호구역에 불법주차를 했다가 단속에 걸려 과태료 7만원을 냈었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컸다"며 "이후 웬만하면 주차장에 주차한다. 그게 마음 편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특히 5~10분정도 잠깐 볼일 볼 때 불법주차를 한다. 30분 단위가 아닌 5분 단위로 요금 받는 주차장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고 전했다.
노원구의 A아파트 경비원은 "아파트 입구에 불법 주차를 해놔서 주차금지 표지판을 세워두지만, 치워놓고 또 주차한다"며 "매번 신고할 수 없어 경고장을 붙여놓는데, '잠깐 세워둔 건데 왜 붙였느냐'며 화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위급상황 시 더욱 문제…미국·캐나다"소방 활동 방해차량 부순다"
불법 주차 차량은 위급상황 시 그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2017년 12월21일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에 난 대형화재로 29명이 숨지고 36명이 부상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충북소방본부장은 화재건물 앞에 다수의 불법 주차 차량으로 인해 굴절차를 전개할 수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불법 주차 차량들이 소방차 진입을 막아 피해가 확대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미국, 캐나다 등 선진국의 사례에 이목이 쏠렸다. 이 국가들은 긴급차량의 진입로 확보를 법적 보호한다.
2014년 미국 보스턴에서 찍힌 사진에는 소방관들이 소화전 옆에 불법 주차된 차량의 창문을 깬 뒤, 차 안으로 소화전과 호스를 연결한 모습이 담겨 있다. 차주는 보상은 고사하고 소방 활동을 방해한 책임으로 100달러(한화 약 11만원)의 범칙금을 내야 했다.
같은 해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찍힌 영상도 화제였다. 건물 옥상 화재를 진압하고자 소방차가 골목에 들어왔지만, 경찰차와 불법 주차 차량으로 진입이 어려웠던 것. 이에 소방차는 주차된 차량을 가차 없이 밀고 들어갔다. 일본은 상습 교통체증 지역에 무인카메라를 설치해 24시간 내내 불법 주정차 차량을 단속하고 있다.

해당 사건들이 퍼지자 한국에서도 위급상황 시에는 불법 주차 차량을 강제 처분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사람 목숨이 달려있는 만큼 적극적인 구조 활동이 가능하도록 소방법을 개정하는 것이 필수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3일 서울시 종로구에서 서울소방재난본부의 강제처분 훈련이 있었다. 이날 훈련에서는 주택가 소화전 앞 불법 주차된 차량을 거침없이 밀어버리고 화재현장으로 출동하는 모습이 공개됐다. 앞으로 소방 활동을 방해하는 불법 주차 차량은 강제처분 당해도 더 이상 배상받을 수 없다.
◇서울시, 불법 주정차 문제 해결 방안으로 '거주자 우선주차장 공유'
2016년 기준 서울 시내 불법주정차 단속건수는 318만건으로 전년도 대비 7.7% 늘어났다. 반면 서울 시내 공영주차장 수는 2013년부터 5년간 약 30%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해 불법 주정차 문제 해법으로 '거주자 우선주차장 공유'를 내놨다. 서울에 있는 12만개의 거주자 우선주차장을 다른 운전자들과 공유해 주차난을 해소하는 것.
대여자와 공유자는 '모두의 주차장' 앱을 설치해 주차장을 등록하거나 선택할 수 있다. 대여자는 이용시간에 따라 요금을 결제하고, 공유자는 발생한 수입의 일부를 이용료 감면(최대 50%)이나 상품권 등으로 혜택 받을 수 있다.
서울시는 출근이나 외출로 비어있는 주차면의 20%(약 2만4000면)만 주차 가능 공간으로 바꿔도 주차장 신설 비용 1조2000억원(1면당 5000만원)을 대체하는 경제적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 내다봤다. 아울러 교통 체증, 단속에 따른 행정비용 절감도 기대된다.
그러나 주차장 공유지에 자동차 유입이 늘어나 지역 주민이 불편함을 느끼거나 이용 시간을 지키지 않아 갈등이 빚어질 우려도 있다. 서울 시민 김모씨는 "간혹 대여자가 연락 두절되거나 이용시간을 지키지 않을 때는 패널티를 부과하는 방안도 뒷받침돼야 실효성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7일부터 주·정차 금지 구역 단속강화…현장 확인 없이 즉시 과태료 부과
행정안전부(장관 진영)는 "4월17일부터 주정차 금지 구역 내 불법 주정차 차량 단속을 강화하고 주민신고제도 전국적으로 확대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주민은 휴대폰으로 불법 주정차 차량 사진을 같은 자리에서 1분 간격으로 2장 찍어야 한다. 이 사진을 안전신문고 앱에 올리면 공무원의 현장 확인 없이도 해당 지자체에서 자동으로 과태료를 부과한다.
신고기한은 교통법규 위반 사실 적발일로부터 3일 이내다. 불법 주정차 금지 구역은 △버스 정류장 10m 이내 △소방시설 주변 5m 이내 △교차로 모퉁이 5m 이내 △어린이보호구역 내 총 4군데다.
특히 소방시설 주변 5m 이내 불법 주정차 시 과태료를 4만원에서 8만원으로 2배 인상했고, 눈에 잘 띄도록 도로 연석도 적색으로 표시할 예정이다.
류희인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을 비워두는 것처럼, 안전을 위해 어떤 경우라도 절대 주정차해서는 안 되는 장소가 있음을 국민 모두가 인식하고 반드시 지켜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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